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전력수급 초비상…에어컨 켠 채 문 열고 영업하면 과태료

유난히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여름, 전력수급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5월 16일 “올 여름 전력부족 사태에 대비해 국민 여러분께서 비상한 관심을 갖고 절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피크시간대에 몰리는 전력수요를 제한하기 위해 백화점, 호텔 등 대형건물에 대해 냉방온도를 섭씨 26도로 제한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름을 앞두고 전력수급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 공급의 심장부인 한국전력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전력수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여름을 앞두고 전력수급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 공급의 심장부인 한국전력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전력수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5월 초 우리나라 기온은 지난해에 비해 최대 10도나 높은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때 이른 무더위로 2백만~4백만킬로와트의 전력수요가 급증, 한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7천7백7만킬로와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여름 우리나라의 최대 전력공급량은 7천8백54만킬로와트. 공급량이 수요량을 아슬아슬하게 웃도는 위기상황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산업체도 여름 휴가를 8월 중순 이후로 분산

정부는 5월 16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 10개 부처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하계 전력수급 및 에너지 절약 대책’을 마련했다.

국무총리실 에너지자원정책과와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출입문을 개방한 채 냉·난방기를 가동하는 다중이용 시설’에 대해 일정한 계도기간을 거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과태료 부과 대상과 시기는 이달 말 확정된다.

전력 피크수요의 50퍼센트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산업계는
▲자발적으로 휴가기간을 분산하고
▲조업시간을 조정하며
▲자가 발전기를 가동하는 등 절전대책에 동참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7월 말~8월 초 집중돼 있는 휴가를 8월 중순 이후로 분산하는 식으로 예비전력이 모자라는 8월 말 전력수급 안정에 협조하게 된다.

조업 특성상 휴가 분산이나 조업 조정이 어려운 정유·석유화학업종은 전력 피크시간대에 자가 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키로 했다.

산업체 협조를 통해 확보되는 예비전력은 4만킬로와트(휴가·조업조정 3백만킬로와트, 자가발전 1백만킬로와트) 수준으로, 원자력 4기 발전량에 해당한다.

김황식 총리가 하절기 피크수요를 유발하는 냉방부하를 억제하기 위해 전 국민의 적극적 동참을 호소한 것은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현재 가정용 냉방으로 인해 사용되는 전력량은 전력피크의 21퍼센트가량이다.

정부는 피크시간대에 몰리는 전력수요를 제한하기 위해 백화점, 호텔 등 2천티오이(TOE) 이상을 사용하는 4백78개소의 대형건물에 대해 냉방온도를 섭씨 26도로 제한키로 했다.

티오이란 가스, 석탄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석유로 환산한 수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1티오이라면, 이는 한 사람이 1년에 1톤의 원유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1990년 2.17티오이에서 2009년 4.99티오이로, 19년만에 2배 이상 불어났다.

대형건물 실내 냉방온도 26도로 제한

경제가 발전하면 에너지 소비량은 증가하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즉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는 얘기다. 2009년 시장환율로 계산한 한국의 에너지원단위(에너지소비량/GDP)는 0.299로 0.096인 일본보다 3배, 0.157인 독일보다 2배나 많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0.174도 크게 상회했다.

2009년 한국의 에너지원 단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 25위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1만9천 개소 공공기관에 대해 전년대비 5퍼센트에 해당하는 전기소비절약도 추진된다.

냉방온도는 섭씨 28도로 제한하고, 피크시간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지역을 두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냉방기를 30분씩 번갈아가며 중단하며,

에너지절약형 의류 입기, 넥타이 착용 안 하기 운동 등을 범국민 운동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또 백화점, 호텔 등의 4백78개의 대형건물 실내 냉방온도를 섭씨 26도 이상으로 제한하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냉방기 사용실태를 점검해 결과를 인터넷에 게재한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지경부, 한전, 발전회사 등 전력당국은 ‘전력수급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원전 10기 계획대로 건설해야 수급에 탄력

전력수급 비상과 관련,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2020년까지 예정된 원전 10기(1만2천8백메가와트)를 계획대로 건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수일 연구위원은 16일 ‘에너지의 안정 수급을 위한 에너지정책’ 보고서에서 “적극적 수요관리 없이는 전력수급 불안이 2010년대 내내 지속할 전망”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에너지계획 간 혼선을 방지하고 일관된 계획을 수립해 지속적·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기본법적 성격의 법체계·계획체계를 지향하고 있지만 에너지 수급 안정과 계획의 실효성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이 다른 부문과의 연계를 고려하지 못하고 미래 불확실성에 대응해 탄력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전력, 천연가스의 안정적 수급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2011년 9월 발생한 정전사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실효성 있게 수립, 운용되지 못한 결과”라며 “이미 건설 중인 7기 원전은 5년 이상 소요되는 발전소 건설기간을 고려할 때 석탄, LNG 발전 등 타 전원으로 대체가 곤란한 만큼 2020년까지 계획된 10기 원전은 안전규제기능의 강화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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