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경선 비례대표 사퇴’ 추진vs 구 당권파 별도 비대위 구성

당 내분을 불러온 ‘부정 경선’ 사태 수습을 위한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비대위의 첫 안건이 ‘경선 비례대표 14명의 사퇴’로 알려져 구 당권파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게다가 구 당권파는 당내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고 또 다른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해 사실상 통합진보당의 분당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16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정 경선’ 사태를 수습하고 당을 혁신할 비상대책위 인선안을 일부 발표했다.

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아침 비대위원 내정자들과 첫 회의를 했다면서,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강 위원장은 곧바로 활동에 들어갈 비대위의 첫 안건은 ‘경선 비례대표 14명의 사퇴’라고 못 박았다.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30일 이전에 이석기·김재연 당선인 등 경선 비례대표들의 사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부정 경선 재조사를 위한 특위도 조만간 구성된다. 비대위는 9명으로 구성하되, 현재 위원장을 포함해 당내 5명 외에 노동계 대표 등 외부 인사 4명의 인선을 곧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강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직접 찾아가 김영훈 위원장과 비대위원 추천과 당 혁신에 대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대위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당장 ‘화합형 비대위’ 구성을 위해 영입하려던 구 당권파 성향의 이상규 당선인이 불참하기로 입장을 정했고, 중앙위 폭력 사태 이후 따가운 비난 여론 속에 눈치를 보던 구 당권파가 다시 반격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 당권파 핵심 관계자는 파이낸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비대위는 비당권파 중심으로 공정성을 상실했다”면서 “비례대표 경선 진상보고서 자체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강기갑 체제의 비대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강 위원장이 요구한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와 관련해서는 “비대위가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 결코 사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 당권파는 강 위원장 체제의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고, 구 당권파 소속 당선인들로 별도의 비대위를 꾸리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통합진보당의 내분 사태는 2개의 비대위가 맞서게 돼 사실상의 분당상황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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