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동료애 거론하며 黨의 진상조사 보고서 부정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8일 오후 국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와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당내 비례대표 경선을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로 규정한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전면 반박했다.

▲     © 중앙뉴스























이 대표는 '근대 형사법' '진보 내부의 상식' '동료에 대한 예의' 등을 언급하며 "유죄의 증거가 없으면 무죄라고 하는 게 근대 국가의 흔들리지 않는 상식"이라고 했다.

2시간 남짓한 공청회 동안 이 대표는 1시간30분에 걸쳐 물 한잔 마시지 않고 일방적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 대표는 "입증을 못하면 의혹이 있는 걸로 결론이 나면 안 되는 것"이라며 "마녀사냥은 아니어야 한다. 우리는 21세기 진보정치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이름만 '공청회'였지 질문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진보당 장악 세력이 일방적으로 연 공청회라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 등 비당권파는 일절 참석하지 않았고 400여 객석은 김선동 의원·김재연 당선자·우위영 대변인을 비롯한 당권파들로 채워졌다.

▲     © 중앙뉴스























김재연 당선자와 김선동 의원은 각각 공청회가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눈물을 흘렸고,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난 후 일부 당원은 눈물을 흘리며 기립 박수를 치기도 했다. 비당권파에선 "당권파가 연 종교행사를 연상케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전국운영위원회의에서 17시간 동안 했던 말을 이날 또 반복했다. 그는 2번 이석기 당선자의 온라인 득표 60%가 '중복IP'였다는 주장에 대해 "나와 내 남편이 우리집에서 그분에게 투표했다면 (중복IP) 통계 속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각급 노조 사무실 등을 예로 들며 “(중복IP 투표는) 진보당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당원들의 자연스러운 경우”라고 해명했다.

▲     © 중앙뉴스























또 청년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위원장이 ‘실제 누구를 찍었는지 투표값을 확인하겠다’고 해서 내가 (비밀투표 원칙을 위해) 못하게 했다”면서도 “(일반 비례선거와) 같은(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쓰니까 청년 비례선거도 그러하다. 그게 (부정 선거로 보는) 근거의 전부”라고 했다.

이 대표는 김재연 당선자를 가리켜 “청년들의 땀과 눈물 어린 당선자를 멍에에서 벗겨주시길 요청드린다”며 “부정의 의혹을 증명할 수 없다면 부정행위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     © 중앙뉴스























그는 당 조사위원회가 언급한 부정 선거 사례를 하나하나 반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2~6장씩 분리되지 않은 채 뭉텅이로 들어간 투표용지나, 온라인 투표자를 조사한 결과 당원이 아니라고 답하거나 현장투표를 했다고 응답한 사례 등 부정선거가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현재 진보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두고 ‘중세 마녀사냥’ ‘당과 동지에 대한 무고’라고 말했다. 그는 공청회 마무리 발언에서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며 “그것이 중세 마녀사냥에서 벗어난 진보의 상식이고 동료에 대한 진보의 예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 중앙뉴스























이 대표와 당내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 측이 이날 공청회를 연 것은 당 진상 조사 보고서를 반박하는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 같은 형식의 ‘여론 투쟁’을 당분간 펼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진보당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10일 전국 운영위원회의, 12일 중앙위원회의 등에서 다시 한 번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 자리에서 양측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