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세계 노동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지 않는 모습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 금년도 전 세계 실업자는 2억200만명, 평균 실업률은 6.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에는 실업자 수가 500만명 더 늘 것으로 예상하는 등 가까운 시일 내에 고용수준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위기의 중심에 있는 일부 유럽 국가들의 고용사정은 더 심각하다. 경제가 침체될수록 청년, 여성, 고령자와 같은 노동시장 취약계층이 먼저 어려움을 겪는다. 청년실업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많은 청년들이 임시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고용된 상황이다.

또한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노동시장이 숙련근로자와 미숙련근로자로 양분되는 추세 속에서 저임금근로자와 근로빈곤층이 늘어난다. 사회안전망은 이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 지난해 월가 시위에서 보듯이 양극화는 이제 사회안정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시장정책의 핵심수단

고용문제를 둘러싼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화와 기술발전이 심화되면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과의 연계성이 약화되는 추세이고 고용문제는 고용정책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거시경제와의 정책적 연계 하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을 통한 복지가 강조되면서 고용정책과 복지정책과의 상호관련성도 높아진다.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성장과 고용, 복지의 선 순환적 체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공공고용서비스는 많은 도전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정부의 주요 사업들이 고용친화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조화로운 추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구직자에게 단순히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일자리를 안내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핵심수단이 될 필요가 있다.

각 개인의 요구에 맞는 맞춤식 고용서비스를 제공하여 취업역량을 제고하고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고용서비스의 전문성이 높아져야 하고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나 민간 고용서비스기관과의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외국의 선진사례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9차 세계공공고용서비스협의회(WAPES) 세계총회는 이 같은 점에서 이미 각국의 주목을 끈다. 1992년 프랑스에서 처음 개최한 이래 3년마다 열리는데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다.

6월 26일~29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엔 미국 독일 스웨덴 등 세계 87개국 정부 및 공공기관의 고용전문가와 고위정책담당자가 참석, 일자리 창출과 일을 통한 사회통합 방안을 논의하고 급변하는 노동시장 여건 하에서 공공고용서비스의 효율화 방안을 모색한다.

세계 20개국의 일자리 창출 모범사례를 선정, 성공배경이나 운영현황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세션도 마련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도 긴장

특히 이번 총회는 세계 노동시장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진단하고 고용정책의 방향에 대한 컨센서스를 마련하여 서울선언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는 앞으로 세계 각국이 고용문제에 대하여 상호 협력하고 공동보조를 취하는 데 규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행사를 준비하는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고용서비스는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갖추고 양적으로 발전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질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2.06.08 정철균 한국고용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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