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SERI)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2005년 ‘SERI 한반도안보지수(KPSI: Korean Peninsula Security Index)’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기마다 <한반도 정세보고서>를 작성해왔다.

한반도안보지수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 40여 명을 대상으로 한반도 경제안보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계량화하여 지수(Index)로 나타낸 것이다(50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긍정적, 그 이하는 부정적).

SERI 한반도안보지수의 2012년 1/4분기 현재지수는 45.18, 2/4분기 예측지수는 46.00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4/4분기(53.37)보다 현재지수가 많이 하락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수치는 2009년 2/4분기(45.33)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에 조사된 결과와 유사하다.

수치상으로 보자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여파와 북한의 2차 핵실험 충격이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전까지만 해도 50점대의 긍정적 평가를 나타내던 북한의 정치적, 사회경제적 안정성 항목이 30점대로 떨어졌는데, 이는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체제에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지만 권력 승계는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수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은 한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성과 경제적 안정성이다. 이 두 요인은 지난 2011년 3/4분기 이후 연속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정치사회적 안정성(37.23)은 2008년 촛불시위 당시 평가(32.86)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상승한 항목은 북중관계다. 2011년 4/4분기에 65.48이었던 북중관계는 이번 분기에 69.68을 기록했다. 이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2011년 5월 방중 이후 북중 밀착이 심화되었을 때의 수치(70.00)에 근접한 것이다.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북한체제 안정을 위해 북중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설문 참여 전문가들의 평가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미관계에는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미관계는 2011년 10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최고 수준(77.38)을 나타냈으나 이번에는 57.45로 하락했다. 물론 여전히 긍정적인 수준이지만, 한미 FTA 재협상 문제 등 양국 간의 불협화음 가능성을 우려한 평가로 분석된다.

남북한 군사적 긴장 정도가 30점대(39.36)로 내려간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 항목은 연평도 포격 여파가 가라앉은 2011년 2/4분기 이후에는 40점대를 기록해왔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군사 부문뿐만 아니라 다른 남북관계 분야에 대해서도 경색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한국정부가 제안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거부하는 등 남북 접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6자회담 재개 등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국 간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한반도 정세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방태섭 수석연구원 외]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