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태안 여행

태안은 서해안의 보물창고 같은 매력을 품고 있다. 이름난 해수욕장은 물론 꾸지나무골, 신두리 해수욕장처럼 비경을 간직한 명소도 많다. 솔숲을 간지럽히는 촉촉한 모래밭은 도시인에게 세상시름을 떨쳐주기에 충분하다.


이원반도의 땅끝에 있는 만대포구. 어선에서 즉석으로 횟감을 구입할 수 있다.
이원반도의 땅끝에 있는 만대포구. 어선에서 즉석으로 횟감을 구입할 수 있다.

태안은 ‘기적의 여행지’다. 2007년 발생했던 태안 기름유출사고로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태안의 바다와 해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름다운 자태로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하나같이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숲을 품고 있는 해변은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기에 더없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6월의 태안은 설렘을 안기는 보물창고와 같다.

이름난 해수욕장만 해도 20곳이 넘는다. 만리포, 천리포, 학암포, 연포 등 이름난 해수욕장은 물론 꾸지나무골, 샛별해수욕장처럼 꼭꼭 숨어 비경을 간직한 곳들도 많다. 태안의 위쪽 이원반도에서 학암포, 신두리, 만리포, 천리포, 파도리, 연포, 몽산포, 청포대에 이르기까지 리아스식 해안선이 들쭉날쭉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 중에서도 몽산포와 청포대 해수욕장은 약 13킬로미터에 걸친 긴 백사장과 푸른 송림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이곳은 썰물 때면 3킬로미터 폭으로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고 또 수온이 높아 비가 내리는 날에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몽산포·청포대는 손맛 좋은 조개잡이 인기

몽산포 해변의 갯벌체험. 맛조개와 골뱅이 잡는 손맛이 쏠쏠하다.
몽산포 해변의 갯벌체험. 맛조개와 골뱅이 잡는 손맛이 쏠쏠하다.
청포대 해수욕장과 연결돼 있는 몽산포는 백사장의 길이가 끝이 안 보일 정도이며, 소나무숲이 전국에서 최상인 곳이기도 하다. 몽산포 해수욕장엔 오토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태안반도에 최초로 조성된 몽산포 오토캠핑장은 캠퍼들에게 가평 자라섬이나 춘천 중도 캠핑장과 더불어 캠핑의 성지로 추앙받고 있다.

청포대 해수욕장은 기암괴석과 넓은 백사장 등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청포대란 명칭 그대로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넓은 백사장으로 편안함을 준다. 좌우로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해변은 도시를 벗어난 쾌감을 갖게 할 정도로 시원하다. 고운 모래사장으로 밀려오는 하얀 파도는 잔잔한 여운을 선물한다.

몽산포와 청포대는 갯벌이 좋아 조개잡이 갯벌체험장으로 유명하다. 5월에는 모시조개와 대나무같이 생긴 맛조개가 한창이다.

썰물로 해변에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갯벌이 그 바닥을 드러내는데 갯벌 속에서 바지락, 백합 등 조개들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갯벌의 생생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어 자연 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청포대 갯벌은 발이 빠지는 뻘이 아니기 때문에 맨발이나 장화를 이용해야 할 필요도 없이 신발을 신은 채로 그냥 들어갈 수 있다.

몽산포와 청포대 갯벌체험은 특별한 입장 절차나 요금이 없고 물때만 확인하면 된다. 요즘(5월 15일 기준)은 11시경부터 3시 정도가 썰물 때이다. 호미, 모종삽, 면장갑, 샌들, 그물 자루나 플라스틱용기만 준비하면 된다. 6월 초순에는 바지락이나 모시조개, 맛조개, 생합 등이 잡히지만 어민들을 위해 다량으로 잡지 않는 에티켓도 잊지 말자.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원반도가 시작되는데 그 최북단에 ‘가다가다 만곳’ 만대포구가 있다. 태안읍에서부터 31킬로미터(약 30분 소요) 정도 떨어져 있는 일명 태안 이원반도의 땅끝마을이다. 포구에 기항하는 고깃배는 40여 척 정도. 꾸지나무골이나 사목해변 등 이원반도 내의 해수욕장을 찾는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횟감이며 매운탕거리를 구입한다.

