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력 신문 르 몽드가 16일 주말판에서 K팝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이달 초 경남 창원에서는 K-POP을 부르며 경연하는 ‘2011 K팝 월드 페스티벌’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전세계 16개국에서 온 외국인들. 대상을 차지한 카자흐스탄팀이 앙코르 무대에서 그룹 샤이니의 ‘링딩동’을 부르고 있다.

르 몽드는 '한국의 음악 외교사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팝의 세계적인 성공은 스타를 이용해 국가적 이미지를 높이려는 한국 정부의 지원과 국가산업이라는 틀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르 몽드에 따르면, 1970-80년대 일본의 J팝에 이어 홍콩의 '칸토팝'이 아시아를 열광시킨 이후 1990년대 말부터는 K팝이 아시아 음악무대를 석권했다.

특히 한국의 K팝은 일본·홍콩과는 달리 아시아시장을 독점하던 서양음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와 관련,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한국의 음악시장이 너무 작아 처음부터 외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가수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덕분"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는 음악(K-POP)을 넘어 점차 한국 문화콘텐츠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국문화원 주최로 열린 한류 재롱잔치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한복을 입고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프랑스도 한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수백명의 젊은 K팝 팬들이 루브르박물관 피라미드 앞에 모여 SM엔터테인먼터의 파리 공연 연장을 요구하는 플래시몹을 갖기도 했고, 4월 슈퍼주니어의 파리 공연 때는 수천명의 팬이 제니트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이 교수는 K팝에 대해 "음악적으로 볼 때 전형적인 초국가적 현상"이라며 "K팝은 한국 고유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힙합, R&B 등 여러 장르의 미국 음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팝의 가사가 주로 사랑에 관한 것이지만 수줍어하거나 멋만 부린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도 인기의 한 비결이다.

K팝의 성공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인터넷 확산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이 덕분에 전통 미디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샤이니·동방신기·원더걸스·빅뱅·2NE1 등과 같은 K팝 그룹들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SNS와 인터넷은 1990년대 유럽에서 유행했던 청소년 대상 보이스밴드와 걸그룹이 다시 유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제6회 런던한국영화제 개막에 맞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공연이 펼쳐진 런던 오데온 웨스트엔드 극장 앞. 샤이니의 현재 팬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앙제 지방의 여고생 뤼실 레마송(18) 양은 인터넷에서 블로그를 찾다가 K팝을 발견한 경우로, 처음에는 이상한 음악이라고 생각했지만 K팝에 매료됐으며 결국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대학에 등록하기도 했다.

K팝의 성공은 한국 정부의 문화산업 지원에도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동연 교수는 "최초로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문화예산이 크게 증액되고 문화산업·영화 등을 증진시키기 위한 많은 법들이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K팝 스타들은 외교사절 역할까지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중국이 자신들의 '소프트 파워'를 강요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미한 편이다.

반면에 한국은 K팝과 TV 드라마, 한국영화 덕분에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 제니트 공연장에서 열린 SM 타운 라이브 공연을 보며 한류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한류'라는 명칭은 중국에서 이런 한국의 문화상품을 합쳐 만들어진 것으로, 한국에서도 이 용어를 채택해 문화외교 대중화와 한국어 교육 전파에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칸국제영화제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장관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외국인들이 K팝 가사나 한국영화 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점을 이해한다"며 "이들이 나중에 전반적으로 한국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텐데 우리는 이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63회 일본캘린더 전시회’에서 특별상을 받은 ‘2012 K-POP 포토캘린더’.

그러나 한국 문화부는 지난 4월 9개국의 한류 실태를 분석한 후 한류가 5년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류의 성공 가능성에 경고를 내렸다.

이에 대해 이동연 교수는 한국의 연예기획시스템이 아주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로테이션에 기반을 둔 K팝 시스템과 기수들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전속 계약의 불평등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시스템이 연예기획사의 주가를 높여주기는 하지만 마돈나나 레이디 기가와 같은 세계적 스타가 배출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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