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6일 오후 권순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국회를 방문해 대법관 후보자 4인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요청했다.

차 처장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만나 “저희로서는 심각하다”며 “1∼2명은 몰라도 4명이나 되다 보니 부(部) 하나가 아예 구성될 수 없을 정도”라며 대법관 공백을 우려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법관의) 3분의 1이 완전히 정지되는 것 아닌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죠”라고 되물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차 처장은 “선진국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순수한 공백이 생기는 경우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이에 이 원내대표도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한 축인데 그것의 머리가 아예 완전히 비어버리는 것”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 원내대표가 “민주당에서 잘 도와주지 않을 것 같다”며 원구성 난항에 따른 인사청문 일정을 어둡게 전망하자 권 실장이 나서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과 사법부의 기대가 크다. 속히 처리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압박’을 가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에 사법구 구성에 협조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재판할 때도 감안해달라”는 ‘조크’로 무거운 분위기를 피해갔다.

이 원내대표는 대법관 공백 가능성에 대한 언론보도를 언급, “그동안 사법부가 반신불수되는 것에 대한 감이 적었을텐데 오늘 그것을 본 사람들은 많이 느끼겠더라”고 말했다.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이뤄진 면담에는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홍일표 원내대변인이 배석했다.

차 처장은 이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는 준비가 다 돼있다. 집권 여당이 문을 열어야지, 야당이 기다리는 것은 처음이다”라며 “국민이 지난 총선에서 황금분할을 해줬는데 대화와 타협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사법부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지만, 새누리당만 오케이 하면 왜 못하겠나”라며 “새누리당에 한번 더 찾아가시라”고 밝혔다.

권 실장은 “네 분 대법관이 자리를 비워 재판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에 사회적으로 복잡한 사건들 상고심에 올라 있는데 재판부 구성이 늦어지면 재판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걱정이 돼서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신속하게 합의를 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개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오늘도 우리 청문위원들이 회의하고 있을 것인데 검증은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차 처장은 대법관 4인 공백시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법관 임명동의 절차의 조속한 진행 요청 내용 등을 담은 서류를 양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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