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파업 쏘시개" 지적도

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본격적인 파업 행보에 돌입했다. 지난 4일 대의원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의한 데 이어 오는 10~11일 이틀간 전체 조합원 파업찬반투표를 갖고 13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조는 이미 집행부를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했고, 특별결의를 통해 19억원의 파업자금도 확보했다.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파업 행보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하투(夏鬪)' 일정과 맞물려 있다.

금속노조는 앞서 오는 13일과 20일 총파업을 예고했고, 지난 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까지 낸 상태다.

현대차 노조 역시 같은 날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파업을 공식 결의하기도 전이었지만 금속노조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서둘러 움직인 것이다.

이후 10일간의 조정기간(냉각기간)이 만료되면 13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표면적인 이유는 임금협상 결렬 때문이다. 노조는 "그동안 9차례 교섭에서 회사는 '안된다'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는 등 무성의로 일관해 더 이상 교섭이 무의미했다"고 결렬 이유를 밝혔다.

그래서 "파업투쟁을 통해 임금요구안을 쟁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처음부터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계획된 파업수순을 밟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파업 결의는 조합원들을 금속노조의 파업 동력으로 내몰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임금협상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임금협상을 시작해 임금인상안과 함께 주간연속2교대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조의 12개 별도요구안을 놓고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8일 9차 교섭에서 "만족할 만한 회사 측의 제시안이 없었다"며 전격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사측은 "올해 협상은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들이 많아 어느 때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데 일방적으로 파업을 결의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 돌입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현대차 노조가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지난 25년간 임금이나 단체협약 교섭과정에서 벌인 파업찬반투표에서 부결 사례는 전무하다.

노사협상과는 달리 지난 2008년 금속노조의 정치파업 동참여부 찬반투표에서 단 한차례 부결됐을 뿐이다.

파업찬반투표는 전체 조합원 과반수(재적대비 과반수)를 넘겨야 하지만 당시 찬성률은 48.5%에 그쳤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 행보에 대해 일부 대의원과 조합원의 반발 기류 또한 만만찮다.

지난 3·4일 계속된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대의원은 "교섭결렬을 선언할 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데도 집행부가 성급하게 파업 카드를 꺼내든 것은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연말 대선정국까지 파업 동력을 이어가려는 민주노총의 정치파업 전략에 현대차 조합원들을 또다시 투쟁 쏘시개로 동원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따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면서 파업 결의가 예정보다 하루 늦춰지기도 했다.

실질적인 급여 손실을 우려하는 조합원도 많다. 지난 3년간 무분규 협상 타결의 성과물이었던 '무분규 주식'을 올해는 놓치게 된 탓이다.

무분규 주식은 2009년 40주(452만 원), 2010년 30주(450만6000원), 2011년 35주(794만5000원)가 각각 지급됐다.

한 조합원은 "3년째 무분규 주식이 지급되면서 사실상 성과급으로 정착되고 있었는데 올해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회사 측도 "최근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미국 등 해외 시장의 경기침체와 더불어 내수 시장의 가계부채 규모 확대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들이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며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는 구태를 답습하는 것은 회사와 조합원은 물론 국내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 노조가 결국 파업에 돌입하면 최근 3년간(2009~2011년) 이어온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기록이 깨진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3년간 온건·실리 노선의 집행부가 이끌면서 고질적인 파업노조의 굴레를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작년 말 또다시 강성·투쟁 노선의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급변했고, 노조는 4년 만에 투쟁노조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출범 이후 2008년까지 22년간 단 한해(1994년)를 빼고 매년 파업을 벌여온 최강성 투쟁노조였다. 조합원 규모도 4만5000여명으로 국내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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