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원구성 협상을 마치고, 다음달 2일 첫 본회의를 열게 됐다.
여야 원내대표가 결정되고 두달 가까운 시간 동안 여야가 밀고 당긴 결과 나온 합의문을 살펴보면

1.19대 국회(임시회) 본회의를 2012년 7월 2일(월) 10:00에 개회하여 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당일 14:00 제19대 국회 개원식을 실시한다.

2. 2012년 7월2일(월) 본회의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 정수 규칙 개정 특위 구성안(총 11인, 새누리당 6인, 민주통합당 5인)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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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원일자를 7월 2일이라고 했을까 ?
새누리당은 오는 7월 10일부터 당내 대통령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후보 등록일 당일이나, 그 전에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만약에 계속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여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총선 공약들을 입법 활동으로 실천해 내겠다는 박 전 위원장의 '약속'이 다소 무색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 중에서는 "국회가 정상화 돼야 박 대표가 대선출마 선언을 할 것이다" 란 얘기가 지난 주부터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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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법관 후보자(고영환, 김병화, 김신, 김창석) 인사청문특위(위원장 새누리당)를 2012년 7월 5일(목)까지 구성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임명동의 절차를 마무리 하도록 한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건은 여야가 모두 마음이 급한 사안이었다.

10일이면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때까지도 인사청문회를 해서 임명동의 절차를 마치지 않으면, 대법관 공석 사태가 발생한다는 크나큰 부담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26일 "19대 국회 개원이 늦어지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구성되지 않는 등 현실적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국회의원 전원을 상대로 세비 반환과 가압류 청구소송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사상 초유의 대 국회의원 압박이었다.

7.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을 양 교섭단체 별로 15인씩 공동으로 발의하여 본회의에서 조속히 처리한다.

이석기, 김재연, 이 부분은 여야 원구성 협상이 시간을 끌게 되면서 여야 합의가 원활해졌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처음 부정 경선 사태가 벌어지고 종북론, 사상검증론으로 갈 때는 민주통합당의 입장이 강경했다.

새누리당이 색깔론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된 새누리당이 이석기, 김재연에 대한 자격심사를 하자는 주장은 '사상 검증' 때문이 아니라 '비례대표 부정경선'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의 정도가 객관적으로도 매우 문제가 있는 수준임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어제(28일)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애국가를 국가가 아니라고 하는 그런 사고와 가치를 가진 사람은 연대 대상이 아니다"라고 확실히, 선을 그어 버렸다.

자연스럽게, 이제는,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에 대해 자격심사안을 공동발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8. 국무총리실 산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는 7월 5일(목)까지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맡기로 하며, 이와 관련한 국정조사 계획서는 7월 16알(월)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지난해부터 계속 오랫 동안 정치쟁점이 되었던 문제이다.

청와대가 사찰팀의 입을 막기 위해 시중 은행도 거치지 않은  빳빳한 현금을 주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새누리당으로서는 크나큰 악재였다.

그러나 추가 폭로 과정에서 참여정부 시절의 사찰 문건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누리당은 기사회생을 했다.

그래서 지난 총선 때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대해 특검을 요구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제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19대 국회가 구성되고 야당은 이 문제를 국정조사를 통해 낱낱히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의혹을 낱낱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은 같았지만 방식에 있어서는 국정조사를 꺼려왔다.

왜냐하면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증인 채택'등 문제에서 현 정권의 주요 인물들이 거론되게 될 것이고, 또 피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현정권 심판론이 중대한 대선 국면에서 부각될 장이 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언가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것이 협상이다보니, 다른 여러 현안들 가운데 그래도 국정조사에 가도 새누리당도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한 민간인 불법사찰 건을 국정조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그러면서 국정조사를 진두지휘할 국조특위위원장을 여당인 새누리당이 맡기로 했고, 민주통합당은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면 좋다고 한 것이다.
이미지9.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을 7월23일(월)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다만, 특별검사 후보자는 민주통합당에서 추천한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최근 검찰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여론은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다수였다.

무언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여당도 인정했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모두 요구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국정조사나 청문회 같은 국회 내 추가 조사로 옮겨가면, 청와대 사람들의 해명을 온국민에게 그대로 드러내게 해, 여당으로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국회 밖에서 특별검사를 통해 의혹 규명을 하도록 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민주통합당이 이를 수용했고, 대신, 특별검사 후보자는 민주통합당에서 추천하기로 한 것이다.

10. 여야는 8월 초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 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하도록 협조하며, 이를 위해 언론 관련 청문회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한다.

우선 야당은 언론사 파업 사태에 대해 전체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자고 했었다.
이렇게 되면 청문특위가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청문회는 당연히 하게 될 겁이다.

그런데 합의사항을 보면,
'언론 관련 청문회'가 소관 상임위에서 개최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다.
"~ 하도록 노력한다'거나 "~ 할 수도 있다"거다 하는 문구는 법안에서도 이런 합의문에서도 절대적인 효력은 없다.

이를 민주통합당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시간을 끌면서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언론사 파업 문제를 마무리 지어보자는 여야 양측의 공감대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국회가 아닌 다른 곳이 어디인지는 합의문 앞에 나온다.
'8월 초에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인 것이다.
최근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인 이상돈 교수가 '새 방문진 이사회에서 현 MBC 사장에 대한 경영평가 등을 통해 사장의 거취를 정하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고,

이미 이렇게 여야가 합의를 봤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 같은 시나리오를 전면 부인했지만
오늘 합의문을 보면, 그런 보도가 나올만한 이유는 있었다고 보여진다.

아무튼 어렵게 합의를 도출 해낸 양당 원내대표단의 수고로움에 격려를 보내며 개원의 묘미를 잘 살려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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