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행사 아닌 유통 개혁… 본격 할인 경쟁 불붙을 듯

이마트가 미국산 와인 가격에 붙은 거품을 뺀 '반값 와인'을 내놓는다.

일시적 할인 행사가 아니라 현지 와이너리와 직거래를 통해 국내 소비자 판매 가격을 50% 정도 낮춘 것이다. 유통업체가 나서서 와인 가격 구조를 개선해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트는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나서 대상 품목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어서 '반값 TV'처럼 와인에도 본격적인 가격 할인 경쟁이 시작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서 세계 최대 와인업체인 E&J갤로와 협상을 통해 오는 7월부터 '미라수(Mirassou)' 와인 5종을 1만75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 가격은 현재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가격(3만3000~3만8000원)의 절반 수준. 미국 현지 대형마트 판매가(1만2000~1만5000원)와 큰 차이가 없다.

미국산 와인은 3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가격이 10% 남짓 내렸지만 여전히 미국 현지보다 세 배나 비싼 상황이다.

와인업계는 국내 와인 가격이 비싼 이유 중 하나로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와인 생산자의 공급 가격 자체가 현지보다 훨씬 비싸다고 말한다.

이마트는 반값 와인을 위해 일단 수입물량을 대폭 늘려 공급가를 낮췄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수입된 미라수 와인은 연간 4000병 정도. 이마트는 국내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날과 협의해 1차 물량만 3만여병을 들여오기로 했다.

주문량이 8배 가까이 늘자 갤로 측은 공급가를 기존보다 15% 정도 낮게 책정했다.

이마트 와인 담당 신근중 바이어는 "수입 원가를 낮춘 것만으로도 소비자 판매가를 기존보다 22~25% 정도 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라수는 1854년 설립된 미국 최고(最古) 와이너리 중 하나로 2003년 갤로에 인수됐다. 고급 포도 품종인 피노누아를 미국에 처음 들여온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2만원 안팎의 중간 가격대 와인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계획을 세운 갤로 측은 이마트의 반값 와인 실험이 좋은 기회라고 보고 한국 시장 공급가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와인 가격을 올리는 '주범(主犯)'은 수입사→도매상→소매상 등을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유통 마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마트는 미라수 와인의 판매 마진을 다른 수입 와인보다 40% 정도 낮게 책정했고,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날도 20% 정도 마진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 출고가 인하와 한미 FTA로 인한 15%의 관세 철폐, 여기에 자체 마진을 낮춰 '박리다매' 구조를 만든 덕분에 반값 와인이 가능해진 것이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시동을 건 이상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국내 수입사와 연계해 공급가를 낮추는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며 "그동안 취약했던 2만원 이하 중가(中價) 와인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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