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현 정부 초기 지원관실 설립단계부터 자신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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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부(심우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전 비서관은 "2008년 고(故) 김영철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차관급)이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거의 매일 회의를 함께한 나를 불러 전 정부에서도 인사검증을 위한 조사심의관실이 있었다며 총리실에 기구를 만드는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차장이 당시 청와대 쪽에 특별히 얘기할 사람이 없고 나와 뜻이 맞아 설립에 동의했다.

설립 이후 관계비서관이 (장ㆍ차관) 인사검증이 필요하다 하면 지원관실 검증 내용을 비공식 라인으로 인사비서관 통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원관실의 인사검증 업무에 대해 청와대 승인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런 역할을 한 것을) 관계비서관은 다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지원관실 하드디스크 자료를 삭제한 데 대해 공용물 손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는 "장ㆍ차관 인사검증 내용이 유출될 경우의 국가적 혼란을 막기 위해 적절하게 자료 삭제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했다"며 "개인적으로는 총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지원관실 업무와 관련됐다고 알려지면 문제 될 것도 같아 삭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압수수색할 것을 알았다면 검찰이 필요한 증거 자료를 삭제한다는 걸 인식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전 비서관은 "경황이 없어 깊이 생각지 못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다만 김종익(58)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사찰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이 전 비서관은 2010년 7월 지원관실 진경락(45) 전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39) 전 주무관에게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히 손상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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