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축적과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의 중요성

우회축적(迂廻蓄積)이란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힘을 축적함으로써 조직의 역량과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원리는 매가 자신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비둘기를 사냥함에 있어 최단거리인 직선거리로 직접 다가가지 않고 높은 곳에서 수직방향으로 급강하하여 가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인 뒤 축적된 운동에너지를 수평 방향으로 급 발산, 재빨리 낚아 채는 과정에서 유래하였다.

이러한 우회축적의 원리는 기업 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아이폰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강력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 시장의 룰을 바꾸고 기존의 강자들을 쇠락의 길로 빠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회축적 활동을 전개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듯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제대로 전략 방향을 잡고 지속적으로 실행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귀중한 자원만 낭비하고, 기업에 큰 부담과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P&G는 2000년 초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신성장공장(New-growth factory)이라고 명명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을 꾸준히 실행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출시한 대다수의 P&G 브랜드는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에 의해 만들어져 왔다. 예를 들면 팜퍼스(Pampers)는 최초의 일회용 기저귀 제품이었으며, 크레스트 화이트스트립스(Crest Whitestrips)는 가정에서 손쉽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아미백제로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페브리즈(Febreze)는 악취를 커버하기보다는 실제로 없애는 기능을 가진 첫 번째 제품이었고, 올레이 프로엑스(Olay Pro-X)는 비싼 처방용 안티에이징 제품처럼 주름을 감소시켜 주는 임상적 효과를 지닌 최초의 신제품이었다.

이러한 혁신 추구의 결과, 2000년에는 혁신적인 신제품이 의도했던 매출·이익 목표를 달성한 비율이 15%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3배 이상 증가한 50%에 이르렀다. P&G의 높은 성과와 성공 사례는 우연한 것이 아니며, 신성장공장(New-growth factory)이라고 명명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을 체계적으로 실행한 결과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어떠한가? 아직도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의 중요성을 말로 강조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구체 활동으로 연결·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체계적인 실행 방법을 몰라 답답해 하거나 조직 역량으로 축적하고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시 빠지기 쉬운 오해

그렇다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체계적으로 실행하여 사업 성과로 연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추진할 때 오해하거나 간과하기 쉬운 내용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그림 2> 참조).

오해 1: R&D 부문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연구소 중심으로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나 고객보다는 R&D 중심의 Bottom-up 활동이 전개됨으로 인해 개발자가 선호하는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기술성 확보에 치우친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신제품개발 활동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은 사업부문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속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너무 먼 미래의 것을 한다, 우리 사업부문과 별로 상관없는 제품개발 활동을 한다” 등 기존사업부문의 강한 불만과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이 명확한 방향성 하에 지속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전사차원의 추진체계와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업부문과 R&D부문이 함께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중장기 사업전략과 혁신전략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장기 사업 목표 달성에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이 어느 정도 기여를 할 것인지, 주로 어떤 사업 및 기술 영역에서 혁신적인 제품개발 활동을 전개할 것인지, 기존사업의 제품개발과 혁신적인 신제품개발간의 자원 배분 원칙 등 큰 방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스폰서인 사업부문의 리더(예, CEO, 사업부장)와 함께 중·장기 사업 목표와 연계시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의 추진 방향성을 고민하고 논의함으로써,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고히 유지해 갈 수 있는 견고한 토대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전사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의 방향성이 명확해 지고, 사업 차원의 Top down 활동과 R&D 중심의 Bottom-up 활동을 조화할 수 있게 됨으로써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위한 과제 발굴이 용이해지고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의 생산성이 제고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P&G는 2008년에 혁신 프로세스를 점검한 결과, 사업전략과 혁신전략을 따로 수립·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사업전략 (where-to-play)과 혁신전략(how-to-win)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였다. 사업리더(CEO, 사업부장 등)와 CTO, CFO가 정기적으로 만나 기존사업을 위협하는 여러 경쟁 요인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를 하였으며,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다양하게 발굴하였다. 한편 사업부문의 7~10년 이후 중장기 성장 목표 달성 방안인 혁신 파이프라인과 포트폴리오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였다.

P&G 제품 중 사업전략과 혁신전략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자원 배분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했던 대표적인 모범 사례는 타이드(Tide)이다. 사양 제품으로 취급 받던 타이드(Tide) 제품은 CEO, CTO, Household 사업부장, Fabric Care 부문장간의 긴밀한 논의 과정을 통해 혁신적인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출시하였다.

Stain Release)라는 세탁첨가제를 출시하였고, 2009년에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피부 자극 없이 깨끗한 세탁을 가능하게 해주는 타이드 내츄럴스(Tide Naturals)를 개발하여 신흥시장인 인도 시장의 70%를 선점하였다. 2010년에는 타이드 위드 액티리프트(Tide with Acti-lift)를 개발하여 액체 세제라인을 10년 만에 대폭 개편하였고 미국의 시장점유율을 급성장시켰다. 또한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여 스와쉬(Swash)라는 별도 브랜드 이름을 붙이고 아마존 등에 온라인 판매를 하였으며, 타이드 드라이 클리너스(Tide Dry Cleaners)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미국 캔자스시에 3개의 파일럿 점포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해 2: New-to-the-world 제품개발을 추구해야 한다.

