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망론이 타격을 받게 됐다.

새누리당은 부산 18개 선거구 중 16곳을, 울산 6개 선거구 중 6곳
모두를, 경남 16개 선거구 중 14곳을 쓸어 담았다.

17대 국회나 18대 국회보다도 더 뛰어난 성적이다.
부울경 지역 야권의 양대 축인 진보진영과 친노진영이 모두 박근혜 한 사람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문재인 바람'에 맞서 역대 최고의 성적 거둔 박근혜

'친일 발언'의 하태경 후보(
부산 해운대기장을)나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문대성 후보(부산 사하갑) 등도 무난히 승리를 거뒀다.

각종 무리수로 초반의 신선한 모습이 많이 퇴색한 부산 사상 손수조 후보조차 문재인 후보와 10%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낙하산 공천으로 힘겨운 승부를 벌였던 나성린 후보(부산 진갑)도 막판에 김영춘 후보의 거센 추격을 따돌렸다.

부산울산경남 40개 선거구 가운데 박근혜의 자장 밖에서 승부가 벌어진 곳은 세 군데에 불과하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를 따돌린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가 있는 김해을, 친노진영과 거리를 둔 나홀로 선거로 새누리당 안준태 후보를 압도한 민주당 조경태 후보가 있는 부산 사하을,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한표 후보와 새누리당 진성진 후보의 난타전이 벌어진 거제 정도다.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화력을 퍼부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전략이 대성공한 것이다.

물론 세세히 들여다보면 야권도 성과가 없진 않다.

부산의 경우 상당수 지역구에서 접전이 펼쳐졌다.
새누리당이 문제 있는 후보를 내세우고도 밀어붙이는 모습에 대해선 젊은 층의 염증도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의 득표율이 45%에 육박한 이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끄는 부산 야권은 "더 이상 선전은 필요없다"고 선언했었다.


그런데 낙동강 벨트에서 야권 후보들은 줄줄이 전사하고 문 이사장 본인과 김해갑의 민홍철 후보만 살아남는데 그쳤다.

문 이사장을 압도하는 성과를 거둬 '부산 3선'이라는 고지에 오른 조경태 후보는 자력갱생한 케이스다.


▲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연합
문재인 사단, PK에서 왜 힘을 못 썼나?

이같은 초라한 결과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따른다.
일단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부산 중노년층의 '묻지마' 수준 지지가 첫 손가락으로 꼽힌다.

두 번째는 한미FTAㆍ제주해군기지 논란과 김용민 후보 막말 논란 등이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한편 중도층이 야권 지지로 옮겨가는 것을 막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문 이사장을 비롯한 친노진영이 '2%' 부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MB심판'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부각시켰을 뿐 "박근혜는 안 되냐?"에 대한 미래지향적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문 이사장이 추천해 비례 7번에 배정된 배재정 전 부산여기자회 회장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부각시킬 적임자"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게다가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높은 '낙동강 벨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인사들이 모이면서 부산의 중원과 신도심인 동부를 비우고 말았다.

이런 까닭에 고리원전 문제로 탈핵 이슈가 부각되면서 해운대 등 부산 동부의 민심이 출렁거렸지만 민주당은 이를 제대로 받아안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해당 지역 후보는 친일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하태경 후보였지만 그는 무난히 금배지를 달았다.

행동 반경 좁아진 문재인, 화려하게 컴백한 이해찬이 교통 정리?

이같은 초라한 결과로 인해 문 이사장의 행동반경도 좁아지게 됐다.


그는 총선 직전 "국회의원하려고 정치판에 나선게 아니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지만 파괴력이 떨어지게 됐다.
민주당의 무게중심은 급속도로 수도권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또 공천 파동 등의 와중에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민주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이 되어버린 그에게도 한명숙 지도부와 공동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될 때 부산 득표율이 29.9%였다.

지금 문 이사장은 40% 이상의 득표력을 보였다.
이만한 사람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에 맞서 영남을 갈라칠 수 있는 대선 후보'로서의 강점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다.

문 이사장이 이같은 강점을 살리기 위해선 수도권에서 대거 약진한 민주당 친노 후보들과 관계설정이 중요할 수 있다.


'부산 친노'와는 결이 또 다른 수도권 친노 인사들에게는 또 다른 정치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세종특별자치시 초대 선거에서 압승하며 화려하게 복귀한 이해찬 전 총리가 '교통 정리'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문 이사장은 일단 12일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밖의 초라한 성적 앞에 당황하고 있는 문 이사장 쪽은 "단촐하게 갈 것"이라고만 말했다.

문 이사장 쪽은 빠른 시간 내에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고 PK지역, 나아가 민주당을 추스릴 수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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