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이해찬 논리는 北논리" - 美·日·EU는 北인권 나섰는데 우리 국회는 또 논쟁만

민주통합당의 유력 당권 주자인 이해찬 후보는 4일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등이 3일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문제에 깊이 주장하거나 개입하는 건 외교적인 결례"라고 말했다. '내정간섭'이라는 표현도 썼다. 사실상 북한 인권법의 국회 처리에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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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세 번째 북한인권법 반대

이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 "북한의 인권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북한 스스로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지 국가 간의 문제를 서로 개입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국제엠네스티라든가 국가 아닌 인권단체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건 관계가 없지만 (국가가)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외교적 관행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다른 당권 주자들도 북한인권법에 반대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기정 후보는 "북한인권법은 내정간섭 성격이 있고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김한길·추미애·우상호 후보 등은 "지금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북한인권법을 만든다고 북한이 지킬 리가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했고, 정세균 상임고문은 "북한 인권은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해결되는 것이지 북한인권법을 만든다고 개선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민주당은 17대 국회부터 줄곧 북한인권법 처리에 반대해 왔다.

2005년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현 새누리당 경기지사) 등이 북한인권법을 처음 발의했지만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자동 폐기됐다.

18대 때인 2008년에도 한나라당이 다시 발의했지만 법사위에서 민주당의 저지로 폐기됐다.

"이해찬 주장은 북한의 논리"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이해찬 후보의 발언에 대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세계 각국이 공동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내정간섭과 외교적 결례 운운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권의식마저 결여된 언행"이라고 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인권은 내정간섭을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국제 정의에 입각한 간섭은 옳은 것"이라며 "이 후보의 논리는 북한의 논리"라고 했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세계 각국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규범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나 몰라라' 하면서 스스로 대북 옵션을 없애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북한인권법은 남북관계를 악화시켜 오히려 북한 인권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미일은 법 제정, EU는 결의안

북한인권법안은 우리 정부가 북한 내부의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그 개선을 위한 조직을 갖춰 대내외적 노력에 나서도록 하는 내용이다. 통일부가 3년마다 '북한 인권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위한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는 한편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민주당은 북한인권법 반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작년 6월 그 대안으로 '북한민생인권법안'을 발의했다.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와 개선 노력보다는 남북 간 교류 협력과 대북 식량·비료·의약품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북한인권법 저지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우리 국회가 북한인권법안을 놓고 논쟁만 하는 동안 EU는 유엔 총회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제출해 2005년부터 7년 연속 통과시켰고, 미국과 일본은 2004년과 2006년 각각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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