이제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New-to-the-world) 제품은 기술적 장벽이 높아 특허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등 독점적인 지위를 오래 누릴 수 있다. 또한 기존 제품을 점진적으로 개량·개선한 제품에 비해 사업적 Impact가 크다. 2006년 McKinsey Quarterly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 매출액이 개량·개선 신제품에 비해 6.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효과를 얻기 위해 투자해야 할 시간과 자원의 규모가 매우 커 개발 리스크가 매우 큰 단점이 있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에 할당된 자원의 대부분을 파괴적 혁신을 통한 New-to-the-world 제품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자원만 낭비하고 결과는 시원치 않으며, 2~3년 안에 추진 조직이 해체되고 참여 인력은 한직으로 좌천되거나 회사를 떠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추진하는 초기단계에는 이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New-to-the-world 제품개발에 목을 매기보다는 기존사업과 연결관계가 있는 인접분야에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사업의 판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기존사업 분야의 성과가 괄목할 만하게 개선되면 많은 투자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예산 측면에서도 혁신분야에 보다 과감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P&G는 혁신의 유형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기존 제품을 개량·개선하는 유지형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다. 향이 좋은 치약, 세척력이 개선된 세탁세제 등 ‘Better’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는 기존 카테고리에 큰 변화를 주는 신제품개발을 추구하는 변화형 혁신(Transformational-Sustaining Innovation)이다. 기존사업의 시장점유율, 이익, 고객 인지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기존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2009년에 개발된 주름을 완화시켜 주는 크림인 올레이 프로엑스(Olay Pro-X)가 대표적인 예이다. 셋째는 신시장이나 신세그멘트를 창출하는 New-to-the-world 제품개발을 추구하는 파괴형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최초의 일회용 종이 걸레 제품인 스위퍼(Swiffer)를 들 수 있다.

P&G는 New-to-the-world 제품보다는 변화형 혁신(Transformational-Sustaining Innovation)을 추구하는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기존사업과 연관관계가 있는 중간 카테고리(Intermediate category)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여 기존사업에서 새롭고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2006년에 충치·치석·구취 등 여섯 가지 기능을 한데 모은 크레스트 프로헬스(Crest Pro-health), 2010년에 2시간 만에 치아를 하얗게 미백해 주는 탁월한 구강 관리 제품인 크레스트 3D 화이트(Crest 3D White) 등의 변화형 혁신을 추구하는 신제품을 개발하여 1990년대 콜게이트(Colgate)에 빼앗긴 치약 시장의 선두 자리를 탈환하게 된다.

변화형 혁신 중심의 신제품개발 전략은 기존사업의 견고한 구축 및 현금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기존사업이 견고할 때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오해 3: 별도의 독립된 조직으로 추진해야 한다.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조직과 독립된 별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조직은 이미 출시되어 검증된 신제품의 개량·개선에 치중하면서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의 투입이 따르고 실패확률도 높은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은 기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담조직의 신설로 인한 조직의 이원화는 기존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진행되지 않는다면 고립 될 수 있으며, 사업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결국에는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한정된 자원으로 혁신적인 신제품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존조직과 혁신조직간에 인력 교류(Rotation), 평가 제도, 회의체 등의 연결 메커니즘(Integration mechanism)을 구축하여 조직 운영의 선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존조직과 혁신조직간 투입 인력 운영의 원칙(예, 7:4, 8:2, 9:1)을 세워 일정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든가, 두 조직간 장벽이 생기지 않도록 인력 교류(Rotation)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조직에 참여하여 과제를 완료한 후에는 기존개발조직 출신 연구원은 반드시 원대 복귀시킨다든가,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조직에 참여하는 기간(예, 2~3년)을 설정하는 등 가이드라인 을 명확히 정하고 실행함으로써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에 누구든 참여할 수 있고, 활동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기존개발조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두 조직간에 유기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공정하게 평가·보상을 실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진행 중인 경우에는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에 참여한 인력의 평가는 전사평균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래야 기존조직에 소속해 있는 인력의 피해의식이나 상대적인 박탈감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확실하게 사업 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프로젝트팀이나 연구원들에게는 특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실패 위험이 큰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자부심과 성취감을 높일 수가 있다.

3M, IBM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탁월한 성과에 대해 특별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3M의 경우 Golden step awards라는 제도가 있다. 1 천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실현한 신제품개발팀에 수여하는 상으로, 비상하려고 하는 날개가 달린 발 모양의 황금 조각품을 성공과 명예의 상징으로 수여한다. IBM에는 Invention achievement awards라는 제도가 있는데 원천 기술을 개발했을 경우 파격적인 현금 보상과 함께 전문가로서의 성공의 징표가 되는 공인 자격증을 제공한다.

