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투표독려'는 찬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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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유튜브에 4.11 총선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안 교수는 지난 주 전남대와 경북대에서 2차례 특강을 이어가며 이번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투표에 참여할 것을 여려 차례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투표 독려' 3단계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잇따른 특강과 유튜브 동영상 사이에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안 교수는 특강에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정당에 얽매이지 말고 어느 후보가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실행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보고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정당에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일반적인 수준의 내용이었습니다.

유투브에서는 기조가 다소 바뀌었습니다. "나쁜 돼지들이 성속에 숨었어요. 견고한 기득권 속에 숨었는데요. 거기를 향해서 이 착한 새들이 자기 몸을 던져서 그 성곽을 깨뜨리는게 앵그리버드입니다. 그러니까 이 앵그리 버드 한마리, 한마리는 여러분들의 한 표, 한 표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안 교수는 견고한 기득권을 깨기 위해서는 개인의 투표 참여가 중요하다는 표현을 앵그리버드라는 스마트폰 게임을 빗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의 의미가 모호합니다. 특정 정당을 의미하는지 재벌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 발 더 들어가 봅시다.

"투표가 밥을 먹여주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는 투표가 밥을 먹여준다고 생각해요. 투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고, 삶의 질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고."

투표가 일자리, 그것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삶의 질을 좋아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나쁜 일자리와 삶의 질 저하를 위해 투표하라는 취지는 아닐 겁니다. 대단히 일반적인 얘기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일자리와 더 나은 삶을 위해 투표하라는 얘기는 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안 교수의 생각이 내포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 지역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제가 태어나고 성장한 고향인데요. 부산 시민분들 현명한 분들이시니까 이번에 좋은 분들 선택하시리라고 믿습니다."



다분히 일반적인 얘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3분짜리 동영상에서 수많은 지역중에 하필 부산을 언급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 교수는 강의에서 지역주의를 구체제로 규정하고 비판했습니다. 구체제를 극복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여러차례 언급했습니다. 영남과 호남은 지역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곳입니다. 견고한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고 민주통합당은 부산지역에 당내 비중있는 인사들을 배치했습니다. 안 교수의 메시지가 다분히 일반적인 얘기가 아닐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안 교수는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가장 자신없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것도 율동과 함께. 정치권에서는 대략 여야의 균형지점을 투표율 55%로 예상했습니다. 55% 아래면 새누리당에 55% 이상이면 민주통합당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하자는 여야의 무게중심도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새누리당은 지지층의 적극적은 투표를, 민주통합당은 투표 참여도가 낮고 민주통합당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젊은층의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투표율 70%는 민주통합당에 대단히 유리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의미있는 수치입니다. 이른바 민주통합당이 주장했던 정권심판론에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안철수 교수의 3분 동영상은 대단히 구체적이고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파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서울대 강연에서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비정치적 영역에서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이미 정치행보를 시작했다고 보는 관측이 많습니다. 강연정치, 찬조정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 총선 이후 안 교수의 정치적인 행보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안 교수의 동선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하는 이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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