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이달 말 퇴임하는 김승유 회장, 김종열 사장에게 거액의 공로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 대해 금융당국이 지급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하나금융 이사회에서는 김 회장에게 45억원, 김 사장에게 15억원가량의 공로금을 주는 방안이 논의됐다.

연봉의 25%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으로, 세금을 뺀 실수령액은 각각 30억원·1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을 포함해 하나금융을 초대형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킨 데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하나금융은 설명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42년 동안 조그마한 단자 회사를 이 정도로 키워 놓았으면 그에 따른 보상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19일 "금융그룹 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많은 보상을 받아 왔으면서, 왜 또 격려성 공로금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임원에게는 별도 퇴직금이 없고, 두 사람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받긴 했지만 행사가격이 너무 높아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들어 공로금 지급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김 회장은 7만2000주, 김 사장은 6만4000주의 스톡옵션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주 주가 하락으로 스톡옵션 행사가격(4만9900원)이 현재 주가(4만3850원)보다 높아 행사 기한인 23일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두 사람에 대한 특별공로금을 지급하기 위해 23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리는 안건을 상정한다.

특별공로금의 최종 지급 여부는 주총 직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국내 금융회사가 퇴임 경영진에게 공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포스코가 지난달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 유족에게 40억원의 공로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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