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물원은 작년 11월에 싱가폴동물원에서 들여온 흰코뿔소 만델라가 신부 초미와의 합사가 순조롭게 성사됨에 따라 5월 31일(목) 첫 공개한다고 밝혔다.

서울동물원은 ‘만델라’를 지난 11월 국내에 들어온 즉시 시민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야생성이 강한 ‘만델라’가 좀처럼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난폭한 성격을 보인데다 지난 1월초부터 ‘초미’와의 합방을 위한 얼굴 익히기 시간을 가져 온 이후 지난 5월 3일 첫 합사가 성공리에 성사됨에 따라 오는 5월 31일(목) 시민에게 첫 공개키로 했다.

만델라는 세계적인 희귀종 흰코뿔소 수컷으로, 지난해 11월 3일 10시간이 넘는 여정 끝에 서울동물원으로 들여옴에 따라 국내 동물원에서 완전 멸종위기에 놓인 흰코뿔소가 다시 대를 이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귀한 손님이다.

국제적 멸종위기 Ⅰ급 동물인 흰코뿔소는 국내에선 완전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이다.

코뿔소 ‘만델라’는 2004년 10월15일생(8살)의 건장한 수컷으로 그해 12월 7일에 국제혈통등록에 등재된 동물로서 국제적으로 혈통을 인정받았다. 싱가폴동물원을 출발한지 10시간의 여정 끝에 서울동물원에 도착했다.

현재 국내 보유 흰코뿔소는 서울동물원에만 4마리(♂ 1 코돌이 / ♀ 3 코순이, 수미, 초미)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컷 ‘코돌이’와 암컷 ‘코순이’, ‘수미’는 나이가 많아 임신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로 유일하게 임신이 가능한 ‘초미’가 있어 새로운 수컷 코뿔소의 도입을 결정하게 됐다.

수컷 ‘코돌이’는 지난 84년(32~33살추정) 서울동물원 개장과 함께 일본의 가와하라동물원에서 들어온 개체로서 함께 들어온 암컷 ‘코순이’(32~33살 추정)와 85년 일본에서 들어온 ‘수미’(31~32살 추정)를 아내로 맞아 1부2처로 함께 살아왔으며 지난 96년 2월 ‘수미’와의 사이에서 딸 ‘초미’(96년 2월생)를 낳았다.

<나이 많은 코돌이 코뿔 부러지는 사고 후 … 소심남으로 위축>

그러나 세월이 흘러 점차 나이가 들어가는 ‘코돌이’, ‘코순이’, ‘수미’의 2세 출산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멀어져 갔다.

이들은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로 임신가능성에 대한 기능을 잃은 듯 두 아내와의 사이에서 데면데면해 왔으며 평소 얌전하기만 했던 ‘코돌이’는 어느 날 함께 지내던 딸 ‘초미’까지 공격하는 불상사까지 일어났다.

‘코돌이’는 평소 까탈스런 성격의 ‘코순이’에 비해 온고지순한 성격의 ‘수미’를 택해 ‘초미’까지 출산한 아빠였다.

그러나 ‘초미’와의 사건 이후 사고 재발방지에 염려해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된 ‘초미’는 엄마 ‘수미’의 보살핌 속에 모녀가 단둘이 살아왔다. ‘코돌이’와 ‘초미’ 사이는 부녀지간의 근친관계로 서울동물원에서는 이들의 합사를 불허하고 있다.

‘코돌이’는 현재 첫째 부인 ‘코순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코순이’의 까칠한 성격 탓에 이들의 부부생활 또한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보통 코뿔소는 나이가 들면 자신의 코뿔을 단련시키는 습성이 있는데 지난 2007년 코돌이는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코뿔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뿔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부터 ‘코돌이’는 조강지처인 ‘코순이’에게 마저 무시당하는 ‘소심한(?) 남자’가 되는 등 그의 위상은 점차 위축되어 왔다.

그러나 사육사는 이들의 불협화음 생활 속에서도 사랑의 끈을 이어주기 위해 언제라도 화해무드가 될 수 있도록 추운겨울에도 야외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투명유리로 된 따뜻한 보금자리 설치는 물론 야외에 열등까지 설치해 주는 등 특별배려까지 해 왔다.

<싱가폴동물원과 오픈교환방식으로 반입 …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 정회원활동의 결과>

흰코뿔소는 코뿔소 중에서도 사회적 유대관계가 강하며, 어미와 새끼가 함께 사는 것이 일반적인 습성이며 수컷의 경우 교미기 이외에는 단독생활을 한다.

그러나 ‘초미’가 태어난 뒤 지금까지 ‘코돌이’는 남성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사육사들의 애를 태워 왔으며 사육사들은 ‘코돌이’의 2세 출산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급기야 해외로부터 새로운 데릴사위를 물색하기에 이르렀다.

다행이 지난 2010년 6월 그동안 서울동물원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던 싱가폴동물원으로부터 오픈교환방식으로 수컷 한 마리를 보내 주겠다는 소식이 왔다.

오픈교환방식(open exchange)이란 동물원에서 결쌍동물 확보 및 근친 방지 등을 위한 상호 동물원간에 필요한 동물들을 상호 맞교환 하는 방식으로 이는 국제적으로 멸종되어가는 동물들의 종보존에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동물원에서는 현재 서울동물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동물 중 반출이 가능한 보유동물 리스트를 전달했으나 현재 싱가폴동물원에서 관심을 갖는 동물이 없어 먼저 우리 측이 수컷 흰코뿔소 한마리를 받고 난 후 추후 싱가폴로부터 관심 동물을 요청할 시 보내기로 했다.

흰코뿔소의 국제간 동물거래는 동물상을 통해 구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가격 또한 2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동물로서 금번 싱가폴동물원 흰코뿔소의 도입은 지금까지 서울동물원이 활동해 온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 (WAZA : World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a)의 정회원으로서의 자격을 부여 받는 등 국제적인 위상을 굳건히 해 온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서울동물원에서는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멸종위기종 코뿔소 만델라의 서울동물원 도입은 대가 끊길 위기에 놓는 우리나라 코뿔소의 2세 번식을 위한 획기적인 기회가 되었으며 이는 곧 멸종 야생동물 종번식을 위한 서울동물원의 노력의 결과라 평가하고 있다.

<합사 성공, 국내 동물원 코뿔소 대잇기의 청신호>

신랑 만델라와 신부 초미의 합사가 성공하고 지금은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 진행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코끼리 다음으로 큰 덩치를 가진 코뿔소(만델라 1500~2000㎏ / 수미 2000~2500㎏)이기에 이들의 싸움은 예상치 못한 큰 불상사를 불러 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몇차례에 걸친 밀고 당기는 신경전은 난폭한 야생성을 가진 만델라지만 수미의 훨씬 큰 덩치 앞에선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수미 또한 만델라가 싫지는 않은 듯 그를 받아들여 현재 함께 야외 방사장을 거닐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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