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인 7·8·9번도 부정선거서 자유롭지못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실과 부정선거였다는 당 진상조사위 발표가 2일 나오면서 경선에서 1·2·3번으로 뽑힌 윤금순·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사퇴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개인적 사퇴가 아니라 당이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 의원직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진보당은 지난 3월 경선을 통해 일반비례대표 후보 13명을 경선으로 뽑아 상위 득표자 두 명을 1·2번에, 나머지는 7번 이후에 배치했다. 


또 청년비례대표 1명은 비례대표 3번, 외부 영입 인사는 비례대표 4·5·6번에 공천했다. 이 중 1~6번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왼쪽부터)윤금순,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사퇴 공방

당 안팎에선 1~3번의 비례대표 당선은 부정선거로 인해 사실상 무효이므로 당이 비례대표 공천을 취소하거나 본인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당 출신의 당 관계자는 "당권파와 가까운 1~3번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총체적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의혹이 큰 만큼 이들의 당선을 취소하고 비례대표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권파 핵심 관계자는 "구체적 증거도 없는 단순한 부정선거 의혹만 갖고 당원들이 뽑은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1~3번이 물러난다면 (그 후순위 득표자 중) 누가 (승계받을) 자격이 있겠느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당과 후보자들이 부정선거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당선자를 강제로 사퇴시킬 방법은 없지만 당의 결정으로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며 "만일 진보당이 책임지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헌법과 당헌에 규정된 민주적 절차에 위반해 뽑힌 후보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며 "진보당 대표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차순위 승계냐 비례대표 포기냐

선관위 측은 "1~3번이 사퇴할 경우 선거법에 따라 그 후순위인 7~9번이 승계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7번 이하의 후보들도 부정 경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자동 승계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7번 이하의 일반비례대표 후보(10명)를 놓고 재경선을 실시해 상위 득표자를 승계자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부정 경선으로 정해진 진보당의 비례대표 20명 명부 자체가 불법이자 원천 무효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이 선택한 진보당 명부는 부정선거로 인한 불법적인 명부이므로 진보당은 이를 원천 무효화한 뒤 승계가 아닌 결번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부정 경선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려면 비례대표 3석을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진보당 의석은 13석에서 10석으로, 전체 의석은 300석에서 297석으로 줄어든다. 김 교수는 "진보당이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선관위와 검찰 조사를 통해 비례대표 의원직을 강제로 박탈해야 한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진보당이 3명의 비례대표 당선자의 승계를 포기하려면 순번 7번 이하 후보 모두가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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