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진보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19일 “민주당의 정당개혁은 민주화 이후 여러 정치개혁 가운데 최악의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날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국회민생포럼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열린우리당 이후로 민주당은 당의 작동 가능한 권력구조를 제도화하고 리더십을 창출하는 데 지속적으로 실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모바일투표는 나쁜 의미에서의 혁명적 변화”라며 “모바일 기기와 친숙한 그룹이 일반시민 전반을 대표하지도 못하고, 사회·경제적 저변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표하거나 그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특정한 인물에 대한 열정과 지지의 강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 “사람들은 참여의 주체가 아니라 쇼를 구경하는 관중이 되고, 정당 민주주의는 청중 민주주의로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대통령 후보 선출이 늦어지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12월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후보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짧은 시간에 숨 돌릴 새도 없이 졸속으로 전개된다”고 지적하면서 “밀란 쿤데라의 소설 제목을 빗대 말하자면 ‘한국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무엇보다 투표자들이 대통령 후보에 대해 너무 모른다”며 “예컨대 최근 안철수 교수를 봐도 대통령에 나올지 여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무책임하면서도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럽은 2년이란 시간 동안 국민이 판단하고 평가할 시간이 충분한데, 우리는 이런 짧은 시간 동안 투표자들이 어떤 근거로 선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또 “민주당은 ‘민주 대 반민주’라는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공격적인 언사로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런 비판과 공격에만 시간과 노력을 다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현재의 `종북주의' 프레임을 정치적 탄압이라며 반격할수록 이념적 갈등은 심화되고, 목표에는 다가갈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총선 이전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재벌개혁, 무상교육 등의 정책 대안들은 총선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총선 결과는 우리나라의 시민이 민주당이 여당이 될 만한지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정책 이런 것은 안타깝게도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더 잘할 것 같다”며 “새누리당은 노동법, 국회법 등 구체적인 조치들을 통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전문 이다

민주당 정부를 향한 진보 노선
1. 민주당 정부를 향한 두 노선 - 진영대립에 기초한 진보의 문제
1) 민주당의 진보화 또 진보적 경로를 말할 때 존재(가능)하는 두 노선을 구분할 수 있음

- 하나는 '민주 대 반민주'라는 진영간 대립구도에 기초한 노선. 다른 하나는 “어떤 정부를 만들 것인지”를  준비하는 노선

- 현재 민주당과 그 지도부는 전자의 견지에서 진보를 말하고 있음

- ‘민주 대 반민주’ 라는 진영간 대립 노선은 이상화된 민주주의의 가치, 반-부패, 도덕성의 구현 등 추상화되고 도덕주의적 이념적 담론에 기초하고 있음. 공격성의 열정, 정조를 불러일으켜. 그래서 운동의 정치를 되살리는 한편, 반-정치의 태도와 정조를 동반함

- 또한 진영간 대립 노선은 반-MB, 반-박근혜, 반-한나라당의 슬로건이 상징하듯 두 블록간의 전선을 상정. 격렬하고 공격적인 언사를 동원해 상대를 공격. 사람들을 흥분시켜. 예를 들어 매일 MB, 박근혜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를 발굴해 공격하는데 집중하는 것. ‘독재회귀’, ‘신공안정국’등을 매일 외치는 것, 그 효과에 있어 늑대가 온다고 부르짖는 양치기 소년을 연상시킴

- 이것이 MB정부를 옹호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선 안 됨. 대법원장, 재벌총수 그리고 일반 시민들에 대한 국가 공권력의 불법적 사찰은 심각한 수준의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이자 일탈

- 강연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비판과 공격에만 시간과 노력을 다 쓰는 것. 그럴 때 당의 체질정비를 통해 대안정부로 실력을 쌓고 그 능력을 국민들에 보여 주는 일을 등한시 하고 있다는 점. 즉 민주당 정부가 실제 집권 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관심 그리고 준비에 힘써야 함

