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의혹 논란…고리 발전소장 오늘 조사

 
▲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12분간 전원공급이 완전히 끊기는 ‘블랙아웃’이 발생한 사실을 한 달여 뒤 늑장 보고를 해 은폐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9일 계획예방정비 중인 고리 1호기의 전원 공급이 12분간 중단된 사실을 당일 보고하지 않고 한 달 뒤인 이달 12일에 보고했다. 이는 안전사고 발생 15분 이내에 안전위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관련 법령을 어긴 중차대한 사건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마찬가지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비상전력 공급까지 완전히 중단되는 이른바 ‘블랙아웃’이 발생한 점과 흡사하다. 자칫 잘못하면 냉각장치가 멈춘 탓에 핵연료봉이 녹아내려 결국 폭발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고리 1호기는 설계상 외부 전원 2개, 비상 디젤발전기 2대, 예비 비상발전기 1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중 외부 전원 2개가 모두 꺼지면 비상 디젤발전기가 작동돼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보호계전기(비상시 전력 차단하는 기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2개의 전원이 모두 꺼졌지만 자동으로 전환돼야 할 비상 디젤발전기 2대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예비 비상발전기를 바로 연결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작동시키지 않았다.

한수원은 “12분 만에 문제가 해결돼 예비 비상발전기를 가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12분간 냉각수가 순환되지 못해 사고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전 가동 중에 이런 사고가 일어나도 몇 시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어 바로 위험한 상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있지만, 비슷한 경위로 발생한 일본 원전 사고를 상기하면 안심할 일이 아니다.

특히 전력 공급 중단 사태 등 원전사고 발생 시 즉각 안전위에 보고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이 넘은 후에 보고한 점은 마뜩찮다. 사후 보고의 이유가 한수원의 내부 보고체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김수근 부산시의원이 고리 원전 관계자에게 사고 발생여부를 문의해 밝혀진 점 등으로 보아 애써 감춰온 것이 파헤쳐졌다는 느낌이 짙다.

이 같은 은폐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당시 직원들이 보고를 하지 않은 원인에 대해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마침 당일 낮에 원전 고장정지 재발방지를 위한 원전대책까지 발표한 와중에 사건 발생 후 원전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 등의 심리적인 압박을 느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안전위 고리1호기 사고 조사단은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고 있는 팀장급 간부들에게 조사한 결과 12분 만에 전원이 복구된 뒤, 당시 소장과 실장, 팀장 등 현장 간부들이 사고를 덮기로 결정했다는 진술이 나왔다”며 “당시 고리1호기 발전소장에 대한 조사를 오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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