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전철여행

춘천의 봄 풍경은 산과 호수가 모두 청록색 빛으로 수채화처럼 물드니 산빛인지 물빛인지 호수 속에 풍덩 빠지는 느낌이 절로 인다.
 
특히 초봄에는 하얀 안개가 산에 어려 안개꽃을 연출하니 발걸음도 가볍게 데이트를 즐기듯 춘천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거울 같은 초봄의 춘천 소양호. 길목에 카페가 들어서 있어 호젓하게 데이트를 즐기기에 좋다.
거울 같은 초봄의 춘천 소양호. 길목에 카페가 들어서 있어 호젓하게 데이트를 즐기기에 좋다.

호수에 둘러싸인 안개도시 춘천. 봄기운을 뚫고 아련히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면, 산도 집도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듯한 묘한 설렘을 건네는 춘천으로 봄나들이를 나서본다.
 
춘천 여행은 서울 상봉역에서 전철을 이용하면 완행을 이용해도 1시간 20분 정도 걸리며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춘천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만날 곳은 바로 유럽식 정원으로 꾸며진 제이드가든. 지난해 5월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에 3만평 규모로 개장한 이곳은 경춘선을 이용하면 서울 상봉역에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입구에 있는 투스카니 양식의 건물은 유럽의 성에 온 듯한 느낌이 들고 이곳에서 1.5킬로미터 정도 오솔길을 따라 24개의 정원이 비밀의 숲처럼 연결돼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다년생 초화들을 영국식으로 꾸며놓은 보더 가든, 이탈리아풍 정원에 수로를 중심으로 잔디밭과 화단을 꾸민 이탈리안 가든,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만병초, 양치식물류, 노루오줌류를 모아둔 로도덴드론 가든 등 24곳의 정원과 수생식물원, 편의시설이 일자로 길게 줄지어 있다. 왕복 1.5킬로미터 정도로 천천히 둘러보는 데 2시간가량 걸린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제이드가든 수목원’

영화 <너는 팻>과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로 유명한 제이드가든 수목원은 현재 드라마 <풀하우스>의 후속작 <풀하우스2>를 촬영하고 있다. 그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수목원을 돌아보는 코스는 세 코스로 나뉜다. A코스로 올라가 B코스로 내려오면서 여러 가지 식물들을 구경하면 좋다. 연인끼리 갔다면 B코스를 추천한다.

봄이라 하기에는 좀 쌀쌀한 날씨지만 나뭇가지 끝에 봄소식을 알리는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온실수목원에서는 알록달록 봄꽃이 먼저 봄소식을 알리고 있다. 영화 <너는 팻> 촬영지를 지나 완만한 코스로 수목원 정상에 오르면 훤히 내려다보이는 수목원의 전경이 아름답다.

경춘선 굴봉산역에서 제이드가든까지 매일 오전 10시 45분부터 오후 4시 45분까지(제이드가든~굴봉산역은 오전 11시 10분부터 5시 10분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유럽식 정원처럼 꾸며진 제이드가든(위)과 유럽식 카페 제이드가든레스토랑(아래).
유럽식 정원처럼 꾸며진 제이드가든(위)과 유럽식 카페 제이드가든레스토랑(아래).

수목원을 산책하다 보면 어느덧 식사시간이 된다. 춘천은 닭갈비의 본고장. 춘천시내로 이동해 닭갈비의 원조집을 찾아간다. 춘천의 명동 닭갈비 골목에 10여 집이 성업 중이다.

이 중에서도 명물닭갈비는 원산지 표시 자율시행 음식점으로 국산 재료만 사용한다.
 
주인이 개발한 표고버섯닭갈비와 치즈닭갈비, 삼겹살닭갈비, 느타리버섯닭갈비 등의 메뉴가 다른 집과 차별화된 메뉴. 가게 안에서는 술과 담배가 금지되고 원두커피와 오렌지주스 등 다양한 음료가 준비돼 있어 가족단위 손님이 많다.
 
둥그런 무쇠판에 양배추와 고구마, 떡, 양념한 닭고기를 넣고 볶아먹는다. 20여 가지의 재료로 만든 양념으로 볶은 닭갈비는 부드러우면서 자극적이지 않다.

경춘선 전철은 주말에 자전거를 싣고 탈 수 있다. 춘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느끼고 싶다면 호반 하이킹을 추천한다. ‘북한강 자전거길’이 연결되면서 마니아들에게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주말엔 ‘북한강 자전거길’ 마니아 가득

자전거길의 하이라이트인 의암댐에서 춘천댐으로 이어지는 호반길은 놓치기 아까운 아름다운 코스다. 미루나무가 가득 담긴 한 척의 배처럼 호숫가에 둥실 떠 있는 중도를 곁눈질하며 달리는 호반길은 여유가 있다.

