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몸싸움으로 난장판이 됐다.
원래 이 자리에서는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을 매듭지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려 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회의는 당원 9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통합진보당 출범 당시 중앙위원회 사회는 심상정 공동대표가,
전국운영위원회 사회는 이정희 대표가 보는 것으로 합의됐다.

중앙위원회는 당 최고의사결정기구이지만 1년에 한두차례밖에 개최되지 않아,

애초 합당때 합의에 따라 가장 세(勢)가 작은 옛 진보신당의 대표인 심상정 대표가 맡게 됐다.
대신 이정희 대표는 비교적 자주 열리는 전국운영위원회 사회를 보기로 했다.

◆당권파, ‘강령 개정’이 아니라 ‘심상정 사회’를 공격 목표로

하지만, 이날 육탄전은 비당권파인 심상정 대표가 의사봉을 잡으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권파 측은 개회 이후 의사진행을 계속 방해했다.
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고 당중앙위원회는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없었다.

심상정 대표가 어렵사리 개회 8시간여 만에 ‘강령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이와 동시에 당권파가 격렬히 반발하며 단상을 점거했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회의는 무산됐다.

당권파는 ‘강령 개정안’의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었다.
‘강령 개정안’의 내용은 옛 강령과 기존 강령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제32차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마련된 것으로
이정희 대표 등 당권파 측의 입장도 상당 부분 고려됐고,
5월 초부터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10일 2차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의결된 사안이다.

이날 폭력을 행사한 당권파는 같은 당권파인 이정희 대표가 아니라,
비당권파인 심상정 대표가 의사진행을 맡아 안건을 통과시켰다는 것 자체에 반발한 것이다.

◆강령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전문 추가

강령은 크게 전문 ‘일하는 사람이 주인된 세상을 향하여’와
본문 ‘우리가 만들 세상’으로 나뉜다.

전문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됐지만,
기존 강령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문은 통합진보당의 이념적 뿌리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개정안은 통합진보당이 갑오농민전쟁과 의병운동에서부터
4.3민중항쟁, 최근 촛불항쟁까지 이어진 민중의 저항과 투쟁을
계승하는 정당이라고 밝혔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하여 청년, 여성, 중소 영세상공인, 빈민, 사회적 약자 및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진보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대변하겠다”고 명시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동북아에 ‘비핵·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한미동맹체제를 해체한다”
“7·4 남북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존중하며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을 이행하고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한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강령 본문에서는 ,진보적 민주정치,자주자립 경제체제,복지공동체,경제적 평등,성평등,지속가능한 사회체제,민족통일 등 7개 분야에 대해 47개항의 강령을 제시했다.

정치·경제 분야에서 통합진보당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5항)’, ‘내수 주도형 경제체제를 강화하며(10항)’, ‘물·전력·가스 등 국가 기간산업 및 사회 서비스의 민영화 추진을 중단(11항)’하겠다고 밝혔다. ‘독점재벌 중심 경제 체제를 해체한다(12항)’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보편적 복지사회(17항)’을 천명했다. ‘단계적으로 무상의료를 구현하며(18항)’,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19항)’, ‘부자증세를 통한 조세재정혁명을 이룩한다(23항)’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복지에 대해서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진력한다(27항)’고 선언했다.

또 ‘결혼 외의 생활동반자 관계의 법적 사회적 지위를 인정하며(32항)’,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33항)’, ‘과학기술의 성과를 특정기업이나 계층이 독점하는 것을 막고 사회진보와 시민전체의 이익으로 환원되도록 한다(35항)’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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