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LTE 단말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증가 추세는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이미 400만을 돌파한 LTE 가입자는 연말에는 1,400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TE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사용패턴은 3G 사용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웹서핑, 채팅, SNS, 동영상 등 스마트폰 사용의 몰입도는 뚜렷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3월, LTE 서비스 가입자 수가 300만 명을 돌파한 데에 이어 현재 4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9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단말기 보급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6~7개월 만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LTE 서비스에 가입한 것이다. 나아가 통신 3사의 가입자 목표치를 살펴보면 올해 LTE 가입자는 1,400만 명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도입된 이후부터 3G 스마트폰 가입자 1,000만 시대가 열리기까지 1년 4개월 가량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이는 이례적인 가입자 증가세이다.

LTE가 과연 어떠한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있기에 이러한 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 그리고 LTE 시대라는 것이 어떤 모습을 가질 것인지 서비스 이용 행태 측면에서 살펴 보기로 하자.

LTE 주요 가입 요인: 빠른 속도와 최신 단말기

이동통신 서비스의 가치는 통신 서비스 그 자체와 이동통신 단말기, 그리고 이들을 통해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LTE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LTE 가입의 주 요인을 보면 최신형 단말구입 목적이 31.3%로 2위로 언급되고 있고 “속도”라는 LTE의 주 속성이 첫 번째 가입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LTE 가입 이유로 빠른 속도를 꼽은 사람은 응답자의 37.4%를 차지했는데, 속도는 LTE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LTE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LTE의 빠른 데이터 통신 속도는 3G에서 할 수 있었던 서비스를 더 편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도 되지만 3G에서는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HD급 동영상을 볼 때 3G에서는 속도 문제로 중간에 끊기거나 멈추는 일이 매우 빈번했지만 LTE 서비스를 이용하면 끊기지 않고 멈추는 일 없이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즉,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곧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LTE에서 서비스 이용 패턴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용 서비스 항목은 3G와 유사

LTE와 3G 서비스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 행태를 보면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주 이용 서비스 항목의 경우, LTE 이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와 기존 3G 서비스 이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 사이에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비록 1년의 시차는 있지만, 3G 서비스 이용자와 LTE 서비스 이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상위 서비스의 구성 내용을 비교해 보면 서비스 이용 항목의 유사성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몇몇 서비스 순위 변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위 주요 서비스의 순위 변동 폭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3G와 LTE 사이에 이용 서비스 유형에서는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사용량은 대폭 증가

그런데, LTE 서비스 이용자와 3G 서비스 이용자가 본격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용량이다. 3G 대비 LTE에서 사용량이 늘어난 서비스에 대한 조사 결과 거의 모든 서비스 항목에서 사용량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주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웹서핑, 채팅, SNS, 동영상 다운로드/스트리밍, 뉴스 등에서 대폭적인 사용량 증가가 있었다. 이것은 LTE의 빠른 속도와 짧은 대기 시간이 이들 서비스에 대한 몰입도와 이용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LTE 차별적 서비스의 조건

LTE가 단지 사용량만 증가시키고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이용을 촉진시키지 못한 것에는 아마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LTE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서비스가 개발되지 못했거나, 둘째, 기 개발된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만 첫 번째 이유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LTE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된 서비스라야 LTE와 3G를 구분하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LTE를 성공시킬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서비스는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할 것인가?

LTE에서 ‘어떠한 서비스가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다’라고 꼭 집어서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LTE의 장점과 관련 업체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최소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수 있다. LTE가 가진 여러가지 특성 중에서 현재 가장 부각되고 있는 특성은 속도이다. 즉, LTE는 빠르다는 것이다. 빠르다는 말은 네트워크의 전송 속도가 빠르다는 말뿐만 아니라 지연 시간(Latency)도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송 속도는 얼마나 어떤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을 얼마나 빨리 끝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면 지연 시간은 그 주고 받는 것을 얼마나 빨리 시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어떤 웹 페이지를 열었을 때 첫 번째 데이터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지연 시간이고, 페이지의 모든 데이터가 전송 완료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전송 속도인 셈이다. 이러한 전송 속도와 지연 시간의 우수성으로 인해 LTE는 대용량 파일의 전송과 실시간 서비스 제공에 강점을 갖게 된다. 따라서 LTE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용량 및 실시간 서비스라는 두 가지 속성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갖춰야 할 것이다.