2) 또한 그들이 말하는 진보적 가치와 목표가 무엇이며 어떤 형식을 갖든지 간에, 이렇게 추상화되고 도덕화 된 정치담론이 강해질수록 ‘진지한 정치’는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됨. 簾캡?그럴 경우 정치를 도덕성과 사회정의의 구현과 같은 추상화된 거대담론의 문제로 인식하는 언론과 여론이 강해질 밖에 없게 됨. 또한 역설적으로 이런 거대담론을 추구하고 몰두하는 정치는 사회경제적 기반을 갖지 않으며 실제 현실과 괴리됨으로서 내용적으로 얄팍해져

-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총선. 야권패배로 귀결된 19대 총선은 진영간 대립에 기반한 노선의 공허함과 실패의 결과로 이해. ‘경제민주화’, ‘반-FTA’,‘보편적 복지’, ‘재벌개혁’, ‘반값등록금’등, 개혁적이지만 현실성과 구체적 내용을 갖추지 못했던 개혁 슬로건들. 정작 총선 캠페인 과정에서 또 총선이후 개원준비과정에서도 사라져 버려, 지금은 당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움

- 유권자들은 단순히 슬로건이 좋으냐 나쁘냐로 판단하지 않음. 그보다는 그런 슬로건에 담긴 정책대안들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 그런 능력과 진지함, 그리고 신뢰성을 판단하는 것. 요컨대 정부를 운영할 능력과 자세가 돼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함. 지난 총선은 한국의 다수 시민들이 민주당이 여당이 될 만한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말하는 것

2.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모습 - ‘민주당’ 정부는 가능한가?
1)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결국 핵심 질문은 “민주당 정부는 가능한가?”일 것임

- 열린우리당 이후로 민주당은 당의 작동가능한 권력구조를 제도화하고 리더십을 창출하는데 지속적으로 실패. 그 결과 현재 민주당은 일정한 정치적 자원을 가진 여러 명의 개인/세력이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파당들의 느슨한 집합에 불과함. “중심에 연결되어 있지만 그로부터 이탈한 구조”(excentric structure)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들 파벌들이 민주당이란 느슨한 공간에서 각기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본 자민당의 파벌처럼 기능적으로 통합돼 있지도 않음

2) 이들 그룹이 정치적으로 호소력 있는 인적자원을 가질 경우, 이른바 대선 '캠프'가 되는 것. 이 캠프로 정당 안팎의 정치인, 정치지망자, 지식인, 전문가 그룹들이 결합하고, 그것이 대선을 치러내는 것. 정당이 아니라 개별 후보자의 캠프가 대선과정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 이제는 일반화된 현상. 캠프가 대선을 치르는 현상이야말로 낮은 정당 제도화의 중요한 징표이며 정당정부를 어렵게 만듦. 정당의 공적 조직의 힘이 아니라 하나의 세력이 대통령을 만드는 경험과 그렇게 구성된 정부의 실망스런 실적 간에 인과관계 존재할 것. 즉 당이 아니라, 하나의 개별 캠프 내지 팀으로 구성된 청와대, 정부가 제대로 된 것일 수 있나? 나아가 진보적일 수 있나?

3)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대통령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됨. 그간 한국의 대통령은 ‘제왕적’으로 묘사됨. 강연자가 보기에 한국의 경우 제왕적 대통령에 더해 사인적 대통령 요소가 결합돼 있음

- 제왕적 대통령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력이 제도적으로 견제되지 않기 때문. 즉 대통령에 대해 수평적 책임과 수직적 책임을 부과할 견제력이 무척 약함

- 먼저 수평적 책임성 약함.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대통령은 세 가지 점에서 더 큰 권력을 가짐

① 인사권 : 미국처럼 고위 공직자 임명을 비준하는 제도(상원)와 절차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음. 한국의 청문회는 형식적 요식행위, 내용적으로 대통령의 일방적 임명

② 예산편성권 : 미국의 경우 하원의 예산-조세위원회(the Ways and Means Committee)가 조세, 예산편성, 사회보장·실업보험·메디케어·의료보험·TANF 등의 관장 등 막강한 권력을 가짐. 이에 반해 한국은 사실상 집행부 권력의 관장사항

③ 사법부와의 관계 : 대법원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 임명에 있어 대통령의 권한 강함. 그 결과 집행부에 대한 사법부의 독립성 허약함

