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진수·이영호 진술 확보…박영준 전 차관 가담 정확 포착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증거인멸 통신수단으로 쓰인 장진수(39)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대포폰(차명전화) 개설과정에서 서유열(56) KT 사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한 언론에 따르면, 검찰은 이영호(48·구속기소)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서 사장이 KT대리점 사장의 자녀 명의로 대포폰을 개설한 뒤 전달해줬다는 관련자의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

이 전 비서관의 요청으로 개설된 대포폰은 지난 2010년 7월 초 서 사장으로부터 비서관실 여직원을 통해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포폰은 당시 검찰이 1차 민간인 사찰 수사를 진행하던 지난 2010년 7월 7일 장진수 전 주무관이 경기 수원의 한 IT업체로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4개를 가져가 거기에 담긴 불법사찰 자료를 없앨 때 증거인멸 과정에서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사용됐다.

장 전 주무관은 하드디스크를 파손한 뒤 최 전 행정관에게 대포폰을 반납했고, 같은 해 8월 서 사장에게 대포폰 해지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이유는 장 전 주무관이 “최종석 행정관이 ‘EB(이영호)’가 쓰던 대포폰이라고 말하며 내게 줬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또 장씨와 말을 맞춰 대포폰의 존재를 은폐하려 했던 이 전 비서관도 더 이상 사실을 감추기가 어려워지자 “내가 (사건의) 몸통”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장 전 주무관이 사용한 대포폰 외에도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사용한 대포폰이 더 있는 점을 보더라도 이 전 비서관이 ‘몸통’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청와대 내 윗선의 지시를 받고 서 사장에게 대포폰 개설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인물을 찾는데 주력했다.

이에 검찰은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총리실 국무차장을 하던 2009년~2010년 8월 당시 비서였던 이모(39) 서기관이 만든 대포폰을 박 전 차관도 사용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이 사용하던 대포폰도 이 전 비서관이 KT 서 사장에게 대포폰 개설을 부탁했던 시점과 비슷한 때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모 서기관이 개설한 이 대포폰으로 박 전 차관이 최 전 행정관과 7월 7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은 장 전 주무관이 최 전 행정관의 지시를 받고 수원의 IT업체로 가서 지원관실 하드디스크를 파괴한 날과 일치한다.

이에 검찰은 박 전 차장이 증거인멸에 가담해 지시를 하거나 보고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미 확보한 이 서기관의 차명폰의 통화기록이 복원되는 대로 조만간 박 전 차장을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