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저축은행 김찬경(56·구속) 회장은 조폭의 도움을 받아 밀항하려 했고, 최종 목적지는 중국이 아닌 필리핀이었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검찰과 김 회장 주변인사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작년 말 조폭인 이태원파 조직원 이모(59·구속)씨와 미아리 쌍택이파 조직원 오모(50·구속)씨를 밀항알선책으로 고용했다.

그는 이들에게 선수금조로 거액을 줬고, 이태원파 이씨를 통해 중국 현지의 밀항알선조직에도 수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3년 전 필리핀에 카지노 호텔을 짓겠다면서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저축은행 돈 200억원을 불법대출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필리핀에서 이 돈을 갖고 '재기'를 도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회장은 미래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기 사흘 전인 지난 3일 밤 경기 화성 궁평항의 어선에 탔다가 해경(海警)에 검거됐다.

김 회장은 조폭 이모·오모씨를 만나기 전에도 업계에서 솜씨를 알아주는 밀입국 알선업자가 누군지를 수소문하고 다녔다고 한다.

김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최모(구속)씨는 김 회장으로부터 '입막음조'로 7억원을 받았다.

한편 김 회장은 유력한 정·관계 인사들과 함께 2009년 서울법대 최고지도자과정(ALP) 10기에 다녔다.

정진영 청와대 민정수석,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추미애 전 의원, 김태호 의원, 고위 판사, 국정원 국장, 금감원 간부 등이 등록했다고 동문 명부에 나와 있다.

수업료가 500만원이 넘지만 김 회장은 수업에 그다지 열정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수업에 1~2차례 정도 나온 것 같다고 10기 수료생들은 기억했다.

고위 공무원인 동기생은 "나는 수업에 참 열심히 다닌 축인데, 김 회장을 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대표인 동기생은 "(수업에는 잘 안 나왔지만) 김 회장이 한번은 충남 아산의 골프장 시범라운딩에 초청한 적이 있었다"며 "저축은행이 무슨 돈이 있어서 계열 골프장을 다 갖고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골프장은 김 회장이 저축은행 돈 1000억원 이상을 빼내서 차명(借名)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골프 라운딩 참석자 가운데 일부는 김 회장이 별장으로 쓰던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의 조선시대 가옥인 건재고택(建齋古宅)으로 자리를 옮겨 뒤풀이를 했다는 말도 있다.

변호사인 동기생은 "김 회장은 자기소개를 하는 수업 첫날에도 오지 않았다"며 "다만 골프를 치는 동기들끼리 한 달에 한 번씩 골프 모임을 하곤 했는데 그때는 나온 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ALP 10기생 가운데엔 서울법대 출신도 많지만, 30년 전 김 회장이 가짜 서울법대생 행세를 하다 들통이 났던 일을 기억하진 못했다고 한다.

한 동기생은 "30년 세월인데 얼굴도 많이 변하지 않았겠느냐. 김 회장이 서울법대에 대한 '미련'이 참 많았나 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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