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정파이익에 함몰…정치세력화 시도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몇몇 구청장들이 행정업무 보다 정파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에 올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구청장의 경우 그 정치행위가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까지 있어 국가정보원 등 사정당국의 감시대상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그해 12월20일 금천구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함께 만드는 위대한 대한민국 2011년 새마을 운동 종합평가 대회'행사에 참석했다.

이 지역 언론사인 금천뉴스 김홍년 사장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차 구청장은 축사에 앞서 "북한 김정일 장군이 돌아가시고 지도자가 돌아가셨다"고 발언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도 있어

당시 행사장에서 차 구청장은 자신의 발언에 300여명의 참석자들이 술렁거리자 황급히 새마을 운동 경과 보고로 말을 바꿔 분위기를 전환했다.

차 구청장의 발언은 국가보안법 7조에 적시된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한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서대문구에서도 특정 정파에 치우친 정치활동의 사례가 있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지난해 11월28일 열린 '제3회 코리아국제포럼'이라는 행사를 후원했다.

이 행사는 급진적 좌파단체인 21세기코리아연구소 주최로 열린 포럼으로, 개막식에는 종북인사 강정구 씨를 비롯해 당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2011년 10월28일 열린 독립민주페스티벌이라는 행사 연사에서 조화순 목사라는 인물은 "박정희 대통령의 머리를 탁구공 삼아 탁구채로 때려주고 싶다"는 등 전직 대통령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 그럼에도 주최측이 이를 제지하지 않아 지역사회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이와 함께 성북지역의 김영배 구청장은 인권에 올인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올해 안으로 권역별, 직능단체별 구민 인권아카데미와 공무원 인권교육을 개최하고 인권기본계획을 수립, 인권지킴이 활동, 인권 옴부즈만 제도 도입 등 다른 지자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주민복지 확대에 사활을 거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인권문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계자는 "인권교육을 하다 보면 현 정부에 대한 잘못된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하고 (그래서) 특정 정파에 대한 의식교육을 하는 자리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좌파이념 서적 읽고 논술 승진시험

노원구의 경우는 더 구체적이다. 김성환 구청장은 취임시 4년 동안 ‘한나라물을 싹 빼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인물. 지역에서는 ‘김 구청장이 노원구를 영원한 좌파들의 해방구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져 있다.

또한 김 구청장은 천안함 사건 이후 무단방북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한 한상렬 목사의 구속반대 시위를 주도한 나핵집 목사를 노원구 인수위원장 임명에 이어 노원구 정책협의회 등에 깊숙이 관여하게 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승진시험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저)' 등 자본주의를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좌파성향의 이념서적을 포함시켜 논술시험을 치르게 했다.

이는 재임기간 자기편 조직을 확대하고, 노원구를 좌파세력 진출의 진원지로 만들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김 구청장은 노원교육복지재단을 출범시켰다. 재단 이사장에는 T씨를 임명했다. T씨는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 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두 차례 옥살이를 한 바 있다.

◆기부금 모집 과정서 ‘잡음’ 감지

현재 재단은 기부금을 모집하고 있는데 조성 과정에 잡음이 감지된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노원지역 내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모 학원과 모 백화점에서 각각 1억원을 기부했다.

이 학원의 경우 기부금 1억원과는 별도로 학생들이 노원교육복지재단 등 기부단체에 기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보여주면 학원 셔틀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학원이 지역 행정기관인 노원구청의 '협조'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방자치학회 안성호 회장(대전대·행정학과)은 “지방자치단체장은 기본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서 “남북문제나 지방자치와 직결되지 않는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들고 나와서 본인 스스로 정치적인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H대 모 교수는 “정치 색깔이 농후한 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수장으로서 직분과는 상관 없는 행보”라며 “경우에 따라 여론과 민심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불필요한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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