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공식방문한 김형오 국회의장이 19일 오후 중국 텐진대학교에서 공커 총장으로 부터 명예박사학위(관리학)를 수여받고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1895년 중국 근대교육사상 최초의 대학으로 설립된 텐진대가 115년 역사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은 두 번뿐이며 외국인으로는 김 의장이 처음이다. 중국은 모든 대학의 명예박사학위 수여가 국무원 동의를 거쳐 국무총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필요로 한다.

김 의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고속철로 텐진으로 옮겨와 ‘중국 제3의 성장축’으로 평가받고 있는 텐진시 빈하이신구(濱海新區) 경제특구를 시찰한 뒤 텐진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고 특별강연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텐진대 공커(龔克) 총장을 비롯한 500여명의 학생 및 교직원과, 김 의장을 수행한 한나라당 이병석 구상찬 정미경 의원, 민주당 오제세 의원,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 최거훈 의장비서실장, 허용범 국회대변인 및 신정승 주중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또, 텐진시 시찰차 현지를 방문한 한나라당 이주영, 민주당 이윤석 의원 등 국회의원 8명도 특별히 참석했다.

<텐진대 특별강연>
김 의장은 <뉴디지털 정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장의 현장 메시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의 젊은이가 되자>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한국과 중국의 대담한 경제발전은 지도자의 꿈과 젊은이의 도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한중 양국의 젊은이는 거칠고 험한 미래를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너가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자세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의장은 “텐진대학의 교훈인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건학정신은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원초적 힘이었고, 중국은 개혁개방 30년 만에 세계에 우뚝 일어섰다”며 “한국에서도 실사구시는 60년대부터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저(基底)가 되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실사구시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발전과 번영의 엔진으로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마오 주석의 신민주주의론과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은 냉철한 현실에 기반한 실용주의적, 실사구시의 정치철학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오늘날 중국의 번영을 가져왔고 세계 경제질서를 바꾸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은 실용주의가 시대를 이끌 때 나라가 발전해 왔고, 끊임없는 변화와 포용은 실용주의의 장점이자 한국과 중국 실사구시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김 의장은 이어 현 시대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문명사적 전환기’라고 규정한 뒤,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하는 제3의 물결 시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뉴디지털 정치’가 이끌어야 한다”면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지난 18년 동안 추구했던 정치적 지향도 따뜻한 감성의 아날로그 장점과 냉철한 이성의 디지털 장점을 융합한 뉴디지털 정치”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뉴디지털 정치’란 △일방적인 선전이나 주장이 아닌 쌍방향적이고 네트워크에 기반한 정치 △‘더 빨리’ ‘더 많이’ ‘더 정확히’라는 디지털의 핵심가치 못지않게 숙고(熟考) 토론(討論) 경청(傾聽)과 같은 ‘느림의 속도’도 포용하는 정치 △편가름과 싸움이 아닌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존과 상생의 정치라고 강조했다.

<한중 의회정상 회담>
이에 앞서 전날 베트남에서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김 의장은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우방궈(吳邦國)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중국 국가서열 2위)과 1시간여 동안 ‘한-중 의회정상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우 위원장이 주최한 공식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중국측에서 천즈리(陳至立)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차오웨이저우(曹衛洲) 중한우호소조 회장, 쑨웨이(孫偉) 전인대 상무위 부비서장,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등이 배석했다.

김 의장은 회담에서 올해 중국 건국 60주년을 축하하면서, “국제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위축되었을 때 중국은 그 위기를 바로잡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국경제가 안정됨으로써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 극복에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이는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중 양국은 수교 17년 동안 세계 어떤 나라보다 빨리 관계발전을 이뤄왔으며, 특히 작년 양국 정상간 교환방문을 통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구축된 것을 계기로 이제는 양국관계가 내실화되도록 상호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국제금융위기에 직면해 양국이 통화스왑 체결 등 위기극복을 위해 신속하게 협력했듯이 앞으로도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처하면서 교역확대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금은 세계 어떤 나라도 혼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그래서 협력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우방궈 위원장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양국 의회간의 교류활성화도 이번 저의 방문을 통해 더욱 촉진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한중 양국은 북핵문제를 비롯한 지역문제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면서 “중국은 중한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중한관계의 발전은 두 나라 모두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이익”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의장은 베이징의 조어대(釣魚臺)에 여장을 풀었으며, 20일 오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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