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지방소방직(2011년 합격)

♣ 합격수기를 쓰는 이유
저는 2011년 서울시 소방직 공무원에 합격한 김대호라고 합니다. 현재는 기본훈련을 마치고 소방서에서 두 달 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게 돼 감사한 마음도 들지만, 준비할 때의 마음과 다르게 초심을 잃어 버려서 그 마음을 찾고 싶은 생각과 또한 소방직 시험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저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합격수기를 씁니다.

소방서
♣ 수험기간(2010년 3월~2010년 8월)
학원

대학을 졸업하고 노량진에 입성한 것이 2010년 3월입니다.

공무원 수험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노량진에 있는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상담만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종합반을 끊어서 수업을 들었는데 온종일 수업이 이어져서 복습할 시간도 거의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양의 정보를 머리속에 넣으려고 하다 보니 능률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합격 후에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학원을 다닌 친구는 많지 않았습니다.

학원은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전체를 개괄하는 의미에서 최대한 짧게 듣고 책을 보면서 독학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량진에 있다 보면 어떠한 수업이라도 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데, 학원을 의지하기 보다는 개인 공부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고 봅니다.

교재
두 달간 공부를 하고 그해 5월에 서울시 시험을 봤는데, 커트라인 10점차로 떨어져서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8월말 지방직 시험에 붙으리라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결과는 어림없는 점수로 떨어져서 실망이 컸습니다.

원인이 뭘까 고민하다가, 제가 보고 있는 책이 다른 수험생들은 거의 보지 않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시험이 전쟁이라면 최고의 무기는 ‘기본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순진하게 책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책을 고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5과목 모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으로 바꿨습니다.

좋은 책의 특징은 시험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다루지 않고, 또한 중요한 내용을 선별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내용도 몰랐기 때문에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습니다.

♣ 수험기간(2010년 9월~2010년 12월)
전화로 직접 문의하는 모습가산점과 정보수집
지방직 시험에 떨어지고 한 달 정도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충격에서 벗어나는 시간이었는데, 참 아까운 시간입니다.

내년부터 가산점이 변경된다는 막연한 정보가 있어서 10월부터는 컴퓨터 활용능력 1급을 따려고 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내년부터 가산점이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두 달의 시간만 허송하게 됐습니다.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시험에 떨어진다면 타격이 클 것입니다.
소문이나 카페의 정보에 의존하지 마시고,
관련 부처에 전화로 문의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산점은 반드시 5점을 채우십시오.
저는 4점 밖에 없었는데,
합격자 발표 전날까지 1점차로 떨어지는 끔찍한 상상을 했습니다.
붙어서 다행이지 떨어졌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겁니다.
저처럼 무모하게 하지 마시고 남들과 같이 5점 다 채우십시오.
무조건 그래야 합니다.
5점이 없으면 뒤쳐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 수험기간(2011년 1월~시험 당일)

공부방법
컴퓨터 자격증 딴다고 시간 낭비하고,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해서 마음이 급했습니다. 그래서 집중력 있게 공부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기본서를 1회독 할 때, 소설책을 읽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2회독할 때는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관련된 내용을 기본서에 밑줄 그었습니다.
3회독할 때는 밑줄 그은 내용 위주로 빠르게 봤습니다.

저도 배운 방법인데,
이 방법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출문제는 가장 좋은 공부대상입니다.
예상문제는 말 그대고 예상문제일 뿐 기출문제의 질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기본서에 기출문제를 표시하고 그 내용 위주로 빠르게 책을 보니,
불필요한 내용은 덜 보고, 중요한 내용 위주로 보게 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 두 달 전
이 시간은 시험을 준비해온 1년여의 시간과 맞먹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어도 마무리가 안 된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겠지요.

경찰에 합격한 선배 형이 하루에 한 과목을 볼 수 있게 하라고 조언을 해줬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몇 백 페이지의 책을 하루에 보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은 책에 있는 내용의 중요도를 안다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사법시험 준비생도 시험 직전에 두꺼운 법서를 몇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일단 하루에 한 과목씩 보는 것으로 해서 정리를 하고 그동안 기출문제집 한 권을 3번 정도 풀었기 때문에 풀었던 문제 중에 틀린 것, 애매한 것만 골라 봤습니다.

아는 것을 풀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모르는 내용을 계속 모르는 상태로 시험장에 가게 됩니다.

모의고사
모의고사 문제집저는 시험 한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의고사를 봤는데, 득과 실이 있었습니다.

득은 시험시간을 배분하는 것과 문제 푸는 요령을 익힌 것이었고, 실은 시험의 결과에 마음이 흔들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모의고사 점수는 한번도 합격 점수에 이르지 못해서 불안함이 컸습니다.

그런데 모의고사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시험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시험을 보는 시간이 11시였는데, 그 시간에 맞춰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마킹하는 방법도 계속 연습해서 실제 시험장에서 실수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의고사를 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시험장에 가서 당황할 수 있습니다.

♣ 생활습관
생활습관은 규칙적으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은 주로 아침에 보기 때문에 7시전에 일어나서 뇌를 깨우고 일찍 독서실에 가면 하루가 길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어떤 때는 늦잠을 자서 10시가 넘어서야 부랴부랴 독서실에 갔는데, 기분도 찝찝하고 공부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아침형 인간이니 올빼미형이니 말이 많지만, 늦게까지 공부하더라도 어쨌거나 시험 당일에 최고의 몸 상태로 임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점을 생각해서 생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8시에 노량진 독서실에 도착해서 12시까지 어려운 내용이나 집중력이 필요한 영어독해 문제 등을 풀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사육신묘로 가볍게 산책을 하고, 20분 정도 낮잠을 잤습니다.
밥을 먹고 집중할 수 있는 분은 상관없겠지만,
저는 밥을 먹고 나면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아서 아예 잠깐 자고 맑은 정신으로 공부했습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와 같은 분은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저녁시간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그 시간에는 자신 있는 과목의 문제를 풀었습니다.

공부가 안 된다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썼는데, 저에게는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잠이 많은 편이라 7시간 이상 잠을 잤습니다.
‘누구는 4시간 자고 공부하고, 하루에 17시간 공부한다더라’라는 말에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소 공부량을 하루 8시간으로 잡고 공부했습니다. 고수분들은 아니겠지만, 저는 순수하게 8시간 스톱워치로 찍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자기와의 약속을 지킨 날이면 마음이 든든하고 그랬습니다.

집에 오면 11시 정도 되는데, 재미있는 TV프로도 많이 하고, 인터넷도 하고 싶어서 시간을 보냈는데 잠을 늦게 자게 만들고 다음날 공부에 영향을 줘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날 TV를 보고 자면 오전 10시쯤에 공부하면서 그 내용을 생각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 마무리

1년여의 공무원 수험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과, 아무리 쉬워 보여도 만만하게 보고 시작하면 끝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 실력도 없으면서 ‘6개월에 합격해야지’하고 무모하게 생각했습니다.
다른 수험생이 얼마나 절실하게 열심히 하는지 모르면서 말입니다.
시험에 두 번 떨어지고 나서 겨우 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보다 노력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합격한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스스로의 단점을 고쳐 나가고,
좀 더 나아지려고 한다면 1등이 아니라도 합격의 선물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시험은 공평한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도 묻지 않고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만 묻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고 도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 기회를 잡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합격수기에 소개된 공부방법·교재 등은 글쓴이의 개인의견입니다.
글 : 김대호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