- 이러한 제도적 문제 이외에도 한국정치에 있어 대통령-집행부 중심 체제는 권력구조의 전통처럼 자리 잡아 왔음

- 수직적 책임성 역시 약함. 정당정부가 아니기 때문. 집권당/정부와 시민 즉 그들의 지지기반 사이의 책임의 고리 무척 약함. 최근 운위되는 모바일 투표는 이점에서 부정적 효과,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 채 짧은 싸이클로 붕붕 떠다니며 명멸하는 여론이 제도적이든, 사회적 힘의 견지에서든 수직적 책임의 안정적 기반이 되기는 어려울 것.

- 그런데 한 가지 역설은 이런 사인적, 제왕적 대통령이 실제로 제도적으로 강한 대통령이 되지는 못한다는 점. 특히 정당에 대한 연계, 장악력이 떨어지는 임기 말에 이르러 ‘사적이익정부’(private interest government)적 성격이 드러나며, 무력한 집행부, 무기력한 대통령으로 전락함. 이는 허약한 정당체제에 기초한 광범한 권한, 권력을 갖는 대통령제가 만나 초래하는 필연적 결과

3. 좋은 대통령 출현의 조건 : 한국 대선과 민주주의 결핍
1) 정당정치의 허약함은 위에서 말한 문제에 더해 또 하나의 원천적인 문제를 추가해

- 민주당과 관련해 이 문제를 볼 때, 12월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후보조차 정해지지 않음.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8월 런던 올림픽이 끝난 후 시작해 10월이나 늦을 경우 11월이 되어서야 후보가 결정된다고 함. 이럴 때 대통령 선거 캠페인이 한두달 밖에 허용되지 않음을 의미 (참고로 법정선거운동은 1994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23일로 제한됨)

- 과거 대선과 비교할 때 후보 선출이 늦춰지는 경향 나타남 → 후보선출방식으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의 영향

① 1992년 대선 : 김영삼(민자당), 김대중(민주당)은 5월에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경선을 통해 후보 확정
② 1997년 대선 : 김대중(국민회의) 대의원 경선 통해 후보 확정, 이회창(신한국당) 7월 확정
③ 2002년 대선 : 노무현(새천년민주당) 이회창(한나라당)은 부분개방형경선을 통해 각각 4월, 5월 확정
④ 2007년 대선 : 이명박(한나라당) 8월 개방형경선 확정,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은 완전개방형 경선을 통해 10월 확정

- 두 가지 특징 발견 ① 후보선출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경향, 이번에는 더욱 더 늦어질 것, ②선출방법의 개방화 (전당대회/대의원경선 → 부분개방형경선 → 완전개방형경선/모바일투표)

- 이런 변화는 당의 리더십과 정체성 형성을 극히 어렵게하는 효과를 낳음. 당의 이념과 노선, 그리고 대통령 후보를 모바일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발상은 부정적 의미에서 혁명적
- 모든 것이 짧은 시간에 숨 돌릴 새도 없이 빠르게, 즉 졸속적으로 전개 됨.
-밀란 쿤데라의 소설 제목을 빗대 말하자면 “한국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만들어.

2) 위에서 말한 엄청난 권한을 갖는 대통령을 우리는 어떻게 잘 뽑을 수 있을까?

- 무엇보다 우리는 대통령 후보들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 예컨대 안철수씨의 경우 나올지 안나올지조차 몰라. 이건 무책임하면서도 비정상적인 것. 두 사례를 들어볼 수 있음

1,미국의 경우(individual representation의 예) : 미국은 일 년 이상 캠페인 진행, 중간선거가 끝나면 임기전반의 평가와 함께 사실상 대선캠페인에 들어가. 기나긴 당내 후보선출 과정과 당 대 당 후보들의 캠페인 과정을 통해, 첫째 정당의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그와 병행하는 관련된 사회집단, 이익집단들이 재정렬 하며, 둘째로 지도자가 탄생하게 되는 것