●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

이러한 속성을 가진 서비스 가운데 하나로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한 시장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2012년, 올해에 벌써 1,49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만큼 시장 규모가 크다. 이동통신사들은 현재 HD 방송이나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한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 경쟁을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LTE의 데이터 용량을 2배 늘리는 한편, HD 방송이나 콘텐츠 서비스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 시작했다. LTE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핀란드의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가 실시했던 조사를 보면 LTE 가입자들의 23%가 온라인 TV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의 경우 서버로부터 동영상을 비롯하여 음악, 문서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전송 받는 서비스인 만큼 LTE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이번 조사에서도 동영상 다운로드/스트리밍은 LTE에서 사용량이 대폭 증가한 서비스로 밝혀져 이러한 시나리오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실시간 참여형 서비스

두번째로는 실시간 참여형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가입자간에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게임이다. LTE에서는 빠른 화면전환과 고화질, 그리고 실시간 반응을 요구하는 게임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단말기 성능 향상까지 어우러지면서 3D MMORPG(3D 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3D를 활용한 다수 이용자가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의 한 유형)와 같이 기존에 PC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게임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의 이동통신사들은 게임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LTE 서비스에서의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버라이즌과 같은 사업자는 게임로프트社와 함께 LTE용 게임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 융합형 커뮤니케이션

세번째로는 융합형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LTE는 대용량과 실시간 서비스에 적합하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서도 대용량과 실시간 이란 특성이 강화된다면 기존의 커뮤니케이션보다 훨씬 강화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Rich Communication)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즉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음성전화나 문자메시지 정도가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와의 연동된 서비스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여기에 게임 중 이용자들 간에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서비스라든지, 동영상 시청을 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상의 지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융합형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통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RCS (Rich Communication Suite)라고 불리는 새로운 서비스가 바로 이러한 융합형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해당된다. 과거 IT 서비스 업체들이 UC(Unified Communications)라고 부르던 서비스들도 큰 맥락에서 이와 유사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끝으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클라우드는 단말 제약을 능동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서비스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버와 단말 사이의 빈번하고 지연없는 통신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확보되지 않으면 구현할 수 없는 서비스이다. 그런데 LTE는 전송 속도가 탁월한 것은 물론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반응하기까지의 시간, 즉 지연 시간도 매우 짧은 수준에 불과하다.

LTE, 그 자체가 킬러 애플리케이션

그런데, 단지 이용되는 서비스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추가되는 것만으로는 LTE의 가치를 충분히 구현했다고 볼 수 없다. 조사 결과에서도 지적되었듯이 LTE가 기존 서비스의 몰입도와 이용 편의성을 증가시켜 사용량의 폭증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용량 폭증이라는 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LTE로 이용되는 서비스에 무관하게 LTE 그 자체가 이미 고객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LTE만의 서비스란 애초에 존재하기 힘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단순히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새로운 서비스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프랑스 텔레콤의 레미 토마스(Remi Thomas) 차세대 네트워크 담당이사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LTE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과 이에 따른 네트워크의 수용량이 LTE를 이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LTE에서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를 가진 LTE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빠른 속도는 그 자체로서 가치를 제공한다기보다는 기존의 서비스가 가진 가치를 충분히 발휘되도록 하는 촉매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유선의 사례를 보면 속도의 개선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낳았다. 과거 ADSL 중심으로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에도 분명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을 가치있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광랜이나 FTTH(Fiber-to-the-Home) 중심의 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아프리카TV나 곰TV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도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HD급 동영상 서비스 제공도 활발하게 이용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IPTV는 물론이고 인터넷에 셋탑박스만 연결하면 스트리밍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OTT(Over-the-Top) 서비스나 스마트TV 서비스 등도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활성화 되었다. 분명 이러한 동영상 서비스는 ADSL 시절에도 제공됐음에도 서비스 품질 문제로 인해 가치 없는 서비스로 간주되었지만 네트워크의 성능 향상으로 비로소 그 진짜 가치를 인정받게 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LTE 서비스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네트워크 구축만 제대로 완료된다면 기존에는 무시당하던 서비스가 갑자기 각광을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유선에서처럼 HD급 동영상 서비스가 이동통신에서 부각될 수도 있다. 말과 따로 노는 화면, 흐리고 선명하지 못한 화면으로 외면받았던 화상 통신이 갑자기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PC에서나 가능했던 네트워크 게임이 이동통신에서 각광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떤 서비스가 언제 주요 서비스로 등장할 지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는 서비스가 점차 등장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우수한 네트워크가 우선 과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LTE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LTE만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TE 네트워크의 구축이 완벽하게 이뤄진다면 LTE의 고유한 특성에 기반한 많은 서비스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그 가운데 옥석이 가려져 무언가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의 기반인 LTE 자체가 우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은 어떤 차별적 가치를 가진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기 보다는 그에 우선하여 LTE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한 기본 조건인 우수한 네트워크 구축에 보다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LG경제연구원 서기만 연구위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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