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대통령선거를 몹시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왜 이렇게 빨리 다가오나”하면서 불만 섞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기다리다 지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야당을 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여당 속의 비주류에 속하는 이들이다. 정권을 겨냥하여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인사들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 정권 말기가 되면 레임덕에 걸린 대통령은 힘을 쓰지 못한다. 역대 정권들이 모두 그랬다.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현역 대통령의 화형식을 거행한 몰지각자들도 있었다.

권력무상의 한 단면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는 모양이다. 이명박대통령 측근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대통령은 국민 앞에 머리 숙이고 사과까지 했지만 여당의 주류 측에서는 은근 슬쩍 대통령이 탈당해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노태우 탈당 후에도 같은 당에서 김영삼은 당선했다. 그러나 김영삼 탈당을 요구한 이회창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김대중이 탈당했어도 노무현은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노무현의 실정으로 쉽게 당선한 이명박은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그것은 스스로 문을 닫아건 회전문 인사에 그 원인이 있다.

측근들을 돌려쓰는 특이한 그의 인사기법은 결국 형님과 왕 차관 그리고 영포라인만으로 세상 인재를 좁혔으니 제대로 된 정치가 될 턱이 없다. 그들만의 잔치 속에서 부정과 부패만이 네 활개를 활짝 펴고 단 꿀을 빨았다. 치명적인 측근비리로 점화한 것이다. 이 와중에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대선후보를 정하기 위한 치열한 경선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현 정권의 땅에 떨어진 인기를 밟고 새 정권을 창출한다는 야심에 가득 차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기사회생한 저력으로 여왕벌 박근혜의 치마끈만 잡고 있어도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전망으로 임한다.

둘 다 일리 있다. 새누리당의 경선은 이재오와 정몽준이 경성 룰을 트집 잡아 후보를 사퇴하는 통에 김문수 임태희 김태호 안상수 등이 박근혜의 거성에 도전하는 형세로 진행된다. 누가 봐도 박근혜의 낙승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무려 8인의 경선자다. 선두주자인 문재인을 비롯하여 정세균 손학규 김두관 김영환 조경태 박준영 등이 자웅을 다툰다.

대체적으로 문재인이 앞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의 추격이 만만찮아 섣부른 전망이 어렵다. 언론기관에서는 여론조사를 통하여 후보자들의 인기를 수시로 보도한다. 표를 가진 사람들도 여론조사의 순위에 따라 자칫 쏠림현상에 빠지기 쉽다.

여론조사의 무책임에 힘입어 큰 덕을 보는 사람은 정작 따로 있다. 정치판에서 쓰고 단맛을 모두 맛봤던 경선후보자들이지만 안철수의 인기에는 어안이 벙벙하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도 큰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무소속으로 있는 사람이 유명정치인을 앞지르는 수가 간혹 있다.

기존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이 뭔가 새로운 대안을 찾다보니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미국에서도 인기만 믿고 대통령에 출마했으나 다른 사람의 표만 깎았지 당선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금 안철수가 큰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가 새로 펴낸 대담집이 초판만 10만부를 찍을 정도이니 과연 당대의 최고인기인임에는 변함없다. 문제는 아직도 그가 속내를 밝히지 않는데 있다.

베일에 숨어서 시중의 잡다한 검증을 마지막까지 회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라면 공인으로서의 당당함이 부족하다. 힐링캠프 등 연예프로에 출연하는 것은 자유지만 대통령에 출마할 의도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어떤 것을 해결해야 된다는 기본입장은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등과 다른 이미지, 그리고 정치지도자가 갖고 있는 야무진 국가관, 사생관 등이다. 안철수에게는 젊은이들에게 접근하는 표피적인 감성은 남보다 빠르고 풍부한 듯하다. 그러나 뚜렷한 안보관이나 역사관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안철수는 아마도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제일야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영입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대선에 임하는 자세는 이중적이다. 우선 자당의 후보자를 경선을 통해서 뽑은 다음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이루는 것이 제일조다. 그 다음 안철수와 경선승리자의 맞대결로 최종후보를 결정하는 지난 서울시장 방식을 습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민주당후보, 통진당후보 그리고 안철수 삼자의 경선을 시행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방법은 민주당후보가 수용했을 때 가능하다. 안철수는 인기만 믿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천신만고로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은 제일야당후보가 홀홀히 양보할 수 있겠느냐 하는데 있다.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 게임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는 게 옳다. 결국 안철수는 헛물만 켜고 물러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어차피 대선은 정당후보끼리 맞붙는 게 정칙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