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선언 직후 호남 지역세 특수 놓고 눈독

▲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해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중앙뉴스
지난 9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전국 조직망에 대해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수가 1만5천명 정도로 추산되는 정 고문의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은 전국 조직을 갖추고 있다.

당내 경선에 나선 김 전 지사는 물론 별다른 조직 기반이 없는 안 원장에게도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11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정 고문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정 고문이 이어왔던 담대한 진보 노선과 같이 가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영남 출신으로 호남 지역세가 없는 김 전 지사는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호남 3선 의원 출신인 정 고문의 텃밭 도움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는 “(정 고문이) 열심히 해서 민주당의 주자가 되고, 크게 팀으로 국정을 맡겠다는 폭넓은 연대와 통합을 해주면 좋겠다는 요지의 말이 있었다”고 전하며 정 고문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전 지사가 정 고문에게 뜨거운 구애를 보내는 것은 정 고문이 ‘호남’에서 적잖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은 여러모로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는 '약속의 땅'이다. 호남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과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각각 노무현, 정동영 후보를 선택했고 이들은 호남의 민심을 등에 업고 대선후보로 직행했다.

1997년 대선에서 야권의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을 당시 호남의 투표율은 87%였다. 반면 야당이 정권을 빼앗겼던 2007년 대선에서의 호남 투표율은 65%였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궁극적으로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민심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김 전 지사가 정 고문과의 연대를 시도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정 고문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정 고문의 가치를 계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정 고문이 사퇴한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 고문이 대선 불출마는 민주당의 대선 승리와 새로운 길의 완성을 위한 결정이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 “정 고문의 담대한 진보의 가치를 계승, 반드시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뼈에 새긴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정 고문이 김 전 지사를 지지하며 연대에 나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 고문은 지난 9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발 뒤에서 정권 교체에 제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당장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담대한 진보’처럼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후보라고 판단하면 ‘한 발 뒤에서’ 밀어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고문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기득권을 내려놓았다는 명분과 함께 전국적인 인지도와 호남 등에서도 지지를 확보하고 있어 정 고문의 지지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안 원장 쪽과의 연대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정 고문의 외곽 조직들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 작업설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정 고문은 지난달 19일 “안 원장은 내가 갖지 못한 점을 많이 갖고 있다”며 안 원장과의 공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안철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이 야당의 불모지인 강남을에 출마한 정 고문을 만나 적극 지지한 인연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원장측은 “정 고문 조직 영입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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