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구명 논란’에 일침… 경제민주화 선점 놓고 승부수

▲ 새누리당 박근혜 대권후보     © 중앙뉴스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비판하면서 ‘박근혜-안철수’간 정면 대결 양상이 펼쳐지고 있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안 원장이 지난 2003년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 운동에 나선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자 박 후보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박 후보는 31일 의원총회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이 최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섰던 것과 관련,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경제민주화의 핵심내용 중의 하나”라고도 했다.

박 후보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상한 안 원장을 비판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박 후보는 안 원장에 대해 “좋은 분인 것 같다”, “같이 하면 좋을 것”이라는 등 호의적인 언급을 했지만, 이날 발언은 안 원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종전 입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온 안 원장이 경제사범이었던 재벌 총수의 구명운동에 나선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지만 정면 승부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제민주화는 박 후보가 대선 이슈로 선점하며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안 원장과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후보의 ‘예상 밖 강공’에는 최근 급상승 중인 안 원장의 지지율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힐링캠프 출연(자료사진)저서 출간과 TV 출연 등을 감안하더라도 박 전 위원장이 10%포인트 안팎으로 뒤지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계기로 마련된 검증의 기회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박 후보가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는 그동안 안 원장이 정식으로 대선출마를 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껴왔었다.

이와 맥을 같이하듯 ‘박근혜 경선 캠프’ 일각에서도 안 원장에 대한 검증성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조윤선 박근혜 경선 캠프 대변인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제까지 안 원장은 자화상을 그렸는데 초상화 그릴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이 그린 자화상과 언론과 국민이 그릴 초상화의 차이가 얼마나 멀지 지켜볼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조 대변인은 또 본격화된 안 원장 검증작업에 대해서도 “대선 국면에서 검증은 삼엄한 수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인 조원진 전략기획본부장도 “원래 깨끗한 종이에 먹물이 한 방울 떨어지면 엄청나게 퍼지기 마련”이라며 “앞으로 그런 일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본격적인 검증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앞서 김종인 박근혜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은 안 원장의 최태원 회장 구명운동과 관련 “안 원장 정도의 지적 수준이면 10년 전 무엇을 했는 지 기억할 텐데 모든 게 완벽한 사람처럼 처신해왔다”며 “안 원장이 성인인 척하는 게 곧 판명이 날 것”이라고 비판하며 ‘안철수 검증작업’에 선두에 나섰다.

이에 따라 12월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대선 판도가 ‘박(朴)대 비박(非朴)’ ‘문(文)대 비문(非文)’의 지리멸렬한 싸움이 ‘박(朴)대 안(安)’의 정면 대결로 펼쳐질 조짐이다.

이밖에도 박 후보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선 “필리버스터는 또 다른 ‘방탄 국회’를 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검토 중인 것을 겨냥한 것이다.

박 후보는 “19대 국회 들어와서 의원들의 특권을 내려놓기로 했고, 그게 쇄신의 방향이라고 말해오지 않았느냐”며 “(박지원 원내대표가) 검찰에 출두해 (의혹을) 밝히는 게 국민의 눈높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태원 구명 논란’ 직후 인터넷에서는 안 원장이 한 특강에서 금융사범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강조한 동영상도 떠돌고 있다.

이 특강에서 안 원장은 “지금 같은 사회에서는 누구에게 사기를 쳐 재산을 박탈하면 그 금융사범이 사실 살인보다 더 나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면 그런 사람에 대해 사형을 왜 못시키느냐”라면서 “실패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면 그런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죽여놔야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