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방화,기세싸움

민주통합당 당권(黨權) 주자들과 지도부는 6일 여권이 통합진보당 사태와 이해찬·임수경 의원의 발언을 빌미 삼아 '신(新)공안정국' 형성에 나서고 있다고 일제히 반발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날 현충일을 맞아 '종북(從北)' 세력들로부터 대한민국의 가치를 확실히 지키겠다고 맞섰다.

민주당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주자들이 이날 총출동해서 한목소리를 낸 것은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는 변절자' 발언을 계기로 종북(從北)논란의 부정적 파장이 민주당에까지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5일 이해찬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인권 문제 제기는 내정간섭'이라는 이 의원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과연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갖추었느냐 심사하는 데까지 이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 데 대해 격앙하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대표 후보까지 끌고들어간 것은 '오버'한 것이라고 보고 총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 문제를 여야 간의 정치공방으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해찬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 국가의 큰 정당을 이끄는 사람이 상대(당) 의원의 국가관을 검증한다느니 자격심사한다는 것은 망언"이라며

"정치인의 자격심사는 유권자가 한다.
국회의원 6번하고 국무총리까지 한 사람을 자격심사한다는 것이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이 종북·용공 광풍을 조장하고 사상검증이니 자격심사니 대대적인 이념공세를 자행하고 있다. 악질적인 매카시즘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과 당대표 선거에서 경쟁하고 있는 김한길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이 우리 당의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에게 퍼붓는 색깔 공세는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불순한 시도"라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우상호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통합진보당 선거부정 논란이 어느새 국회의원의 사상검증 논란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제1야당까지 겨냥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국면에 색깔론을 활용하려는 범보수진영의 음모"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분위기 확산을 박근혜 전 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일 "기본적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대목을 문제삼은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종북 세력' 운운하고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국가관'을 거론하며 색깔론과 이념대결로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사상검증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민주당의 반발에 대해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라며 "도대체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의원들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에 애국선열들을 기리는 글을 올리면서 "우리가 그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은 지켜주신 조국과 자유를 손상됨 없이 지켜내고 발전시켜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종북 세력'이란 표현을 직접 쓰진 않았으나, 이들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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