우럭회와 박속낙지탕(왼쪽 위·아래). 청포대 해변은 드넓은 모래해변이 펼쳐져 모래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많다.
우럭회와 박속낙지탕(왼쪽 위·아래). 청포대 해변은 드넓은 모래해변이 펼쳐져 모래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만대포구가 제법 알려져 있다. 고깃배를 빌려 바다로 조금만 나가면 물 좋은 포인트들이 많다고 한다. 방파제에 서면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이 보이는데 건너편으로 팔봉면 구도가 보이고, 옆으로 대산반도의 석유화학단지가 보인다. 썰물 때 드러나는 드넓은 가로림만의 갯벌에선 바지락 등 풍성한 갯것들이 잡히고 6월엔 갯벌 낙지잡이가 성황을 이룬다. 바로 앞바다의 삼형제 바위도 썰물 때면 걸어갔다 올 수 있다.

만대포구에서 지방도로로 나오다 이정표를 보고 언덕길로 7백미터가량 들어가면 꾸지나무골 해변이 나타난다. 솔숲동산이 해변 가운데 있고 그 양편으로 백사장이 뻗어 있다.

태안반도의 숨겨진 속살 만대포구·꾸지나무골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은 꾸지나무가 많아 생긴 지명. 꾸지나무는 큰 가시가 달린 뽕나무과 나무로 가을에 오디처럼 빨간색 열매가 달린다. 옛날 불을 때서 소금을 구워 만들 적에 죄다 땔감으로 써버려 지금에 와서는 꾸지나무가 많지 않다. 잘생긴 소나무가 방풍림처럼 빼곡하게 늘어선 백사장은 신비감마저 자아낸다. 해변의 길이는 1킬로미터가 넘으며 폭도 50미터에 달한다. 모래사장 가운데 바위지대가 있어 해변 풍경도 이채롭다.

꾸지나무골 해수욕장과 만대포구는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기 좋은 히든 코스다. 대개 태안을 찾았지만 이원반도의 끝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연인들이라면 반드시 이곳을 찾아보자. 꾸지나무골에서 단 둘이서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고 만대포구의 아름다운 일몰을 배경으로 사랑을 약속해도 좋다.

해당화가 곱게 핀 신두리 초원과 신두리 해수욕장.
해당화가 곱게 핀 신두리 초원과 신두리 해수욕장.

5월부터 7월까지 태안반도 곳곳에 빨간 해당화가 활짝 핀다. 인적 드문 바닷가에 애처로이 피어 갯바람에 하늘거리는 해당화는 진홍빛 수를 놓은 듯 해변을 붉게 물들인다. 한 줄기 실바람에 해변마을은 마치 향수를 뿌려놓은 듯 순식간에 꽃향기로 가득 찬다. 자연의 향기다. 태안반도 해변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꽃이지만 이토록 해변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꽃도 드물다.

신두리 해변엔 붉은빛 해당화 군락 이뤄

이원반도의 땅끝 마을 만대에서부터 안면도 영목에 이르기까지 이곳저곳 할 것 없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이 바로 해당화다. 해변이나 조그마한 언덕길, 산모퉁이, 어디를 가나 해당화가 수줍은 듯 반긴다. 이처럼 해당화는 태안반도의 상징처럼 여름 해변을 진분홍 꽃으로 물들인다.

신두리 해변.
신두리 해변.

특히 신두리 해변과 해안사구의 해당화는 해변을 따라 군락을 이룬다. 해당화는 주변의 신록과 더불어 붉은빛을 더욱 발해 가장 아름답다. 해안 주변은 빨간 해당화 군락이 형성되어 있어 파란 바다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곳으로 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신두리 해수욕장 또한 5킬로미터에 이르는 넓은 백사장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아직까지 깨끗한 자연의 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장소이다. 5월에 가면 모래언덕이 아니라 드넓은 초원으로 바뀐다. 이곳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보자. 물론 해당화 만발한 초원을 걸으며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잊지 말자.

글과 사진·유철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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