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3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113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지난 2월 일어난 고리 원전 1호기 전력공급 중단사고를 계기로 마련한 ‘원전운영 개선 종합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3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여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고리 1호기 사고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신 상태 해이와 경직된 조직된 문화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최대한 한수원의 조직을 정비하고 안정성을 개선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3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여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지경부는 우선 6월 3~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문제가 된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한 시설 안전 점검을 받기로 했다. IAEA 사찰단 8명이 직접 고리 원전 현장을 방문해 주요 시설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받는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3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여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원전 안전 감독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측 IAEA사찰팀의 보고서와 자체 안전성 점검 결과를 분석해 고리 1호기의 재가동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 재가동 시기는 이르면 6월말이 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재가동에 문제가 되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면 거센 폐로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원전 재가동 허가를 내주는 안전위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고리 1호기 재가동 시기를 속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3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여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4월까지 문제를 일으킨 고리 1호기에 비상전력 공급용 이동형 디젤발전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종전 비상디젤발전기 2대에 비상급전장치 1대를 포함해 총 4대 비상발전기가 설치되는 셈이다. 또 내년 3월까지 900억원을 들여 낡은 비상디젤발전기 2대를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원전 운영의 투명성 강화와 비리 근절을 위해 4개 분야 15개 세부 추진 대책을 내놓았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3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여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책에는 4월부터 7월까지 20년 이상 원전 9기의 증기발생기, 터빈 등 노후화한 설비를 조기 교체하고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계획예방 정비에서 검사항목을 50개에서 100개로, 정비기간도 20~30일로 늘리는 방안, 한수원이 원자로와 터빈발전기 등 핵심설비를 직접 점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또 민간환경감시기구 기능을 강화하고, 본사에서 24시간 운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내용에 들었다.

이 밖에 내년 중 IAEA로부터 안전문화 평가 수검을 받고 장기 근무자 순환 보직이동, 검사 출신을 중심으로 한 감찰반 운영, 한수원 퇴직자의 하청업체 재취업 관리 강화와 비리신고 핫라인 신설, 하청업체 삼진아웃제도 포함했다고 지경부는 밝혔다.

정부의 이번 종합대책은 늑장 대처라는 비판이 있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내놓은 종합대책은 원전 관리의 상당 부분이 하청 용역업체 직원들에 맡겨져 인력구조의 취약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등 주요 원전사고가 작업자의 실수로 발생한 것에 비처 볼때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사고 관련자 처벌에서도 최고 책임자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전위는 이달 초 고리 원전 1호기 소장을 비롯해 현장 인원 3명만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현장 담당자만 처벌하는 꼬리 끊기라는 지적에 대해 “법인인 한수원에 대한 고발도 이뤄져 검찰 조사에 따라 추가 징계가 이뤄질 수는 있다”면서도 “김종신 한수원 사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에 대한 징계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또 중복투자·선심성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국민에게 원전 운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한다고 했지만 이미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원전 운영 현황을 공개하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또 주민 소통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2014년말로 예정된 한수원 본사 이전 계획을 1년 앞당겨 올해말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선심공약을 내놨다. 또 원전주변 지역의 취약계층 고용확대, 사회적 기업 약성, 장학관 건립 등 입막음식 선심성 방안을 다시 쏟아냈다. 하지만 본사사옥은 2015년말 완공될 예정이어서 사옥이 완공되지 않은 시점에서 인원을 조기 배치하고 지역에 대한 투자만으로 전국민의 불안감을 씻어내기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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