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월세 수익이라도 얻으려 분당선 수내역과 통하는 역세권 상가 점포를 분양받은 김모씨(57)는 요즘 속이 썩고 있다.

전철역과 백화점이 가까워 쏠쏠한 투자처라는 분양업체의 말과 달리 세입자가 없어 애물단지가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근처 공인중개사에 들러봐도 경기가 나빠 점포를 찾는 사람이 없다는 말 뿐이라 차라리 팔려고 했지만 시세가 없다는 말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몇년째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임대수익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만큼 상가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전철역 인근 역세권 상가에 투자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수도권 전철역과 지하철역은 400개가 넘는다. 역세권만 믿고 상가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역세권 상가라거나 상가 1층이나 출입문이 바로 앞에 있어 입지가 좋다고 해도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반드시 상가 평면도를 보고 소비자의 동선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상가에 들어올 때 어느 쪽으로 출입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 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역세권 상가의 경우 규모가 크고 지하철 등으로 이어지는 출입문이 따로 나 있어 소비자들의 출입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의 경우 출구와 바로 연결되는 점포가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고 겨울에는 아예 잠그기도 해 호객 효과가 없다는 평가다.

지하철과 상가가 직접 연결된 경우, 연결통로를 소비자가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길인지 선택에 따라 지나는 길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전철역과 상가가 연결돼 있어도 상가를 굳이 지날 필요가 없으면 고객 유입효과가 없다”며 “상가를 지나가는 것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지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1층 상가를 고를 때는 점포가 출입문 앞쪽에 배치돼 있는지 뒷쪽에 배치돼 있는지 봐야 한다. 또 1층 앞부분에 점포가 있어도 조경시설 등이 고객의 시야를 막거나 접근을 불편하게 하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박 소장은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상가는 개별성이 강한 상품이라 쉽게 봐서는 안된다”면서

“특히 지역적 특성을 따지고 이용자의 접근 편의성과 상가 점포의 상태와 수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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