[한국의 美] 태백산 눈꽃 산행
[한국의 美] 태백산 눈꽃 산행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2.02.12 0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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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세상에서 새로운 희망과 만나다


새해 첫 마음을 다짐하고 새 결심을 세우고 싶다면 태백산으로 가자. 지금 강원도는 눈 속에 파묻혔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태백산도 온통 은빛이다.

눈으로 뒤덮인 태백산 숲 속을 걷노라면 몸도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다. 일출도 맞이하자. 주목(朱木) 사이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이 새로운 기운을 복돋워준다.


그림1

장군봉에서 천제단까지 700m 능선은 살을 에일 듯한 칼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방한복과 장비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어둠을 밝히는 붉은 햇덩이 강원도 태백과 영월, 경북 봉화에 걸친 태백산은 단군조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는 곳.
 
새해를 맞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태백산(太白山)은 이름 그대로 ‘크고 밝은 산’이라는 뜻으로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기도 하지만 산에 하얀 자갈이 많아 아래에서 바라보면 흰 눈이 쌓인 것처럼 밝게 빛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림4
                      태백산 등산의 출발점이 되는 유일사

태백산은 길이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산행을 하기에 좋다.

산행의 대부분이 유일사, 백단사, 당골, 금천계곡에서 각각 시작해 천제단까지 오르는 4개 코스를 이용한다.

이 가운데 겨울철에 가장 붐비는 코스는 유일사~천제단 코스. 설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발 1,567m의 장군봉까지 2시간 정도면 등반이 가능하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능선은 백두대간의 힘찬 줄기를 따르는 산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 때문인지 해마다 겨울이면 전국에서 4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태백산을 찾는다. 등산은 유일사 입구에서 시작한다.

문막을 지나 능선을 따르는데 가는 길이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 산행이 한결 수월하다. 아이들도 성큼성큼 잘 걷는다.

들머리부터 눈이 쌓여 있다. 영하 10℃라는 낮은 기온 탓에 살짝 얼어붙은 곳도 있다. 아이젠을 착용하면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길은 뱀이 기어가듯 산허리를 굽이굽이 감싸고 돌아간다. 경사가 조금 가팔라지지만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폭이 넓고 잘 닦여 있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상을 1.7km 정도 앞두면 길이 험해진다. 길이 좁아지고 돌과 나무가 눈에 띄게 많아진다. 길의 너비도 좁아진다.

하지만 힘든 것도 잠시. 장군봉을 눈앞에 두고 주목 군락지가 나타난다. 살아서 천 년을 보내고 죽어서 천 년을 보낸다는 주목이 거센 눈보라 속에 새하얀 눈꽃을 피우고 당당하게 서 있다. 평균 수령 200년 가량 된 3,900여 그루의 주목이 능선을 덮고 있다.

주목 너머로 보이는 백두대간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눈 쌓인 함백산 정상이 바로 눈앞에 있고, 매봉산 지나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능선이 힘차게 뻗는다.

금대봉에서 낙동강 발원지를 따라 산줄기를 잇댄 낙동정맥의 능선도 이 지점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은 키 작은 철쭉과 진달래 군락이라 시야를 가리는 것은 한 점도 없다.

주목 군락에서 20여 분 걸어가면 천제단이다. 그 모습이 신비하다. 둘레 27m, 너비 8m, 높이 3m 크기의 원형 제단 중앙에 붉은 글씨로 ‘한배검’이라고 쓰인 비석이 있다.

한배검은 대종교에서 단군을 높여 부르는 말. 새해가 되거나 개천절이 오면 이곳에서 단군제를 지낸다. 천제단을 중심으로 북쪽에 태백산의 최고봉인 장군봉(1,567m)이, 남동쪽에는 수많은 바위로 이뤄진 문수봉(1,517m)이 백두대간의 위용을 자랑한다.

발아래에는 연봉이 펼쳐진다. 연봉 역시 흰 눈으로 덮여 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산능선을 보고 있노라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내처 문수봉까지 가도 된다. 장군봉에서 능선을 따라간다. 신라시대 장군 김유신의 아들 원술랑이 이곳에서 수련을 했다고 해 ‘원술봉’이라고도 한다. 문수봉을 넘으면 하산길. 단군 성전을 지나 당골 광장까지 내려오면 산행이 끝난다.

태백산 산행길이 완만하다고 해서 등산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온이 낮기 때문에 옷을 두둑하게 챙겨야 한다. 타이트한 내복과 등산 바지, 고어텍스 재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등산화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것이 좋다. 눈이 오지 않더라도 아이젠과 스패치는 챙길 것.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새벽에 산을 올라야 하므로 랜턴을 반드시 준비한다. 헤드 랜턴이 좋다. 정상에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모자와 귀마개도 꼭 가져가야 한다.


