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6일 '광명성 3호' 로켓을 과거 대포동 1·2호 장거리미사일을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것과 달리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남쪽으로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간은 김일성 생일 100년이 되는 4월 15일을 전후한 12일부터 16일까지로 예고했다.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 달 전에 미리 기지와 발사 방향을 '예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완공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시험장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서해 공해(公海)를 따라 남쪽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보 당국은 우리나라나 중국 육지 상공을 비행할 경우 자칫 1단 로켓이나 로켓 잔해 등이 지상에 떨어져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것을 피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이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을 서해 동창리 시험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실시한다는 것에는 적잖은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 준비가 가시화할 시점인 3월 26~27일 서울에서는 세계 50여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북한은 이 회의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왔다. 이들을 상대로 한 무력시위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다음 달 11일 실시되는 19대 총선이다. 북한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도발 후 두 달 반 뒤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현 야권이 승리를 거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만 해도 북의 도발은 보수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엔 꼭 그렇지 않다.

북에 대한 단호한 대응보다는 대북(對北) 포용정책을 주장하는 정당에 표가 쏠리는 경우가 종종 벌어졌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평화냐, 전쟁이냐'는 현 야권의 구호가 먹히면서 야권이 승리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2년 전 선거 때와 똑같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오판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지난 1월 통일전선부 산하의 대남혁명 전위기구인 반제민전을 통해 한국 내 종북세력에게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역적패당에게 결정적 패배를 안겨야 한다"는 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정부는 이 지령을 "김정은의 '대남 명령 1호'"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광명성 3호가 서해를 따라 비행할 경우 1단 로켓은 제주도 남쪽 공해상에, 2단계 로켓은 필리핀 동부 해상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이후 대포동 1·2호(광명성 1·2호)를 모두 일본 열도를 향해 발사, 일본 정부와 국민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었다.

광명성 3호가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 서해 상공을 비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을 비롯한 해당 미사일의 비행지역에 인접해 있는 나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단계 로켓의 추락 지점으로 점쳐지는 필리핀 등 인접국의 반발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 같은 반발을 무릅써 가면서까지 북이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하려는 것은 한국 총선과 국제사회를 향한 무력시위, 강성 대국을 알리는 대내용 효과 등의 반대급부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이번 실험의 목적이 미 본토를 사정권에 넣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로 나아가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로켓)는 동전의 앞뒷면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두 차례나 발사에 실패한 대포동 2호는 미국 본토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09년 발사된 대포동 2호는 대포동 1호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3200여km를 날아갔으나 2·3단 로켓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다.

북한이 ICBM을 개발하려면 사정권을 늘리는 것 외에도 미사일 탄두(彈頭)를 우주 공간으로 밀어올리기 위한 2·3단 로켓 분리 기술이 필수적이다.

북한 장거리미사일은 1·2단 로켓 분리에는 성공했으나 2·3단 로켓 분리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은 앞으로 로켓(미사일)의 동창리 시험장 이동→1·2·3단 로켓 조립 및 수직 발사대 장착→액체연료 주입→발사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려면 2~3주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늦어도 다음 달 초쯤 로켓이 발사대에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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