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CD시장, 320조원대 대출시장 쥐락펴락

국내은행 대출은 양도성예금증서(CD)에 지나치게 연동해 있어 그동안 수많은 지적을 받아왔지만 사실상 대안이 없어 방치됐다.

CD를 발행해 유통하는 시장은 점차 죽어가는데 CD금리에 연동한 대출 규모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만연해 있다.

이처럼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서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 금융권에서 CD금리가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CD금리를 대체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새로운 지표를 찾더라도 당분간은 CD에 연동하는 대출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금융감독 당국의 현실적인 대책이 신속히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꼬리가 몸통 흔들어

CD금리는 2조원대 유통시장에 불과한데 이를 기본으로 320조원이 넘는 대출이 형성돼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 총 원화 대출 1천80조원 중 CD금리 연동 대출은 324조원으로 약 30%를 차지한다.

CD금리 산출의 대상이 되는 시장성CD의 지난달 말 잔액은 2조4천억원에 불과했다. 2조원대의 시장이 320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을 좌우해 결국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졌다.

3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166조1천억원에 달했지만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91일물 CD는 올해 한 달 평균 1천250억원밖에 발행되지 않았다.

CD 거래량은 2008년 224조원에 달하다 올해 상반기 13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CD금리 제출 증권사들은 6개월 내내 91일물 CD 발행이 거의 없는데도 적정 금리를 통보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장 금리의 변동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CD금리의 변화는 미미했다.

하지만 마땅히 이를 대체할 만한 단기 금리가 없는 탓에 CD금리는 지속적으로 사용됐다. 이렇게 시장에 비해 높게 유지된 CD금리가 결국 가계대출 금리를, 높아진 가계대출 금리는 다시 가계대출 총액을 필요 이상으로 키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CD시장은 워낙 축소돼 대표성이 떨어지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서 "하루 이틀 만에 대체 금리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증권 DLS 80%가까이 CD 의존, 보험ㆍ카드 소비자 피해 우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기준으로 파생결합증권(DLS)은 DLS 전체 규모가 9조원이다. CD금리 기초자산으로 한 DLS 잔고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대략 6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DLS 가운데 76%가 금리연계 상품이고 금리는 CD 금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도 유통시장이 거의 죽어 있는 CD 금리를 통해 파생상품 시장의 대부분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전체 자산의 2.5%가량인 15조7천168억원이 CD금리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쳐 보험업계가 소유한 총 자산은 628조6천73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보험사에 따르면 전체 보험 자산의 20%가량이 대출이고 이 가운데 개인대출이 50%를 차지하며, 다시 개인 대출의 25%가 CD금리에 연동된다.

다만 생명 보험업계 '빅3'라 불리는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중 두 곳에서는 현재 대출에 CD 금리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빅3 한 관계자는 "코픽스(COFIX)가 도입된 2010년부터는 대출에서 CD 금리 대신 코픽스나 국고채 금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대출 등의 상품이 아닌 회사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CD 금리가 사용되고 있다.

여신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업계 특성상 CD와 연계된 상품은 없다.

하지만, 카드채를 발행할 때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금리나 카드론 금리에 CD금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CD금리를 원재료로 쓰는 카드채 발행 금리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금리 산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이 때문에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카드 조달금리가 낮아지면 고객들이 이용하는 상품의 금리가 낮아질 여지가 생기는 것이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지도 생기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원가인 CD금리가 높게 유지된다면 그만큼의 직간접적 피해가 소비자에게 끼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상대적 액수의 크기나 영향력의 정도만 달랐지 CD금리는 어떤 형태로든 개인 금융상품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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