        새해 가족 여행지로도 알맞아
그림6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태백산 말고도 태백에는 꼭 가볼 곳이 있다. 한강의 발원지로 일컬어지는 검룡소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피나무, 물푸레나무, 생강나무, 귀룽나무, 황벽나무로 꽉 찬 겨울 숲길을 따라 20여분을 가면 만날 수 있다. 검룡소 주위는 푸른 이끼로 가득하다.

그 사이 바위 웅덩이가 있다. 넘쳐흐르는 물이 바위를 깎아내 마치 용이 온몸을 뒤틀며 나아가듯 바위를 굽이굽이 깎아놓았다.

이곳에서 솟는 물이 하루 2,000톤. 물 온도는 사계절 내내 10℃ 안팎을 유지한다. 검룡소 주위 바위는 살얼음이 얼었지만 정작 물길에 얼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끼들도 초록빛을 간직하고 있다. 검룡소에서 솟아난 물은 이곳에서부터 514km의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한다.

태백에는 낙동강이 시작되는 황지연못도 있다. 황지연못은 태백 시내 한복판에 있다. 공원으로 꾸민 연못은 위치에 따라 상지(上池)와 중지(中池), 하지(下池)로 나뉘는데, 하루 5,000톤의 물이 솟아오른다. 황지는 예부터 ‘천황(天潢)’으로 불렸다.

<동국여지승람>이나 <택리지>에도 낙동강의 발원지로 기록돼 있고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맑고 푸른빛을 띠고 있는 황지는 한눈에도 영험하게 보인다.


그림5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매봉산 ‘바람의 언덕’

태백 시내를 다니다 보면 산 정상에 하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것이 어디에서든 보인다. 해발 1,304m의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 자리한 풍력발전단지로, 가파른 비탈의 배추밭 꼭대기 능선에 지름 52m 크기의 풍력발전기 8기가 돌아가고 있다.

발전기 외에도 조그마한 네덜란드식 풍차가 한 기 서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태백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 위에 건립된 고생대 전문 박물관으로 고생대 삼엽충, 두족류 및 공룡 화석과 자체 제작한 영상물, 입체 디오라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대륙 이동 등 지각 변동에 관한 자료도 볼 수 있는데, 고생대 때 한반도가 3개의 땅덩어리로 분리돼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화석 발굴 현장, 화석 탁본, 30억 년 지층 파노라마 등 다양한 주제의 체험 전시실도 운영하고 있다.

태백산도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태백석탄박물관도 흥미롭다. 광물, 화석, 기계 장비, 광부들의 생활용품 등 8,700여 점의 석탄 관련 유물과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 지하에 위치한 8전시실에는 채탄 과정과 지하 작업장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지시의 모습, 여러 가지 갱도의 유형 등을 전시해놓아 광산의 위험성과 광산 노동자들의 힘겨운 생활을 느껴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화전동에 위치한 용연동굴. 국내 동굴 중 가장 높은 해발 920m 지점에 있다.

1억 5,000만~3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총길이 1.5km.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모양의 석순과 종유석, 석주 등이 즐비하다.

모양에 따라 드라큘라 성, 죠스의 두상, 등용문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동굴 내부에는 너비 50m, 길이 130m의 광장과 인공 분수, 조명 시설이 만들어져 있는데, 자연 생성물과 어우러져 신비한 경관을 연출한다.

태백산에서 일출을 보려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어둠 속의 등반은 만만찮다. 눈꽃 활짝 핀 주목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과 한강의 시원인 검룡소가 있는 태백. 묵은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여행지다.

새해, 새날에 태백산으로 가 어둠을 먹고 붉게 솟아오르는 햇덩이를 마주하시길. 날이 밝아 햇살이 비추는 은빛의 순결한 세상을 마주하시길.


[Travel tip]가는 길: 청량리에서 태백까지 하루 7회 열차가 운행한다. 동서울에서 태백까지 버스가 하루 32회 운행한다.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제천IC로 나온다. 영월 방면 38번 국도를 따르면 태백이다.

태백시 관광안내소(033-550-2828),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033-581-8181), 태백석탄박물관(033-552-7730), 용연동굴(033-553-8584) 등이 있다.

먹을 곳: 태백의 먹을거리로는 단연 한우가 꼽힌다. 태성실비식당식육점(033 -552-5287)과 경성실비식당(033-552-9356)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맛집이다. 태백닭갈비(033-553-8119), 강산막국수(033-552-6608)의 닭갈비도 유명하다.

글: 최갑수(시인ㆍ여행 칼럼니스트) 사진: 김재이·최갑수 어시스턴트: 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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