삼악산 입구를 막 지나치면 손에 잡힐 듯한 근거리에 춘천 시가지가 물그림자를 띄우고 춘천댐이 멀리서 보이는 곳에 이르면 직선에 가까운 강변길. 산 아랫자락을 휘감은 너른 호수 풍경을 마음껏 눈에 넣을 수 있다.

호젓한 데이트를 즐기고 싶다면 버스를 타고 소양호 쪽으로 가는 게 좋다. 가는 길목에 예쁘게 단장한 카페와 춘천의 명물 닭갈비집들이 들어서 있고, 그리 크진 않지만 무리 지어 꽃송이를 터뜨리는 벚꽃길이 상춘객을 먼저 맞는다.

오리보트 탑승 체험을 할 수 있는 공지천(위 사진). 호반카페(아래 오른쪽 사진)와 춘천의 명물 닭갈비.
오리보트 탑승 체험을 할 수 있는 공지천(위 사진). 호반카페(아래 오른쪽 사진)와 춘천의 명물 닭갈비.

여기에 두 가지 보너스가 더해진다. 소양호로 가는 배에 몸을 실어 육지 속 바다의 낭만을 느낄 수 있고, 그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청평사가 기다리고 있다.

청평사 가는 길의 계곡은 참말로 깨끗하고 아기자기하다. 더불어 봄기운이 슬슬 나무들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사이 보송보송한 새순들이 고개를 내민다.

청평사로 오르는 작은 오솔길은 볼거리가 많다. 우선 고려시대 정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인공 연못 영지가 있다. 고려 때 이자현이 조성했다는 이 영지는 청평사를 감싸는 오봉산 부용봉의 절경을 품고 있다.

청평사 경내는 단아하다. 대웅전을 비롯한 극락보전의 가람배치는 절을 끌어당겨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오래된 석축이 천년의 세월을 쌓아왔지만 건물들은 생나무 향이 채 가시지 않은 새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웅전 기와 너머로 울컥 다가오는 오봉산의 바위 얼굴이 여행객들에게 눈을 맞추는 것으로 청평사를 찾은 여운을 대신한다.

초록빛 물빛이 산보다 먼저 다가오는 소양호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소양댐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 언덕길을 오르면 거대한 댐의 위용을 대변하듯 ‘소양강 다목적댐’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선착장에 내려서면 초록빛 물빛이 여린 새순처럼 마음을 흔든다. 양구까지 장장 1백50리 뱃길을 30분 만에 주파하는 쾌속선을 탈지, 1시간 정도 소양호 일대를 유람하는 유람선을 탈지는 시간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이야 자유지만 아무래도 호수의 초록 정취를 느끼기에는 유람선이 더 좋다.

호젓한 데이트 코스 소양호와 청평사

유람선은 양구행 배와 달리 정해진 시간이 없어 사람이 좌석을 제법 차지하고 나서야 뿡뿡거리며 출발한다. 유람선에 몸을 싣고 산과 맞닿은 물빛, 물과 맞닿은 산빛에 취할 수 있는 청평사를 둘러보고 그 감흥을 잠시 다스릴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여유를 부려볼만하다.

청평사 가는 길은 숨겨진 보물찾기를 하듯 봄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곳. 춘천인형극장(오른쪽 위 사진)과 국립춘천박물관도 간 김에 둘러볼 만하다(오른쪽 아래 사진).
청평사 가는 길은 숨겨진 보물찾기를 하듯 봄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곳. 춘천인형극장(오른쪽 위 사진)과 국립춘천박물관도 간 김에 둘러볼 만하다(오른쪽 아래 사진).

신매대교 입구에 있는 춘천인형극장은 국내 유일의 인형극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 극장이다. 춘천인형극장에는 재미있는 인형극 공연뿐 아니라, 어린이들이 직접 인형을 만들고 공연도 할 수 있는 ‘인형공방’, 세계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인형들을 볼 수 있는 ‘인형박물관’ 등 어린이들을 매료시킬 만한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다. 춘천댐 가는 길목과 의암댐 주변에 특히 많은데 의암댐 인근의 강으로 향하는 문(☎033-244-7726)과 공지천공원 옆 갤러리카페 알뮤트1917(☎033-254-1917) 등이 가볼 만하다.

글과 사진·유철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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