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제2 노동자 정치세력 추진"… 집행위 심야회의 끝에 결론

민주노총은 1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2번 이석기, 3번 김재연 당선자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2차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한 혁신안이 조합원과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실현될 때까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조건부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지난 11일 2차 중앙위원회에서 진보당 경선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진보당 경선 비례대표 중 당선자는 1번 윤금순, 2번 이석기, 3번 김재연 당선자이며 이 중 윤금순 당선자는 이미 사퇴한 바 있다.

즉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사퇴하지 않으면 조직적으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뜻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또 “민주노총은 지금 이 순간부터 진정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전 조직적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며 “대중적인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중단없이 추진하기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진보당 변화를 추구하되 이게 미흡할 경우 독자정당 창당 수순으로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제2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전·현직 간부를 총망라하여 범조직적으로 제2의 특별기구를 가동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노총 중집위는 또 강기갑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한 지지 의사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원들의 중지를 모아 신속히 혼란을 극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것이 지금 이 순간 80만 민주노총 조합원, 1600만 전체 노동자의 준엄한 명령임을 깊이 각인하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 같은 민노총의 결정은 진보당 구(舊)당권파에 대한 최후통첩 성격이 짙다.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는 물론, 구당권파 측이 16일 만든 ‘독자 비대위’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민노총은 진보당의 현재 상황에 대해 “공당으로서 절차적 정당성과 자정능력이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회의 시작 때 “통합진보당의 내부 문제가 진보 진영 전체의 어려움으로 확전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들이 며칠 새 벌어지고 말았다”며 “당 대표가 폭행당하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이라고 통합진보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회의에는 김영훈 위원장을 비롯한 중앙 간부와 지역 본부장, 산하 연맹 위원장 등 전체 56명 중 51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선 진보당에 대해 당장 지지철회를 하자는 주장과, 진보당에 들어가서 당을 바꾸자는 주장이 격렬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 내에서 55%가량 되는 범NL(민족해방) 가운데 당권파 지지세력은 35~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 후 일부 이탈했으나 아직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여서 쉽게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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