②영국의 경우(corporate representation의 예) : 정당이 지도자를 선출, 다수당의 지도자가 곧 수상이 돼. 대처 수상의 경우 의원 경력 20년 교육·과학장관 4년, 야당당수 4년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국에서는 경력이 짧다고 말해. 지도자는 경력을 통해 리더십이 입증된 사람들 사이에서 선출되는 것. 투표자는 대처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선택하는 것

3) 위의 사례들을 통해, 한국의 대선에서 민주주의의 결핍이 명백히 드러남. 한국의 시민-투표자들은 좋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판단의 근거와 기회를 갖지 못함. 엄청난 권력, 권한을 갖는 대통령을 우리는 너무나 즉흥적으로 선출하며, 그렇게 선출한 이후에는 또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당정부적 기반을 갖지 못함.

- 이런 대통령 선출방식 내지 조건과 시민들이 좋은 대통령, 좋은 정부를 가질 수 있는지 여부 사이에는 깊은 관련성이 있음. 지금의 조건과 제도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나?

4. 다른 진보의 길 - 좋은 민주당 정부 준비하기

- 기존의 진영간 대립 구도에 기초한 '전투적 대결' 노선이 아니라, 좋은 정당정부를 준비하는 노선으로 변화 필요. 이것이 강연자가 말하는 두 번째 노선. 그러나 이에 대한 민주당의 문제의식이나 논의 찾아보기 어려워.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함

1) 제도 - 당 리더십과 대선후보 선출제도의 개선

⑴ 민주당은 그동안 당의 중심성과 리더십의 해체를 목표로 한 제도개혁을 추진해 왔음. 한국 정당을 원천적으로 약화시키는 효과. 반-정치주의, 반-정당적 제도변화.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급진적, 이상주의적 이해의 결과. 현대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한 것

- 대표-후보의 분리, 대표-원내대표의 분리, 집단지도체제적 구조 → 권력/권위를 가급적 분산시키려는 것을 목표로 한, 당의 중심성과 리더십을 해체하는 제도. 정당을 약화시키는 제도개혁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자해적 정당구조라 말할 수 있음

- 로버트 미헬스의 ‘과두제의 철칙’의 거꾸로된 모델. 강연자는 민주당의 정당개혁을 민주화이후 여러 정치개혁들 가운데 최악의 변화 중 하나라 생각

- 정당 이론의 개척자인 모리스 듀베르제는 정당 리더십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음. “민주적 원칙은 리더십이 모든 수준에서 더욱 빈번히 갱신되고, 그 성격에 있어 더욱 집단적이고, 그 권위의 강도에 있어 더욱 허약하게 선출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렇게 조직된 하나의 정당은 정치투쟁을 위해서 잘 무장되지는 않는다.” (“정당들”, 134)

- 샤츠슈나이더나 로버트 달 같은 정당과 민주주의의 대표적 이론가들은 “민주주의는 정당 내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들 간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해

⑵ 당직/공직후보의 선출방식에 있어 나쁜 의미에 있어 혁명적 변화. 모바일 투표에 의한 완정개방형에 가까운 선출제도의 도입.

- 인터넷/휴대폰/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제와 친숙한 그룹의 정치적 특성과 과다대표의 문제 (특정한 이념, 태도, 취향, 정서, 열정의 담지자들. 특정한 인물에 대한 열정과 지지의 강도가 높음. 자신들의 열정과 진보성을 드러내기 위해 급진적이며 추상적 담론과 이념적 언어를 사용).

- 문제는 그들이 일반시민들 전반을 대표하지도 못하며,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이 대표하고자 하는 특정한 인구학적 그룹, 즉 사회경제적 저변계층이나 소외계층을 대표하거나 그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 오히려 그들의 의사와 이해가 당으로 들어오는데 장애가

-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참여의 주체로서가 아니라 쇼(정치)를 구경하는 관중에 불과. 정당민주주의는 청중민주주의로 후퇴하게 됨

