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정책센터 김은경 책임연구원은 부담금 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한국 부담금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 관점에서의 바람직한 부담금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은 복잡한 조세체계와 과중한 준조세 부과로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부담금은 기업의 사업비용을 증가시켜 투자의욕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한 부담금들이 중앙정부에 귀속돼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이에 대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저세율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조세체계에 비해 부담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기업과 국민 경제활동에 실질적인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7년간 부담금 징수 규모는 연평균 11.4% 증가해 같은 기간 국세수입 연평균 증가율인 8.3%를 상회한다. 이는 부담금이 조세에 비해 신설이 쉽고 특정 사업에 대한 재원확보가 용이하며 납부 의무자들의 저항이 조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할 뿐 아니라 각 부처들이 부담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담금의 부담 주체가 명백하고 특정하게 정해져 있어 징수가 용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부담금은 신·증설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부담금이 적절하게 운용되지 못할 경우, 향후 국민 부담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은 지난 2001년 부담금 신·증설을 억제하고 부담금 운용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을 확보하기 위해‘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했다. 이후 2008년 12월말 기준‘부담금관리기본법’에 근거한 부담금은 모두 101개, 징수총액은 15조 2,7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으며, 부담금 수입의 79%인 약 12조 원은 기금 및 특별회계 등 중앙정부 사업에, 나머지 3조 3천억 원은 지자체·공단 사업 등에 지출된다.

부담금 제도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을 위한 기본방향

우리나라 부담금 제도의 문제점은 부담금 징수실적이 없는 사례가 많고 부담금 부과 취지와 기금 목적이 배치되거나 부과대상이 중복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들은 실질적인 부담금 관련 행정업무를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부담금이 지방자치단체 재정확보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2008년 부담금의 78.6%가 중앙정부 귀속분인 반면 지방자치단체 귀속분은 9.0%에 불과하며, 귀속주체별 부담금 징수액 증가율 또한 지방자치단체 귀속분이 가장 낮다는 것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기업의 투자활동과 관련해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환경 관련 부담금과 건설교통 관련 부담금이다. 환경 관련 부담금은 환경개선특별회계로 편입 관리된다. 따라서 세입원과 관계없이 전용되기 때문에 특정 부담금 징수에 따른 해당 분야의 환경개선에 제대로 활용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 부담금이 환경에 미치는 직접적인 개선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

건설 관련 부담금은 동일 개발 사업에 세금과 이중 부과돼 개발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동일목적으로 징수되는 불합리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과도한 부담금은 결국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제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부담금은 취지상 하나의 목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동일한 부과요율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정책의 일환으로 수도권은 지방에 비해 여러 가지 부담금 감면 혜택에서 제외된다. 부담금 설치 목적이 수도권 성장억제가 아닌 이상 수도권에 부담금을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부담금 제도 개선의 기본방향은 ▲기금과 특별회계 정비 ▲부담금 최소화를 위한 제도 정립 ▲부담금의 지방재정 기여 확대 ▲국민과 기업 부담 경감 ▲부과요율 재정비 ▲부담금 통폐합 ▲부담금 평가 강화 ▲부담금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 수렴 의무화 ▲부담금에 대한 형평성 제고 등이다.

최근 정부가 내세운 부담금 제도 개선의 기본방향과 추진과제는 원칙적으로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부담금을 필요로 하는 기금과 특별회계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 한 부담금제도 개선은 불가능하다. 비록 통폐합이 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재원으로 하는 기금과 특별회계 예산이 계속 높아진다면 부담금 액수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다. 정부의 부담금 개선 방안은 부담금의 귀속주체별 배분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고 수도권 중심의 차별적 부담금 개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다.

각 부담금 제도는 지자체에 귀속해야

김은경 책임연구원은 부담금 제도의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물이용부담금, 개발부담금, 광역교통시설부담금, 학교용지부담금을 제도 개선 사례로 분석했다.

물이용부담금의 경우 향후 환경관련 조세 및 부담금 구조 조정과 연계해 존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물이용부담금의 부과는 수질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주민지원 목적은 삭제해야 한다. 물이용부담금을 지속적으로 부과한다면 기금 관리와 운용 주체를 지방자치단체 내지 지방 차원의 거버넌스 기구로 이관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해당 부담금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부과율을 한층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방식으로 추계하고, 지역 사정과 수질목표를 고려한 배분공식을 제안해야 한다.

개발부담금은 투기억제와 규제완화에 따른 이익 환수에 목적을 둔다면 원칙적으로 폐지돼야 하며,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는 양도소득세 체계로 통합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개발부담금 부과요율은 인하하고, 감면대상은 확대해야 하며 적용시 형평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발부담금이 유지될 경우, 징수 금액은 모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게 환원해야 한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지역광역교통특별회계로 100% 귀속시켜 광역교통 발전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차등부과를 위해서는 시·군 단위의 교통수요특성을 조사하고 교통시설 확충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지방자치단체별 특성을 반영해 부담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부담금 부과와 징수, 관리와 부과요율에 이르기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사정에 맞게 결정할 수 있도록 부담금 관련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해야 한다.

학교용지부담금은 원칙적으로 폐지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현행 학교용지부담금이 유지될 경우에는 정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분리 문제를 극복하고 지방자치 정신에 적합한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장기적 로드맵과 정책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정부에게 교육 권한을 완전히 이양시키면서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여부를 각 지방정부가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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