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혐의 소명, 증거인멸 염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10일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판사는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인 뒤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판사는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주요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이 있고, 지금까지의 수사 진행상황과 피의자의 지위 및 정치적 영향력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전 의원은 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 구속됐다.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대기하던 이 전 의원은 곧장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그는 구속 영장 발부 직후 대검청사를 떠나면서 '대통령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한뒤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국민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다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에게 적용된 범죄 항목은 정치자금법 제45조 정치자금부정수수죄로 정자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특가법 제3조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에게 적용되며 정치자금부정수수죄와 같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 직전인 2007년부터 저축은행 부실문제가 불거진 지난해까지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6억원에 가까운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채 자문료 형식으로 1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임 회장과 김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경우 단순한 불법 정치자금이 아니라 금융당국 검사 무마 등을 청탁하는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미래저축은행 김 회장은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네면서 민영화되는 공기업 인수나 투자 등 구체적인 이권 및 사업상 청탁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일부 금품을 받은 것 외에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고, 수수한 금품도 대가성이 없는 단순 후원금이었다고 항변했다.

이 전 의원이 구속됨에 따라 검찰의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검찰이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의 용처를 집중적으로 캘 것으로 보여 향후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한편 이 전 의원이 임 회장으로부터 3억여원을 받을 때 동석해 '공범'으로 적시돼 역시 지난 6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체포동의 요구서가 국회를 통과하면 정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이번 주중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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