- 이런 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함

2) 의제형성(agenda setting) - ‘나눌수 없는’ 갈등에서 ‘나눌수 있는 갈등’으로
⑴ 진영간 대립에 기초한 노선은 특정한 정치적 균열/대립축을 동반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함. 특히 그 전투성과 공격성의 유지를 위해, 열정과 이상주의적 가치를 불러일으킴. ‘민주 대 반민주’는 남북한 평화공존과 통일의 가치와 연계되면서 냉전수구세력 대 평화통일세력의 대립과 내용에 있어 사실상 중첩돼. 그럼으로 민족문제를 둘러싼 균열축이 정치적 균열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게 돼. 그러므로 선거과정에서 중심의제는 이런 기본적 갈등축에서 도출됨. 이런 의제형성은 잘못된 것

⑵ 이익정치, 즉 이익분배와 갈등을 둘러싼 균열축의 형성과 새로운 의제형성

-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의 관계 속에서 그 내용을 가짐. 그리고 정당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통해 경제적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역할을 갖는 중심적 메커니즘

- 샤츠슈나이더의 말을 빌자면, 이익갈등이 전체사회에서 최대 범위를 갖는 경쟁의 축이 되어야. 현재는 민족문제를 둘러싼 열정의 충돌이 중심을 차지. 이를 사회경제적 분배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전환해야

- 알버트 허쉬만은 이념과 열정이 격렬하게 동반되며, 가치를 둘러싼 갈등을 유발하는 것을 ‘나눌 수 없는 갈등’(nondivisible)으로. 그리고 경제성장의 성과와 부의 분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나눌 수 있는 갈등’(divisible)으로 구분한 바 있음. 전자는 언어, 종교, 인종, 민족 등 ‘이것 아니면 저것’식의 갈등으로, 타협/화해불가능한 생사투쟁의 모습을 띄게 됨. 후자는 ‘더 많이 또는 더 적게’식의 나누는 것이 가능한, 즉 협상과 타협이 가능한 갈등. 다원주의적 시장사회에서 이러 양식의 갈등이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 함

⑶ 민족문제를 둘러싼 이념갈등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첫째, 공격적, 대결적 갈등의 증폭이 공정영역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정치를 이데올로기적 쟁투장으로 만들어, 결국 정치를 몰아내기 때문. 둘째, 민족문제는 본질적으로 (전쟁-내전이 아니라면) 대결적 방식으로 진전될 수 없다는 것. 예를 들어 민주당이 현재의 ‘종북주의’ 프레임에 대해 정치적 탄압이라 반격하면 할수록, 또 민주당의 의도가 남북한 평화적 관계개선에 맞춰져 있다하더라도, 이념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그런 방식으로는 의도한 목표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종북주의’로 비판되는 태도는 그 어느 경우라 할지라도 그들이 지향하는 목적 그 자체에 부응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함.

⑷‘나눌 수 있는 갈등’이 중요한 이유는, 민주화이후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정당이 보수적 성향의 정당과 경제성장과 운용에 있어 차별적이고 진보적인 비전, 노선,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발전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 민주당은 보수적 정당의 텃밭에서 사고하고 행위한다고 말할 수 있음. 국가주도적, 재벌중심적, 성장유일주의적, 시장중심주의적 경제 운영원리와 방식에 대응하는 대안을 만들지 못해

- 한국 정당정치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당이 사회경제적 문제를 다룰 능력이 없다는 점(특히 야당이 그러함, 보수적 정당의 경우 경제관료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 그런 점에서 어떤 정부가 될 것인지를 준비한다는 것은 경제운용의 대안을 갖는다는 것이며, 능력 있는 정부란 곧 이를 실현할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

- 민주당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는, 이념적이며 포괄적인 추상수준이 매우 높은 거대담론 중심의 정책대안이 주를 이룬다는 점. 한편으로는 이념적이고 급진적인 정책대안과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실현할 능력사이의 엄청난 괴리. 그러므로 진지함과 신뢰성을 보여주지 못함

- 총선 이전 진보진영을 달구었던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재벌개혁’,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과 같은 거대담론 형식의 정책대안들은 정작 총선과정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선거 이후에는 그 말 자체를 듣기 어려워져. 이런 가운데 격렬하고 공격적인 정치언어와 대결적 진영대립에 기대어 대선을 맞이하는 듯 보여.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노동법, 국회법 등 구체적인 조치들을 통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

3) 집권능력의 제고 - 투입과 산출측면

⑴ 투입측면의 강화

- 민주당이 허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회경제적 기반에 구체적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데 있음. 민주당은 누구를 대표하나?

