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본회의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여야 출석 의원의 4분의 3가량(73%)이 반대·기권·무효표를 던졌다.

동의안은 재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기 때문에 기권과 무효도 반대나 마찬가지 효과를 갖는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번 표결을 앞두고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왔고, 체포동의안은 '특권 포기'의 첫 시험대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정 의원 구하기'를 위해 반대표를 던졌고, 민주당 일부도 가세했다.

◇전체 의원 73%가 반대·기권·무효

이날 본회의에 참석했다고 각 당이 파악한 의원은 새누리당 137명, 민주당 116명, 통합진보당 13명, 선진통일당 5명, 무소속 5명 등 모두 276명이다.

이 가운데 실제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271명이었다. 5명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기명 기표 방식으로 진행된 표결에서 '기권'은 기표용지는 받았으나 투표함에 넣지 않은 경우이고, '표결불참'은 기표용지 자체를 받지 않은 경우로 보인다.

체포안이 통과되려면 표결 참석 의원 271명 중 136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어야 한다.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만 전원 찬성했더라도 가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찬성표는 74표에 그쳤다.

포괄적 반대에 해당하는 반대(156표)·기권(31표)·무효(10표)가 197표에 달했다. 새누리당의 반대표는 최소 63표인 것으로 보인다.

찬성표 74표가 모두 새누리당 의원에서 나왔다고 해도 새누리당 전체 참석자 137명에서 63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도 최소 37명이 부결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진보당, 선진통일당, 무소속 160명 전체가 '반대·기권·무효'에 표를 던졌다고 해도 전체 '반대·기권·무효' 197표에서 37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116명 중 최소 37명은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쇄신파가 반란표 주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정 의원 체포안에 대해) 전략적 (반대)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탈표가 나오면 당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의총에서 김용태·남경필·윤상현·조해진·김태흠 의원 등 정 의원과 가까운 쇄신파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황우여 대표도 "삼권분립하에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어떻게 서로 견제하면서 헌법상 취지를 살리느냐 지혜를 구해야 한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정두언 의원은 의총 전 쇄신파 의원들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에서도 김용태·남경필 의원이 체포안 처리가 부당한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이들은 야당 의원들도 찾아가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19대 개원 이후 입만 열면 '특권 포기'를 외치던 새누리당이 첫 시작인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데 대해 "과거 기득권 이미지, 잠자는 공룡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일부도 부결에 동조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박주선 의원 체포안 처리 약속을 지켰는데,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새누리당은 이를 어겼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도 반대·기권표가 많이 나온 것 때문에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 개개인이 결정한 일"이라며 "일부가 김용태 의원 등의 반대 논리에 공감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정두언 의원과 함께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수사의 불똥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반대표를 던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새누리당에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일부러 전략적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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