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19대 총선에서 결국 야권에 패배를 안겼다.

11일 치러진 19대 총선 결과 민주통합당은 130석 안팎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통합진보당과 합쳐도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야권의 패배엔 나꼼수 패널인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 파문이 결정적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꼼수’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야권에 있어 ‘나꼼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야권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확고한 젊은 층의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꼼수의 위력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나꼼수는 시민사회 진영을 대표해 나온 박원순 후보를 적극 지원해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진보 정당의 유력
인사들이 나꼼수에 출연하기 위해 줄을 섰고, 정당 행사 때마다 나꼼수의 패널들은 앞다퉈 초대됐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달랐다.

나꼼수 패널이었던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갑에 같은 패널 출신인 김용민씨가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으면서 ‘세습 공천’ 논란을 빚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나꼼수의 눈치를 본다” 등의 나꼼수를 향한 날선 비판이 터져나왔다.

선거 막판 불거진 김 후보의 성적 비하, 막말 논란 등은 야권 전체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앞세운 ‘정권심판론’으로 승기를 잡아가던 선거전은 김 후보의 막말 변수로 급전환됐다.

민주당에서 사퇴를 권유했지만, 김 후보와 나꼼수팀은 “걸레가 되어서라도 버틴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이후 그들만의 지지자와 함께 그들만의 선거를 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당초 여유 있는 승리를 예상했던 야권은 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했다.
젊은 층이 많은 수도권에선 다소 선전했지만,
중장년층이 대다수인 강원도와 충청 지역을 새누리당에 내줬다.

결국 나꼼수와 김 후보는 자신들의 말처럼 이번 총선 결과를 좌지우지한 셈이 됐다.

나꼼수 공동진행자인 김어준씨는 최근 방송분에서 “김 후보 혼자 대한민국 선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김용민이 자폭하면 민주당 다 죽고, 야권 다 죽는다”고 말한 바 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김 후보의 파문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김 후보가) 민주당이 청년층의 표를 얻는 데 있어선 득이 됐지만, 중장년층의 표를 잃게 만들었다.

어느 게 더 많았느냐는 수치를 찾긴 어렵지만 (선거 결과로 볼 때) 잃은 게 더 많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물론 야권 내에선 나꼼수와 김 후보를 두둔하는 의견도 있다.

우위영 통진당 대변인은 “서울에서 봤듯이 (김 후보의) 영향은 크게 없었다”면서 “공중전에서 야권이 뒤졌다기 보단 선거 전략 싸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통진당 내부적으로는 전통지지층이 이완되면서 단단하게 결속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 후보는 8년전 했던 막말 파문에
발목을 잡혀 이노근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김 후보는 이날 11시 30분경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모로 부족하고 허물 많은 사람에게 분에 넘치는 지지를 표해줘 감사하다”며 “평생의 빚으로 안겠다. 또한 역사의 진전에 별 도움이 못된 터라 지지자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깊이 근신하며 이 사회에 기여할 바를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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