- 현재 민주당의 ‘민주 대 반민주’ 라는 격렬한 이념대립적 구도와 노선은 진보적 민족주의적 가치와 정향을 가진 그룹, 민주화운동에서 연원해 온 운동/활동가들, 진보적 지식인 그룹, 그리고 지역적 연줄 관계에 범위 내에 있는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데 도움. 그러나 한국사회의 광범한 교육 받은 자유주의적 중산층이나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저변소외계층, 서민대중의 지지를 이끌지는 못함

- 민주당의 진보적 담론과 정책들은 당 외부의 진보성향의 지식인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담론의 형식으로 만들어져. 민주당의 진보적, 개혁적 정책은 그 입안과정에서 정작 그 정책들을 통해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상정되는 사회집단 내지 그룹을 소외시켜, 그들의 의사를 연계할 아무런 인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음

- 투입 없는 산출 중심의 정책결정 그리고 정책입안에 있어 이해당사자집단과의 연계의 부재는 다시 해당 정책을 지지할 정치적 지지기반의 부재로 이어짐

- 요컨대 개혁적/진보적 정책을 위한 의제를 형성하고, 실제로 개혁적/진보적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당 내부로 상응하는 시민적 힘이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됨. 온라인 공간과 사이버 공론장의 단절되고 짧은 싸이클로 명멸하는 변덕스런 여론의 힘만으론 지속적이며 강력한 정치적 의제를 설정할 수 없음. 또한 지식인/전문가 집단의 투입도 미디어의 단기적 관심을 넘어서는 여론 동원과 정치적 힘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 이해당사자 집단의 참여와 지지를 동반하는 정당의 투입측면의 강화를 통해서 효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개혁적/진보적 정책은 지식인/전문가집단과 이해당사자 집단의 힘이 결합할 때 그 힘을 가질 것. 개혁적/진보적 정책은 언제나 기존의 현상유지적 정책을 통해 혜택을 보는 강력한 이익집단들의 반대를 상정하는 것을 요체로 함. 어떻게 그 힘을 뚫고 개혁을 실현할 것인가?

⑵ 산출측면의 능력제고

- 그동안 정책결정은 투입측면에 대한 고려 없는, 효율성과 생산성의 가치만 강조되는 산출 중심의 과정이란 특성을 가짐. 앞서 강조하였듯이 산출중심의 정책결정이 진정으로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그것이 투입측면과 연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함

-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정당의 선출직 대표와 비선출직 전문가 그룹이 공히 정책을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함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개혁적/진보적 민주당으로 변화를 위해 이 점이 특별히 중요함

- 보수적 성향의 정당은 헤게모니의 장에서 기본적으로 현상유지를 목표로 행위 하는 정당. 또한 방대한 국가 관료기구, 특히 경제행정관료기구와 그 테크노크라트들이 그들과 이념정향, 가치, 정서에 있어서 동일하거나 유사해. 그러므로 보수정당의 목표와 가치는 관료행정기구에 의해서 실현될 수 있음

- 그러나 개혁을 지향하는 민주당은 그들 스스로 관료에 반해서, 또는 관료를 통솔하면서 설정된 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갖지 않으면 안 됨. 지난 두 번의 개혁적 성향의 민주정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그러므로 이전 정부의 경험을 토대로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함

- 막스 베버의 문제의식은 이 지점에서 유효 한 것. 현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정당은 아마추어리즘만으로 안 되며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함. 이는 다시 필연적으로 당의 관료화를 가져옴.

그러므로 정당의 관료화/전문화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됨. 관료화가 두려워 정당이 이를 회피한다면 정당은 방대한 국가 관료체제를 운영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 후자가 더욱 더 중요한 문제. 관료화로 인한 부정적 효과는 다른 방법으로 제어하도록 해야 함 (미국의회의 전문적 보좌관집단의 역할증대와 그에 따른 전문적 보좌관 시스템의 확대와 백악관의 규모증대가 상호적으로 작용해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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