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한국투자 60퍼센트 증가… 對美·對EU 무역흑자도 늘어

FTA 체결을 통한 시장 확대로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해 온 우리나라는 한·EU FTA 체결에 이은 한·미FTA 발효를 계기로 새로운 글로벌 FTA 허브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수출을 활성화하고 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FTA2.0 시대, 새로운 통상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가 펼쳐진다.


글로벌 FTA 네크워크 확대는 수출시장과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수입계약을 체결한 셰일가스도 기존의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수입된다. 사진은 LNG 운반선.
글로벌 FTA 네크워크 확대는 수출시장과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수입계약을 체결한 셰일가스도 기존의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수입된다. 사진은 LNG 운반선.

지난 6월 6일 독일의 경제·금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 중심부에 위치한 슈타인베르크 호프 호텔에서 한국투자설명회가 열렸다. 이 투자설명회는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 발효 1주년을 계기로 한국투자의 이점을 EU 지역에 적극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 인원은 우리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EU 투자자 등 1백70여명으로 조촐한 규모였지만, 이날 하루 열린 투자설명회에서만 1억3천5백만 달러의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진현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투자설명회에서 “국내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형성, 우수한 인적자원과 산업인프라, 급부상하는 중국 시장과 선진 거대시장인 미국과의 접근성”을 한국투자의 이점으로 설명했다.

또 글로벌 경제위기의 조기 극복을 위한 상호 투자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EU, 한·미 FTA를 통해 ‘FTA 허브국가’로 거듭나는 한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관세 철폐 등 기대로 해외투자 속속 이어져

세계 1위의 독일 화학기업인 BASF사는 이 자리에서 성공적인 한국투자 경험담을 발표해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BASF사는 지난해 12월 6일 6천만 유로(약 9백24억원)를 여수에 투자하는 투자협약(MOA)을 체결한 바 있다.

오는 7월 1일은 한·EU FTA 체결 1주년이자 한·미FTA 발효 1백 일 즈음이다. 최근 거대 경제권과의 FTA 체결·발효에 따라 관세철폐, 시장개방, 제도 선진화 등에 대한 기대로 이처럼 해외투자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EU의 투자는 사실 감소추세였다. 그러나 한·EU FTA 발효 이후 3분기 동안(2011년 3·4분기, 2012년 1분기) 우리나라에 대한 EU의 투자는 60.5퍼센트가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EU 재정위기 여파로 우리나라에 대한 전체 해외투자가 0.8퍼센트 감소한 가운데 얻은 결과여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서비스시장 개방 따른 취업시장 확대 기대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에 대한 EU 투자는 지난 3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00.2퍼센트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해외투자유치 증가율(10퍼센트 감소)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지식경제부는 우리나라 제조업에 대한 EU의 투자 증가는 독일, 스웨덴, 영국 등이 화학, 통신장비·방송기기, 자동차부품(운송용 기계)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EU FTA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있어 대 EU 수출 증대의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4월 발표한 지난해 중소기업의 EU시장 수출성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EU국가들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 중소기업의 대 EU 수출증가율은 18.9퍼센트로 전체 수출증가액(16.1퍼센트)보다 높았다.

2006~2010년의 EU에 대한 중소기업의 수출증가율은 7.6퍼센트로 전체 수출증가율(10.1퍼센트) 보다 낮았으나 지난해 전체 수출증가율을 뛰어넘은 것이다.

한·미FTA 역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EU의 재정위기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관세청이 한·미FTA 발효 이후 2개월 동안 대미 수출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대미 수출은 1백11억8천만 달러(11.3퍼센트 증가), 대미 수입은 77억3천만 달러(2.0퍼센트 증가)로 나타나 34억5천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 전체 수출이 9백34억 달러(4.0퍼센트 감소), 수입은 8백90억 달러(2.3퍼센트 감소)로 무역수지 흑자가 44억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의 상당부분이 대미 흑자임을 알 수 있다.

한·EU, 한·미 간 FTA 발효로 인해 수출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오렌지, 돼지고기 등 수입물가가 떨어지고 서비스시장 개방으로 새로운 직업 창출도 기대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6퍼센트로 높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정화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됐다.


유럽연합(EU) 투자자들이 6월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국투자설명회에서 우리나라에 투자를 결정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투자자들이 6월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국투자설명회에서 우리나라에 투자를 결정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값싼 美셰일가스 도입 계약… FTA 체결국 혜택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월 30일 미국 사빈패스LNG와 2017년부터 20년 동안 연간 3백50만톤 규모의 셰일가스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천연가스(연간 3천4백만톤)의 10퍼센트가 넘는 물량. 최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셰일가스는 미국 내 가격이 1MM BTU(영국 열량 단위)당 2~3달러로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천연가스(1MM BTU당 15달러)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다.

미국으로부터 셰일가스를 수입하게 된 것은 한·미FTA 덕분이다. 사실 미국은 원유나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원의 해외반출을 안보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천연자원을 해외에 수출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며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사실상 ‘금지’에 가깝지만, FTA 체결국가에 대해 예외적으로 수출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가스공사가 계약체결을 한 것은 한·미FTA 국회비준 동의 후였다. 게다가 셰일가스는 한·미FTA 체결 덕에 기본세율(5퍼센트)을 적용받지 않고 무관세로 도입된다.

45개국으로 확장된 FTA체결 효과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까지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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