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임원과 학회 회장, 사제지간…두 차례 공동저자 논문도 발표



지난 8월 23일 발생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방붕괴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사고 원인분석과 붕괴책임 등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집중 분석해 보도했다.

죽음의 잿빛 바다로 변해버린 광양만 환경참사를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후속취재를 벌인 결과, 제방 추가붕괴 가능성 등 각종 의혹이 추가로 확인됐다.

CBS는 그 두 번째 의혹으로 포스코 측과 사고원인 조사를 의뢰받은 학회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해 단독 보도한다.[편집자주]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방붕괴사고와 관련해 포스코 측과 사고 원인조사를 맡은 학회 간의 유착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달 24일부터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포스코와 폐기물매립업체 간의 협약에 따라 토목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지반공학회에 붕괴사고 조사를 맡겼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효율을 이유로 한국지반공학회 외에 다른 학회에도 사고조사를 의뢰키로 결정하고 지난 14일 모 환경 학회에 사고조사를 정식으로 의뢰했다.

◈ 포스코건설- 학회의 밀접한(?) 관계

문제는 사고제방을 지은 포스코건설과 조사를 추가로 의뢰받은 이 학회간의 서로 밀접한 관계로 의심된다는 정황이 밝혀져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

포스코건설의 임원 A씨는 붕괴사고 직후 학회 회장인 B교수와 이번 붕괴사고에 대한 사전 접촉과 자문을 구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 학회의 이사 겸 대의원으로 등록된 정회원이며, 학회장인 B교수와도 밀접한 친분이 있는 사이다.

CBS 취재결과 A씨는 서울 모 대학 공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인 B교수와 사제지간으로, 현재 이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두 사람은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 학회의 공동저자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B교수는 "제자가 찾아와서 (붕괴사고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B교수는 또 "개인적으로 (A씨가) 말 몇 마디 한 것이 어떻게 의뢰가 될 수 있냐"며 "공식적인 조사 의뢰는 광양시청으로부터 공문으로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붕괴사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며 사제지간으로 논문에 대한 이야기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붕괴사고 이야기를 A씨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는 B교수의 해명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의혹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 포스코에서 문제 학회 검찰에 추천

더 큰 문제는 사고조사를 위해 추가로 선정된 이 학회를 포스코가 검찰에 추천했다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폐기물매립업체와 포스코 등 여러 유관기관에서 사고조사기관을 추천받았다"며 "선정된 학회는 포스코에서 추천한 업체가 맞다"고 확인했다.

포스코건설과 학회와의 친분관계가 확인된 상태에서, 과연 포스코에서 추천한 학회가 사고조사를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사적관계에 대해서는 몰랐다"며 "한국지반공학회 조사발표에 대한 이의제기로 수사가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용역을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학회는 과학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조사를 하는 곳 아니겠느냐"이라며 "검찰 수사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광양만 동호안 제방 붕괴사고란?
지난 8월 23일 새벽 5시쯤, 오폐수와 슬래그(제강작업 뒤 남은 찌꺼기)를 가둬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동쪽 호안(Revetment; 침식 방지를 위해 설치한 공작물) 제방이 붕괴됐다.

사고 결과 약 300m 정도의 제방도로가 바다방향으로 4m 가량 밀려났으며, 제방 안쪽의 각종 오폐수와 제방과 맞닿은 산업폐기물 매립장 침출수가 인근 광양만으로 흘러나와 지역 생태계가 치명적인 위협에 노출됐다.

현재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별도의 팀을 꾸려 사고원인조사에 착수한 상태며, 산업폐기물 매립업체인 인선ENT와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500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복구비용을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CBS 노컷뉴스 CBS사회부 강현석·최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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