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출마 놓고… 한명숙·이해찬 3라운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이해찬 전 총리가 세종시 출마 문제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친노(親盧) 진영의 대표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던 두 사람이 정치멘토·공천 논란에 이어 세 번째로 부딪히면서 협력관계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16일 이 전 총리를 만나 "세종시에 출마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전 총리에게 수차례 출마 요청을 했지만 이 전 총리가 거듭 난색을 표하자 한 대표가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충남 청양이 고향이고 신행정수도(세종시)를 추진한 주역이다.

한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리가 출마해야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등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선출직에는 나설 뜻이 없다"고 거절했다.

이 전 총리의 측근 인사는 "지역구만 5선을 한 이 전 총리에게 고향도 아닌 옆 지역에 나가라는 것은 결례"라며 "이 전 총리가 출마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친노세력 결집 및 야권통합의 기획자이자 산파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전 총리에게 지역구 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희생 강요 아니냐"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최고위원 회의에선 이 전 총리 대신 한 대표가 출마하는 방안이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신행정수도특위 위원장이자 노무현 정부의 또 다른 총리였던 한 대표가 나서야 세종시뿐 아니라 충청 전체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도 이 전 총리 대신 출마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세종시에 출마할 경우 전국적인 선거지원 유세 등 대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점이 딜레마다.


한 대표의 측근인사는 "지역기반도 없는 세종시에 묶이게 되면 누가 전국 유세를 다닐 것이냐"며 "18대 총선에서 손학규 대표가 종로에 출마했다가 본인도 떨어지고 당도 참패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당 안팎에선 "두 사람 모두 세종시에 출마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전 총리와 한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적 동지이자 경쟁관계였다. 한 대표에게 야권통합을 명분으로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출마를 권유한 사람은 이 전 총리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 전 총리가 2006년 3·1절 골프 파문으로 물러나자 한 대표가 총리직을 이어받았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선 이 전 총리로 후보 단일화를 했었다.

그러나 한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 1월 이 전 총리가 정치적 멘토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자 한 대표는 "그분은 나보다 8살이나 아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임종석 전 사무총장의 공천 문제가 논란을 빚자, 이 전 총리는 사석에서 "공천에 기준과 원칙이 없고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다"고 한 대표를 비판했고, 탈당 의사까지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수도권과
부산·경남의 총선 판세가 만만찮은 상황에서 친노 진영이 분열하면 안 된다는 데 양측이 공감하고 있어서 두 사람의 불화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