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너무 아깝다”, “무언가라도 해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9월15일 실시된 뉴욕시의원 민주당 예비선거 제20선거구 투표 결과는 ▲옌 초우-1,825표 ▲아이작 새손-1,670표 ▲정승진(S.J. Jung)-1,638표 ▲존 최 후보-1,186표로 중국계 옌 초우 후보가 승리, 한인 정승진 후보는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임시현장투표인 ‘선서투표(Affidavit Ballot) 등 최종 집계는 정후보가 1,700표를 넘어 2위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과 100여표 차이로 한인 후보가 민주당 공천을 놓치자 한인사회에서는 이구동성으로 “너무 아쉽다”는 탄성이 쏟아지고 있다.

◆한인사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필자는 여기서 동포사회에 “정승진 후보를 설득하여 11월3일 본선거에 출마하도록 권유해보자”고 조심스럽게 제의한다. 그 근거는 물론 “너무 아쉽다. 무언가 한번 해보자”는 동포사회 전반의 공감대 이다. 그러나 그런 정서적·감성 위에 이성적·합리적인 근거도 있다. 그것은 첫째 본선거 승리 가능성이고, 둘째는 정승진 후보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않든 어짜피 본선거 투표용지에 후보로 이름이 올라간다는 것, 셋째는 한인사회에서 그만한 후보가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정승진 후보는 예비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공천을 신청 했지만, 동시에 뉴욕시 제3당 위치에 있는 ‘일하는 가정당(Working Family Party)'의 후보추천도 받았다. 따라서 정후보는 자동적으로 11월3일 본선거에 ‘일하는 가정당’의 후보로 투표용지에 이름이 찍혀 나온다. 만약 정후보가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한 것만을 염두에 두고 출마를 포기, 본선거에 대한 득표활동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선거는 끝나는 것이지만, 그러기에는 한인사회가 너무 무기력하고 아쉬움이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고민 하다가 동포사회에 정후보에게 본선거 출마 권유를 해보자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자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필자는 여기서 ‘출마 권유’라고 표현 했지만, 출마는 기정사실이므로 더 적확(的確)한 표현은 ‘본선거를 맞아 가만히 있지 말고, ‘일하는 가정당’ 후보로서 본격적으로 선거에 뛰어들어 당선을 위한 득표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정치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물론 예비선거에 승리하지 못한 후보가 당을 달리 하여 본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한인들의 정치정서는 지조(志操)와 충성(忠誠), 의리(義理)을 중히 여긴다. 정치인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며 정도(正道)를 가길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어야만 할까? 예외는 없을까?
흔히 “정치(政治)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生物)”이라고 한다. 정치란 원리원칙에 얽매이기 보다 현실을 직시·수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한인들은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너무도 흔하게 정치적 입장을 바꾸는 것에 식상하여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근본 개념은 타당성 있는 합리적 길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나 ‘실용주의(實用主義)’가 그것이다.

문제는 동포사회와 정승진후보가 민주당에 대한 의리와 이 ‘정치=생물’이라는 현실성 중에서 어느 것을 더 값지게 생각하고 택하느냐는 것인데, 이 경우 이보다 더 중요하고 귀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어느 것이 동포사회 발전에 더 유익할까?’하는 것이다.
동포사회는 플러싱에서 한인 선출직 정치인이 배출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현재 우리 한인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경제력과 함께 정치력을 키우는 일이고, 정치력을 신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많은 유권자-투표자수 확보와 정치인 배출이다.

그런데 플러싱이 어떤 곳인가? 미동부 최대의 한인밀집지역으로 “한인 이민 1번지”, “서울시 훌라동”으로 불리는 곳 아닌가. 한인들의 고향이자 자부심인 이 플러싱에서 아직까지도 한인 정치인, 그것도 가장 낮은 선출 직급인 시의원 한사람 나오지 못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동포사회가 발전하고 강해지려면 이 플러싱에서 한인 시의원이 나와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큰 가치이다.
따라서 필자는 무엇보다도 한인사회는 한인 시의원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정승진 후보의 본선거 출마를 권유해야 하며, 정승진 후보는 개인의 입장을 떠나 본선거에 뛰어들고, 동포사회는 정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포사회 전폭 지지하면 당선 가능
그러나 정승진후보가 본선거에 뛰어들면 역풍도 거셀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항명, 심지어는 배반이라 지적할 것이며, 공화당에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정후보는 이 논리를 얼마든지 뛰어 넘을 수 있다. 미국, 특히 뉴욕에서는 당과 정치인 개인의 입장을 달리하는 것은 그리 큰 험이 되질 않는다. 단적인 예로 마이크 블름버그 뉴욕시장은 2001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겨 시장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며, ‘3선 불가’ 조항에 걸려 3선 출마가 안되자 선거법을 고치고 거기다 공화당을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3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후보도, 유권자도 중요한 것은 당적보다 ‘더 잘사는 뉴욕시 만들기’라고 생각한다.

정후보 경우도 마찬가지다. 본선거에서 다른 후보보다 뉴욕시 발전에 최적임자라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거기다 민주당 공천으로 출마할 옌 초우 후보도 애초에[예비선거에] 민주당이 지명한 후보가 아니다. 민주당이 지명한 존 최 후보는 예비선거에서 4등으로 떨어졌다. 민주당은 애초에 잘 못된 지명을 한 것이다[뉴욕일보 9월21일자 3면 송의용 칼럼-‘민주당 플러싱 후보지명 또 실패…3 스트라익 아웃’ 참조]. 그리고 정후보가 민주당에 항명하기 전에 민주당이 먼저 정후보를 외면한 것이다.

그러니 정승진후보의 본선거 출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어니 무어니 해도 ‘당선 가능성’이다. 다른 것 따지지 말고 당선 가능성이 있으면 출마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당선을 위해 한인사회가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비선거 때보다 더 많은 선거자금을 갹출하고 유권자들도 예비선거 투표율 42%보다 훨씬 더 많은 최하 60% 이상이 투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당선은 가능하다. 왜냐하면 본선거에는 중국계가 민주당, 공화당, 독립당 후보자격을 확보하여 3사람이 출마하기 때문에 중국계의 표는 갈릴 것이고, 백인 출마자는 없기 때문이다.

모쪼록 동포사회는 이것저것 모든 것을 신중하고 세세하게 고려하여 정승진 후보에게 본선거 출마를 종용하고, 정후보는 동포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본선거에 출마하기를 촉구 한다. 그리하여 이번만큼은 꼭 한인시의원을 배출하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12년 후에나 올 것이며 그 때의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쁠지도 모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한다. 한인사회, 11월 플러싱 본선거를 구경만 하지 말고 무언가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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