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이 왔다가는 인생은 구름같다" 메모남겨…사형집행 불안감에 자살한 듯

부녀자 등 13명을 연쇄살인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돼 복역중이던 정남규(40)가 22일 숨졌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6시 35분경 정남규가 목을 매 자살을 기도한 것을 근무자가 발견, 구치소 외부 병원으로 옮겼으나 다음날 오전 2시35분경 숨졌다.

정남규는 치료 도중 맥박이 정상화하면서 회생기미를 보였으나 이날 오전 0시경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정남규는 독거실(독방)내 105cm 높이의 TV 받침대에 비닐봉투를 꼬아 맨 1미터 가량의 길이의 끈으로 목을 맨 것으로 알려졌다.

정남규의 독거실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개인 공책에는 '현재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요즘 사형제도 문제가 다시...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같다'라는 낙서가 적혀있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이에 법무부는 정남규가 최근 '조두순 사건'등을 계기로 사형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는 사실을 접하고 사형 집행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남규는 저산소증(뇌손상)과 심장쇼크로 사망했다는 의료진의 1차 소견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에도 목이 끈에 졸린 흔적 외 다른 외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정남규가 수감되어있던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뉴스웨이>와 전화통화에서 "폐쇄(CC-TV)회로는 자살 우려가 있는 재소자의 감방에 설치하도록 되어있지만, 정씨는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아 설치하지않았고, 쓰레기봉투는 모든 감방에 지급되는 쓰레기 수거용"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정남규는 지난 2004년 1월부터 2년여간 미성년자 2명을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길가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등 총 25건의 강도상해 및 살인행각을 벌여 모두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2007년 4월 사형이 확정됐다.

정남규는 유영철부터 강호순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사이코패스 묻지마 살인자의 대표격으로, 사형제도가 논란이 될 때마다 항상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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