오해 4: CEO의 강력한 후원을 받으면 잘 실행될 수 있다.

혁신적인 신제품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이 급변하는 외부 환경 변화나 단기 사업 성과를 중시하는 사업부문으로부터 휘둘리지 않도록 CEO는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개별사업단위 책임자는 현안을 해결하고, 월·분기·반기·연별 등의 단기 성과 창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CEO가 주도적으로 혁신적인 제품개발 전략이나 분야에 대해서 큰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책임자들은 CEO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중시하고 CEO와의 신뢰 형성에 주력한다. 이러한 노력은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활동의 추진이 힘과 탄력을 받게 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CEO의 강력한 후원만으로는 한계가 많다. 실제로는 개별사업을 담당하는 책임자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원을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개별사업의 책임자(예, 주력사업의 사업부장)는 담당 사업의 단기 손익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혁신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더라도 마음속으로는 공감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많은 경우에 혁신이 과도하게 추진되거나, 경영환경이 악화되거나 사업 성과가 저하될 기미만 보여도 단기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리를 앞세워 혁신을 너무 강하게 추진하면 기존의 주력사업이 약해지고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와 불만을 CEO에게 표출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CEO도 개별사업 책임자들의 불만과 요구가 거세지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보다는 기존사업으로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고,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초기와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혁신 추진에 대한 일관성도 떨어지고 추진력도 지지부진해져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CEO는 물론 사업부장이나 CFO 등 C-레벌 임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견고한 신뢰 관계를 형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CTO나 연구소장 등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추진하는 책임자들은 CEO는 물론 단위 사업책임자와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업부장들과의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혁신 활동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고취시켜 혁신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또한 사업부장의 단기 성과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기술 용어보다는 사업성을 강조하는 쉬운 용어나 공통의 용어를 사용하여 혁신 조직의 대응 방안을 자주 이야기하며 사업 및 기술적인 성과물을 정기적으로 보여주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CEO, CTO, CFO, 단위사업 책임자 등이 함께 참여하는 최고경영팀(Top management team)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슈퍼 컴퓨터 회사인 크레이(Cray)는 시장이 성숙되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었다. CEO로 페테 운갈로(Pete Ungaro)가 2005년에 부임하자 하드웨어 판매회사가 아닌 기술 솔루션 판매회사로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재정의할 필요성을 느낀다. 실행 방안의 일환으로 기존 영업조직과 별도로 고객 엔지니어 조직을 독립적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컴퓨터 판매 영업조직이 강하게 저항하고 반발하였다. 최고경영팀은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여 ‘독립된 고객 엔지니어링 사업부’ 신설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을 의결한다. 최고경영팀은 별도 사업부 신설이 단기 성과를 저해하겠지만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하였던 것이다.

최고경영팀 멤버인 각 부문의 리더들은 담당사업의 손익 차원을 넘어 전체 기업의 성과에 의해 보상받았다. 최고경영팀은 합의가 아니라 전사차원에서 단기와 장기 모두에서 향상되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멤버들은 장기적인 성장 동력에 초점을 맞추고 전사 레벨의 협력을 시도해 나갔다.

최고경영팀에서 혁신이라는 것이 힘을 얻고, 충분한 자원을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분명히 힘든 일이다. 크레이의 CEO인 페테 운갈로는 “우리는 수익의 5%밖에 되지 않는 미래의 일을 위해 50%의 시간을 썼습니다.” 라고 혁신의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다. 최고경영팀의 노력에 힘입어 크레이의 성과는 크게 향상되어 2010년에 6% 이상의 매출성장률을 거두게 된다.

경영자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직책이나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현재의 주력사업과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중 한쪽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관점은 편협한 것이며 기존사업과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존사업에서 창출된 자금은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에 필요한 투자의 기반이 된다. 반면 주력사업이 견고하지 않고 흔들리면 경영진의 관심이 기존사업으로 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의 실행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고경영팀은 기존사업과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둘 간의 역동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양손잡이 리더십을 지혜롭게 발휘해야 할 것이다.

기존 사업부문을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어야

기업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통해 우회축적의 효과를 누리기 위한 요건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중장기 차원의 사업 목표를 명확히 설정·공유하고 전사 차원의 추진체계와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을 변화형 혁신을 중심으로 추구하여 역량과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 셋째, 기존 사업부문은 R&D 투자 증대 등으로 인한 단기적 손실을 감내하고, 기존조직과 혁신조직간에는 연결 메커니즘을 구축하여 조직 운영의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의 불만과 저항을 극복하고 기존사업과 혁신간에 역동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팀은 양손잡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결국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 사업부문을 적이 아니라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적인 신제품개발 노력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채, 귀중한 자원만 낭비하고 기업을 쇠락의 길로 이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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