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합진보당은 조준호 공동대표가 비례대표 경선에 총체적 부정이 있었다고 발표한 직후 바로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갈려 당권싸움에 들어갔다.

당권파인 민노당 출신과 비주류인 국민참여당·진보신당 계열이 정면 충돌하면서, 2008년 패권주의 논란으로 민노당이 진보신당으로 분당(分黨)될 때 이상의 폭풍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더티 워(더러운 전쟁)'라는 말이 나왔다.

◇당권파, "부정선거 아닌 부실선거"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발표에 대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비주류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는 당권파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정희 공동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당권파는 진상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지도부가 공동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애초 지난달 29일 조 대표가 중간 조사결과를 공동대표단에 보고할 당시 이미 이 대표와 발표 수위를 두고 마찰이 있었고,

지난 1일 대표단 회의에서도 당권파는 2일 발표를 만류했지만 조 위원장은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번 파문은 부정 선거가 아니라 부실 선거"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희 대표의 측근 이의엽 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4시간 만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 내용 대부분은 온라인 투표에 대한 부정 선거 의혹을 부인하는 것이었다.
온라인 투표 의혹을 받고 있는 비례 2번 이석기 당선자의 사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당선자는 민노당 출신 당권파인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파)계 경기동부 연합의 실세로 알려져 있다

◇당권파 견제 위해 결국 검찰로 가나

유·심 공동대표는 3일 오전에 있을 공동대표단 전체회의를 앞두고 2일 이 대표와 당권파에 "하루의 말미를 주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그러나 당권파 측이 물러날 가능성이 별로 없어 3일 공동대표단 회의가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당권파 당원들은 "당대표 사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닌 기성정당의 정치쇼"라며 "그 자리(당권)를 꿰차고자 하는 생각은 버려라"고 하는 상황이다.

경기동부로 지칭되는 민노당 출신 당권파는 과거 민노당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방식의 선거부정을 수없이 저질렀다는 게 당시 이들과 맞섰던 진보신당 쪽 사람들의 증언이다.


 민노당 당권파와 처음 당을 함께 하게 된 참여당 출신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변칙 수법들에 눈 뜨고 당했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

과거 경기동부연합이 위장전입·당비대납·유령당원 등의 불법·탈법적인 방식으로 당내 선거를 장악해온 행태를 이번에도 그대로 재현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12월 합당했던 참여당 인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민노당 출신 당권파는 관행적으로 저질러온 부정선거 행태를 그대로 덮고 넘어갔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비당권파 관계자는 "수적으로 당권파를 견제할 수 없다면 결국 검찰로 사태 해결을 넘겨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6월 3일 당대표 선출대회를 앞두고 충돌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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