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온라인 투·개표 기록이 담긴 서버관리업체 '엑스인터넷'의 하드디스크를 지난 11일 빼간 사람이 오충렬 전 총무실장이라고 22일 밝혔다.

지난 11일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 아수라장 폭력사태가 벌어지기 하루 전날이다. 당시 구당권파가 비례대표 부정선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드디스크를 빼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21일 서울 봉천동의 '엑스인터넷'을 압수수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비례대표 온라인 투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투·개표 관리를 맡았던 이 업체 사장의 노트북 하드디스크가 당의 요구로 사전에 교체됐기 때문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업체 사장은 지난 11일 오 전 실장이 "당신들이 그런(온라인 투표) 자료를 일절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자, 노트북 등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4개를 당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 출신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 계열 구당권파인 오 전 실장은 지난 18일 강기갑 혁신비대위 체제에서 진행된 사무총국 인사에서 교체 대상 1순위였다.

역시 구당권파인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과 함께 이번에 현안대응팀으로 발령난 오 전 실장은 2008년부터 총무실장을 맡아오며 백 전 총장과 당의 회계·재정을 총괄해왔다.

'엑스인터넷'은 백 전 총장이 총무실장을 하던 2007년 민노당과 계약을 맺은 이후 당비·당원 프로그램을 관리해왔다.

당 관계자는 "오 전 실장이 하드디스크를 가져갔다는 건 구당권파 몇몇만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 하드디스크가 어떻게 됐는지는 본인들만 아는 문제"라고 했다.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노당은 정당 활동이 금지된 전교조·전공노 등 교사·공무원의 당원 가입 의혹이 불거진 2010년에도 경찰의 압수수색에 맞서 하드디스크 2개를 빼돌린 적이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